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강의 원형' '국보급 하천'으로 평가받는 내성천이 영주댐 공사에 이어 또다시 심각한 위기에 처했다. 윤석열 정부 환경부가 '삽질'을 예고하고 있기 때문이다.
사태의 심각성은 국가명승 제16호 회룡포도 '내성천 삽질'의 영향을 받는다는 데 있다. 환경부는 지난해 회룡포 수해를 근거로 내성천 거의 맨 하류에 있는 회룡포에 준설과 제방 축제를 기획하고 있다.
내성천을 사랑하는 시민들과 환경단체들은 반발하고 있다. '2024 낙동강 현장조사'에 참여한 환경단체 활동가들과 예천 지역 시민사회단체들은 지난 21일 준설 예정 구간인 회룡포 모래톱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참가자들은 준설·제방 건설이라는 "윤석열 정부 환경부의 별 고민도 없고 단편적이고도 기계적인 치수정책"에 대해 강하게 문제제기했다. 이들은 "대통령 깨알 지시 한 마디에 국가명승지마저 삽질을 하겠다는 어이없는 정부정책"이라고 비판했다.
회룡포 홍수는 인재(人災)일 수도 ... 원인 철저히 따져봐야
이들에 따르면, 지난해 회룡포 수해는 기록적 폭우 때문으로 원인을 철저히 따져볼 필요가 있다는 것. 이들은 "내성천 중상류에 들어선 영주댐의 운용의 잘못 때문이라는 주장과 내성천 하류 상주보 영향으로 삼강 쪽 낙동강과 내성천 합류부에서 강물이 정체돼 내성천으로 강물이 역류해 수해가 발생했다는 주장도 있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회룡포 수해는 '4대강사업에 따른 인재(人災)일 수 있기 때문에 그 원인을 철저히 따져봐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들은 "사실상 목적을 상실한 댐이자 당시 정식 준공도 못한 영주댐에 물을 채워둘 것이 아니라 장마를 대비한다면 물을 모두 빼두었어야 했는데 그러질 못했다는 점이 있다"고도 부연했다.
또한 이들은 "회룡포 마을 주민들의 현장 증언에 의하면, '지난해 수해 당시 낙동강에서 물이 제대로 빠지지 않아 강물이 역류했다'는 주장도 들려온다"고 전했다. 이는 상주보의 영향으로 강물이 제때 빠지지 않아 내성천 쪽으로 강물이 역류했다는 견해다.
다른 분석은 또 있다. 한국수자원공사 사장을 역임한 토목전문가 인제대 박재현 교수에 따르면, '지천인 서천의 홍수 유입량과 내성천 본류의 유입량을 비교해 당시 영주댐의 방류량을 산출하는 것이 절적했는지에 대한 분석 또한 철저히 따져야 한다'고 한다.
이들은 "이같은 주장들과 수해 가능성을 정밀하게 살펴봐야겠지만, (정부의) 그런 노력은 전혀 보이지 않는다"라며 "그저 수해를 입었으니 준설과 제방을 쌓아야 한다는 무성의하고 기계적인 논리로 점철하고 있을 뿐"이라고 비판했다.
국가명승이자 우리나라 가장 아름다운 하천에 '삽질'을?
"내성천과 회룡포가 어떤 곳인가? 국보급 하천 내성천이 마지막 용트림을 하듯 360도 회돌아나가는 우리나라 갑입곡류(嵌入曲流) 지형의 대표적 하천으로 아름다운 백사장과 어우러진 경관이 특히 빼어나 국가명승 제16호로 지정된 곳이다.
내성천 또한 국토교통부 지정 2008년 우리나라에서 최고로 아름다운 하천으로 뽑힌 바 있는, 그야말로 국보급 하천으로 우리나라에서 최초의 하천 국립공원으로 지정해야 한다는 요구가 터져나올 정도로 빼어난 아름다움을 간직한 곳이다."
21일 환경부 비판 기자회견에 참가한 이들이 설명하는 내성천과 회룡포의 가치다. 기자회견 참자자들은 "이런 하천은 가급적 원형 그대로 보전해서 누대로 물려줘야 할 국가문화유산임에도 윤석열 정부 환경부는 강바닥을 긁어내는 준설공사와 인공 제방을 쌓아 자연성과 그 아름다운 경관을 망치려 하고 있다"라고 주장했다.
이들은 "환경부는 회룡포 준설과 제방 축제 기획을 즉시 중단하고, 환경부 본연의 임무답게 아름답고도 빼어난 경관을 자랑하고 생물다양성의 보고인 내성천과 회룡포를 온전히 그대로 보전하라"고 강력히 촉구했다.
또한 "홍수를 예방하는 치수사업을 꼭 벌여야 한다면 준설공사는 치수사업의 하책일 뿐이다. 서구 선진 사회처럼 자연기반 해법(NbS)에 의거한 선진적인 치수사업을 벌여야 할 것"이라며 "제방을 뒤로 후퇴시킨다거나 자연적인 홍수터를 만들어 수해를 근본적으로 예방해야 한다"고 대안을 제시했다.
이들은 "만약 환경부가 이러한 선진적인 해법과 대안도 무시한 채 환경보전이라는 환경부 본연의 임무마저 망각하고 기어이 준설과 제방공사라는 '삽질'을 강행한다면 큰 국민적 저항에 직면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어 "준설 등은 근본적인 홍수예방도 되지 않을 뿐더러 국가명승 회룡포와 내성천의 원형을 망가뜨리는 일로서 국민적 지탄의 대상이 될 뿐"이라고 규정했다.
"윤석열 환경부의 삽질 정책에 맞서 끝까지 싸울 것"
이날 기자회견에서 현장 발언에 나선 '2024 낙동강 현장조사단' 단장 박창근 가톨릭관동대 토목공학과 교수는 이번 윤석열 정부 환경부의 '삽질' 계획의 잘못된 근거를 다음과 같이 지적했다.
"영주댐은 국민세금 1조1000억 원으로 만들어졌다. 낙동강 중하류에서 수질이 악화되면 영주댐 물을 풀어서 수질을 개선한다는 게 주된 편익이었다. 홍수 편익은 고작 0.3% 정도 됐다. 다시 말해서 영주댐 하류에는 홍수가 안 난다는 뜻이었다.
그러면 '왜 여기에 홍수 피해가 났는가'에 대해 공학적으로 검토해야 한다. 제가 그동안 영주댐을 관찰하고 조사한 결과, 댐 운영을 잘못하지 않았는가, 오히려 영주댐 하류 지역의 홍수 위험을 증가시키는 방향으로 운영되지 않았는가 라는 의심을 갖고 있다.
만약 회룡포 일대가 홍수 위험에 계속 노출된다면, 주민들을 위해서라도 홍수 예방 사업을 해야 된다. 홍수 예방 방법은 공학적으로 아주 많다. 그러면 여러 대안 중 서택을 해야 하는데 대통령의 깨알 지시 '준설'을 염두에 두고 지금 사업을 추진하고 있는 것 같다."
낙동강유역 환경단체들의 연대체인 낙동강네트워크 강호열 대표는 정부의 잘못된 '삽질 정책'에 맞춰 끝까지 싸울 것을 천명했다.
"이 모래톱의 가치와 하천 주변의 수생태 환경의 가치는 경제적 가치로 판단할 수 없다. 유구한 역사와 보존의 의미도 있다. 이곳은 국가명승 제16호로 지정돼 있는, 많은 국민이 사랑하는 곳이다. 그런데 우리가 서 있는 이 모래를 퍼내고 제방을 둘러싸게 해 두 번 다시 돌이킬 수 없는 삽질을 (정부가) 예고하고 있다.
우리는 이를 온몸으로 거부하고 환경부의 하천 정책과 준설 정책, 하천 생태보존 방향에 대해 문제를 지적하고 견인할 필요가 있다.
물 흐름은 막히지 않아야 한다. 그런데 이곳은 현재 상주보로, 영주댐으로 막혀 있다. 가두고 있다. 가두던 물그릇에서 흘러나오는 물을 수용하지 못하고 물 흐름을 회복하지 못하는 상태에서 침수가 일어나는 것은 사필귀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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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회룡포 삽질 계획 철회하라! 2024 낙동강 현장조사에 나선 환경단체 활동가들과 예천지역 시민사회단체 활동가들이 환경부의 삽질 예정 구간인 회룡포 백사장에 모여 기자회견을 가지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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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수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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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기자는 대구환경운동연합 활동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