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대 총선이 끝난 직후부터 전개된 종부세 논란이 사그라드는 모양새다. 윤석열 정부도 국회에 제출할 세법 개정안에 종부세 완화 내용을 제외했는데, 그 이유는 종부세를 후퇴하면 그렇지 않아도 오르고 있는 서울과 수도권 집값이 더 뛸 수 있고 종부세 교부금 의존도가 높은 지방 재정 상태가 더욱 나빠질 게 뻔하기 때문일 것이다.
완화 혹은 폐지한 만큼 지방에 교부할 재정을 마련해야 하는데, 가뜩이나 부자 감세와 경기침체로 세수가 줄었기 때문에 정부는 그럴 여력이 전혀 없다. 2023년 세수결손액이 56조4000억여 원이었는데 올해 상반기는 작년보다 10조 원이나 덜 걷혔다는 것이 그 사정을 설명해준다.
그러나 종부세를 포함한 보유세는 강화로 가야 한다. 보유세를 부정적으로 보는 대통령실 성태윤 정책실장은 사실상 보유세는 지방세라고 주장하면서 종부세를 지방세인 재산세로 흡수해야 한다고, 즉 종부세를 폐지해야 한다고 주장하나, 이것은 부동산 부자들의 특권적 이익 보호를 사회 전체의 유익인 것처럼 위장하는 이데올로기적 주장일뿐이다.
보유세는 정부나 사회가 부동산 소유자에게 제공한 혜택에 대한 대가의 성격이 강한데, 이런 관점에서 보면 '국세' 종부세는 정당하다. 강남을 비롯한 서울과 수도권의 부동산 가격이 높은 것은 중앙정부의 오래된 강남 중심, 서울 중심, 수도권 중심 정책에 기인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미 윤석열 정부는 취임 첫해에 종부세 완화 입법을 통해 1세대 1주택 대상자를 52.7%나 줄였고(세액은 64.4% 감소), 다주택 중과 대상자는 무려 88.2%나 줄인 상태다(세액은 91.8% 감소).
윤석열 정부의 부동산 정책은 저출생 '장려' 정책이다
종부세만 후퇴시킨 것이 아니다. 윤석열 정부의 모든 부동산 정책은 부동산 경기 부양에 맞춰져 있다. 그러나 윤 정부의 부동산 정책 전반을 살펴보면 이것은 단순한 부동산 경기 부양책 정도가 아니라 망국으로 몰고 가는 폭주 기관차와 같다고 생각한다. 왜 그런지 하나하나 살펴보자.
윤석열 정부는 올해 출생률 제고를 목표로 최저 1%대 저리의 신생아 특례 대출로 26조 원을 풀었다. 한마디로 말해서 출산에 저리의 주택담보대출이라는 혜택을 제공하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내용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이것은 서울 및 수도권의 집값 띄우기 정책임을 알 수 있다. 생각해보자. 왜 청년·신혼부부들이 연애·결혼·출산을 미루거나 포기할까? 가장 큰 원인은 주거비, 즉 집값과 임대료가 너무 비싸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출생률 제고를 위해 절실히 필요한 정책은 부담 가능한 주택을 공급하거나 지금의 높은 집값의 거품을 빼는 것이다.
그런데 신혼부부에게 저리로 빚을 내서 집 사고 전세 살라고 권하면 어떻게 될까? 지금 우리가 경험하고 있듯이 전세값과 집값의 거품이 더 커지게 되고, 이것은 대출에 접근하기 어려운 절대다수의 청년・신혼부부의 연애・결혼・출산을 더 어렵게 만든다. 그런데 이 신생아 특례 대출 대상자 확대를 윤 정부는 '인구 국가비상사태 대책'으로 선전한다. 거짓도 이런 거짓이 없다.
신생아 특례 대출이 등장한 배경과 과정
잘 알려졌듯이 올해 출시된 신생아 특례 대출은 작년 40조 원 규모의 특례 보금자리 대출의 연장으로 나온 대책이다. 2022년 한국은행은 1.0%였던 기준금리를 2023년 1월 3.5%까지 인상하고 2022년 1월부터 가계대출 관리를 위해서 DSR을 강화한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이란 뜻의 DSR(Debt Service Ratio)는 대출받는 사람의 소득에서 모든 금융 부채의 원금과 이자의 상환 비율을 말하는데, 여기에는 주택담보대출 원리금뿐만 아니라 신용대출, 자동차할부대출, 학자금대출, 카드론까지 포함한다. 그런 까닭에 DSR을 도입하면 주택담보대출 규모는 줄어들 수밖에 없고, 이런 이유와 금리 상승으로 2022년 동안 매매값과 전세값 거품은 어느 정도 빠질 수가 있었다.
이런 까닭에 윤 정부는 부동산 경기 부양을 위해 시중금리를 낮추고 DSR에 적용되지 않는 대출 상품을 만들게 된다. 시장의 자율적 기능을 입이 닳도록 강조하는 윤 정부는 2022년 11월부터 시중은행의 팔을 비틀어 시중금리를 기준금리보다 낮췄고, 2023년 2월부터 DSR에 적용받지 않는 '특례' 대출 상품을 출시하기에 이르렀는데 그것이 바로 40조 원에 달하는 '특례' 보금자리 대출이었다. 이 대출 상품이 출시되자 서울 수도권 집값이 반등했었는데, 결국 이것으로 2023년 가계의 주택담보대출은 45조1000억여 원 증가하여 2022년(+27조 원) 대비 증가폭이 확대되었다.
이것을 경험한 윤석열 정부는 총선이 있던 올해도 DSR의 적용을 받지 않는 대출 상품이 필요했는데, 이것이 바로 26조 원 규모의 신생아 특례 대출이다. 그런데 신생아 특례 대출의 금리가 작년에 출시한 특례 보금자리 대출보다도 최대 3%포인트 이상 낮으니 대출은 급증할 수밖에 없었고 그 결과로 주택담보대출은 2024년 4월 4조1000억여 원, 5월 5조6000억여 원, 6월 6조1000억여 원 증가했으며 이것에 힘입어 서울 및 수도권 매매값과 전세값은 지금도 계속 오르고 있다.
윤석열 정부의 부동산 정책은 '가계' 파탄 정책
인위적 부채 증가의 최대 피해자는 가계인데, 필자가 윤석열 정부의 부동산 정책을 망국으로 몰고 간다고 주장하는 두 번째 이유는 이렇게 '가계'를 파탄시키는 정책이기 때문이다. 가계부채 폭증을 통한 부동산 경기 부양의 본질은 또 다른 민간 영역인 기업(건설업과 금융업)을 살리기 위한 정책이다.
본래 부동산 거품이 꺼지는 국면에서 분양시장은 위축되게 마련이고, 그러면 건설사는 아파트와 택지 분양가를 내리는 것으로 대응해야 하는데, 이것이 바로 시장의 자기 조정 과정이다. 물론 분양가를 내리면 시행사를 포함한 건설사와 금융사의 이익은 줄어들고 심지어 도산하기도 할 것이다.
그런데 인위적으로 가계가 빚을 내서 집을 사도록 유도하고, 중도금 대출 규제를 폐지하고, 청약제도까지 고쳐서 전국 어디서나 유주택자도 분양시장에 뛰어들 수 있게 해서 분양시장을 떠받치면 건설사와 금융사가 구조조정을 할 필요는 크게 줄어들 수밖에 없다. 그리고 이 과정에서 가계는 더 큰 곤경에 빠지게 된다. 갚아야 할 부채의 원리금이 늘어나기 때문이다.
더구나 지금 가계의 경제 상황은 최악이다. 이미 올해 1분기 현재 가계의 실질소득은 1.6%, 실질 근로소득은 3.6%나 줄었다. 카드사 연체액은 2조1000억여 원이 넘었고 서민의 '급전' 창구로 꼽히는 카드론, 그러니까 은행에서 돈을 빌리기 어려운 중신용·저신용자가 주로 이용하는 카드론 잔액이 1년 전보다(3월말 기준, 신한·삼성·KB국민·현대·롯데·우리·하나·BC 등 8개 전업 카드사 카드론 잔액) 2조 4200억 원 증가했으며, 폐업 신고한 자영업자도 평년 80만 명 선에서 100만 명에 육박했고, 1분기 1.3%였던 경제성장률이 2분기(4~6월)에는 –0.2%로 주저앉았다. 이렇게 모든 경제 지표가 나빠지고 있는데 윤 정부는 오직 분양시장을 살리고 서울·수도권 집값의 거품이 더 커질 수 있도록 가계에 빚 내서 집 사고 전세 살라는 정책 구상에만 몰두하고 있는 것이다.
여기에 더해 윤석열 정부는 올 하반기에 120조 원 규모의 부동산 부양책도 내놓았다. 도로·항만 등 신규 SOC 사업에 5조 원을 더 투입하고 그린벨트를 풀어 2만 가구의 공공택지를 조성한다는 정책을 발표했는데, 이것은 침체에 빠진 건설사에 새로운 사업의 기회를 제공하려는 정책이다. 그리고 94조 원 규모의 자금을 풀어 건설사와 금융사가 합작해서 만든 '부동산 PF'를 지원한다는 대책까지 내놓았다.
한번 질문해보자. 왜 경제의 한 주체인 가계(개인)는 부채를 갚기 위해서 투잡 쓰리잡까지 뛰고 있는데, 즉, 자신의 주택 매입이라는 경제행위에 대한 책임을 오롯이 스스로 감당하고 있는데, 건설사와 금융사는 이자와 원금 상환을 연기해주는 것도 모자라 공적 자금을 투입하고, 정부 재정까지 무리하게 투입하여 사업 기회를 열어주고, 심지어 가계부채를 인위적으로 늘려 건설사와 금융사의 이익을 보장해줘야 하는가? 건설사와 금융사의 사업 실패를 스스로 감당하는 시장의 자기 조정 과정을 정부가 왜 방해하는가 말이다.
이미 우리나라 가계부채 비율은 너무 높다. 국제금융협회(IIF)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기준 세계 33개국의 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은 한국이 100.1%인데, 이는 미국의 금융위기가 발발한 2007년 3분기 98.5%보다, 일본의 잃어버린 30년 시작된 해인 1990년 68.4%보다 높은 수준이다. 이렇게 인위적으로 만든 부동산 거품이 터지면 어떻게 될까? 파탄하는 가계가 급증할 수밖에 없다.
윤석열 정부의 부동산 정책은 지방소멸 가속화 정책이다
윤석열 정부의 부동산 정책을 망국으로 몰고 가는 폭주 기관차라고 하는 마지막 이유는 지방소멸을 가속화 정책이기 때문이다. 가계부채 증가에 의존한 서울·수도권의 전세값과 매매값 상승은 지방 거주자들의 서울·수도권 이주를 자극하게 된다. 일자리도 서울·수도권에 많고 집을 사면 더 많이 오를 수 있기 때문이다. 이렇게 서울·수도권의 인구 집중과 지방소멸은 동시에 진행되는데, 윤 정부는 이를 가속화시키고 있다는 것이다.
한편 윤석열 정부는 신도시뿐만 아니라 구도심의 재개발・재건축을 통해서도 공급을 추진하고 있는데, 이것 역시 지방소멸을 촉진하는 정책이다. 이미 재건축 개발이익환수 비율을 낮추는 법을 통과시켰고, 올 1월에는 1기 신도시뿐만 아니라 30년이 넘는 전국의 모든 아파트가 안전진단을 통과하지 않아도 재건축 추진할 수 있게 했으며, 사업성의 핵심 변수인 용적률을 높여주기 위해 특별법까지 만들어 300%의 1.5배, 즉 450%까지 허용했다.
용적률이 올라간다는 것은 무슨 뜻인가? 이것은 같은 대지 면적에 더 많은 세대가 거주한다는 것인데, 늘어난 세대는 하늘에서 떨어진 것이 아니니 상당 부분 지방에서 이주한 세대일 수밖에 없다. 한마디로 말해서 윤석열 정부가 원하는 서울·수도권의 재건축・재개발이 성공할수록 지방소멸은 더욱 가속화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그런데 더 큰 문제는 서울·수도권으로의 인구 집중은 출생률을 더 떨어뜨린다는 것이다. 인구 집중으로 주거비가 올라가고 경쟁압력이 높아지면 출생률이 떨어진다는 것은 이미 작년 말에 발간한 한국은행 보고서("초저출산 및 초고령사회: 극단적 인구구조의 원인, 영향, 대책")도 밝히고 있다. 그 보고서는 도시 분산이 합계 출산율 제고에 가장 크게 도움이 된다고, 무려 출생률을 0.41포인트를 높일 수 있다고 했는데, 뒤집어 생각하면 서울·수도권의 인구 집중은 출생률 하락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 된다.
결론적으로 유주택자, 다주택자, 부동산 부자들의 세금을 깎아주고, 건설사와 금융사에 온갖 혜택을 부여하고, DSR을 피해갈 수 있는 특례 대출을 작년과 올해 합쳐 66조 원이나 공급해 가계부채를 크게 늘려서 얻을 결과는 결국 지방소멸 가속화라는 것이다.
윤석열 이후, 새로운 부동산 체제 어떻게 준비할 것인가?
이렇게 윤석열 정부의 부동산 정책은 저출산을 억제하는 것이 아니라 '장려'하고 수많은 가계를 파탄으로 몰고 가고 있으며 지방소멸을 가속화시키고 있다고 본다. 그런데 필자는 이보다 더 심각한 해악이 있다고 본다. 그것은 사회 공동체를 생각하고 염려하는 윤리의식, 즉 한 사회를 건강하게 지탱하는 데 절대적으로 필요한 정신의 심각한 퇴보다.
결국 윤석열 정부의 정책들은 다른 사람들이야 어찌 되는 말든, 사회가 더 불평등해지고 주거 불안 계층이 양산되든 말든, 지방소멸이 가속화되든 말든, 가계부채가 늘어나 서민경제가 위축되고 나중에 거품이 꺼져 경제 전체가 위험해지든 말든, 자영업 폐업자 수가 늘고 서민의 카드 연체율이 증가하든 말든, 오직 내가 가진 부동산만, 오직 내가 산 집값만 올라가면 된다는, 오직 내 돈 조금 들여서 재건축·재개발을 통해 비싼 새집이 생기기만 하면 된다는 사회 파괴적 '욕망'을 더욱 부추기는 것 아닌가. 이렇게 윤석열의 부동산 정책은 한 사회를 유지하는 윤리의식을 마비시키면서 망국을 재촉하고 있다.
윤석열 정부는 빨리 끝내야 한다. 3년, 아니 하루도 길다. 이러다가 회복하기 어려워질 수도 있다. 그러나 끝내는 것보다 어쩌면 더 중요한 것은 새로운 부동산 체제를 준비하는 것이다. 개인의 부동산 욕망을 조절하고 전환할 수 있는 지속 가능한 부동산 체제를 지금부터 준비해야 한다. 정부 수립 이후, 한 번도 제대로 구상·실행해 본 적이 없는 부동산 체제 말이다.
대전환을 위한 상호 보완적인 정책 패키지를 준비해야 하고, 정책 효능감과 수용성, 그리고 효과성 등을 기준으로 한 정책 투사 시나리오도 마련해야 한다. 필자는 이것이 나라의 장래를 결정짓는, 그래서 지금 우리에게 주어진 가장 중요한 과제라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