▲ 아리셀 참사 유가족 긴급기자회견 30일 서울 서초구 민변 대회의실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아리셀 참사로 사망한 고 최은화씨의 남편 박창선씨가 "돈을 바라지 않는다, 억울한 죽음을 알고 싶다"고 발언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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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연락하지 말라는 데도 (사측에서) 계속 문자 옵니다. 지금 이런 걸 바라는 거 아닙니다 우리는. 돈으로 그냥 끝내고 싶은 그런 마음도 없고요. 억울한 죽음을 알고 싶고. 어떻게 해서 이런 사고를 당해야 되는가, 이런 것도 알고 싶고. 진정한 사과도 받고 싶고. 남은 건 악밖에 없습니다. 목숨을 바꾸라면 바꿀 수도 있습니다." - 고 최은화씨 남편 박창선씨
 
아리셀 참사 유가족들은 30일 사측이 가족들로 하여금 박순관 아리셀 대표 등의 처벌을 원치 않는다는 내용의 처벌불원서를 포함한 합의를 종용하고 있다고 밝혔다. 유가족들이 여러 차례 거부 의사를 전하고 법률대리인과 소통하라고 했음에도, 사측이 한 달 가까이 공식 교섭에 나오지 않고 개별적으로만 가족들에게 접근하고 있다는 것이다. 유가족들은 경기도 측 담당자로 활동하는 경기도 행정2부지사가 가족들을 차별적으로 대하고 있다고도 토로했다.

김태윤 아리셀 중대재해참사 피해가족협의회 공동대표는 이날 서울 서초구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민변) 대회의실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사측이 처벌불원서가 들어있는 합의안을 끼워 넣고 개별 합의를 하라고 지속적으로 협박하고 있다"라며 "문구를 보면 메이셀 등(파견업체)은 제외한다고 돼 있는데, 결국 아리셀이 이들에게 책임을 전가하고 면피하려는 것"이라고 했다. 사측이 피해자 측으로부터 처벌불원서를 받게 될 경우, 향후 사측 책임자들이 받게 될 형사 재판에 유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

가족들은 사측으로부터 받은 통화 내용과 카카오톡 메시지를 일부 공개하기도 했다. 가족들에 따르면, 한 가족당 최소 10번 이상은 사측으로부터 합의를 요구하는 연락을 받았다고 한다. 사측은 지난 5일 첫 교섭이 이뤄진 후 20여 일이 지나도록 교섭에 응하지 않고 있다.

유가족 측을 대리하는 민변 변호사들은 이같은 사측의 개별 연락이 부적절하다고 지적했다. 아리셀 중대재해참사 법률지원단장을 맡은 신하나 변호사는 "아리셀 측 공인노무사, 변호사들은 유가족들에게 대리인이 있음을 알고 있으면서도 상대방 당사자인 유가족들에게 직접 접촉하고 있다"라며 "공인노무사가 민사상 손해배상 사무를 취급하는 것은 변호사법 위반이며, 대리인이 있는 상대방에게 직접 연락하는 행위는 변호사·공인노무사의 윤리규정 위반"이라고 했다. "법률적인 지식을 갖춘 전문가가 비전문가인 상대방 당사자를 직접 접촉하는 것 자체가 위협적인 일"이라는 것이다.

"외국인이라고 이렇게 막 대해도 됩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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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들은 아리셀뿐만 아니라 경기도 측의 현재 태도도 차별적이라고 했다. 고 김재형씨의 고모부 공민규씨는 "경기도 행정2부지사가 아무 예고도 없이 가족들이 모여있는 화성시청 모두누림센터에 들어와 행정 안내를 한다면서 '나는 발표를 해야 하니, 내 말 듣기 싫은 사람들은 나가'라고 하더라"라며 "얼마나 유가족을 사람같이 안 봤으면 이런 소리를 하나"라고 했다. 공씨는 "행정부지사의 태도가 이러니, 경기도 자체를 못 믿겠다"라며 "진정 어린 사과를 받고 싶다"고 했다.

고 엄정정씨의 어머니인 이순희씨는 "우리가 중국동포들이라고, 외국인이라고 이렇게 막 대해도 되나"라며 "차별 없이 교섭이 됐으면 좋겠다"고 했다. 이씨는 "내 자식이 여기서 왜 죽었는지 알고 싶다"고 했다.

고 최은화씨의 남편 박창선씨는 "불의한 사고로 아내를 잃은 것만 해도 마음 아픈데, 사후 처리가 아무것도 되지 않고 있어 열불이 난다"라며 "억울하게 죽은 사람도 그렇지만 살아있는 사람도 산 것 같은 심정이 아니다"라고 했다.

지난 6월 24일 아리셀 참사로 사망한 23명 중 18명이 이주노동자였다. 사망한 10여 명의 유가족들은 한 달이 훌쩍 지난 현재까지 장례조차 못 치른 상태다.

경기도 행정2부지사 태도에 대한 유가족 비판에 대해 경기도 측은 이날 오후 <오마이뉴스>에 "사실 관계를 파악해보겠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