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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랜드 이집트 박물관의 대형홀의 모습 개관을 앞둔 그랜드이집트박물관은 축구장 12개가 들어가는 거대한 면적을 자랑한다.
▲ 그랜드 이집트 박물관의 대형홀의 모습 개관을 앞둔 그랜드이집트박물관은 축구장 12개가 들어가는 거대한 면적을 자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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런던의 영국박물관, 파리의 루브르박물관, 뉴욕의 메트로폴리탄 등 전 세계 유수의 박물관을 방문하다 보면 빼곡히 차있는 이집트의 화려한 유물을 보며 절로 감탄을 금치 못한다. 수천 년 전의 황금장식품, 오벨리스크, 부조 등 수많은 유물은 번성했던 고대이집트를 증명해 준다.

로제타스톤, 네페르티티 흉상, 사자의 서 등 각국에 흩어져 있는 유산과는 별도로 여전히 이집트에 그대로 남아있는 것도 꽤나 많다.

제국주의 열강들이 경쟁적으로 이집트의 유물을 반출하던 19세기 프랑스의 오귀스트 마리에트는 더 이상의 반출을 막기 위해 카이로에 박물관을 설립하니 현재 타흐리르 광장에 자리한 이집트 박물관이 바로 그것이다.

박물관 같지 않은 박물관... 먼지도 쌓여있다

그랜드이집트박물관 그랜드이집트박물관의 외관, 국립중앙박물관 처럼 양옆으로 길게 뻗어있다.
▲ 그랜드이집트박물관 그랜드이집트박물관의 외관, 국립중앙박물관 처럼 양옆으로 길게 뻗어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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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르메르 팔레트, 투탕카멘의 황금마스크, 조세르 석상 등 최고의 유물을 한자리에서 만날 수 있는 유일한 박물관이다. 하지만 너무나 많은 유물을 소장한 나머지 박물관이 아니라 덕지덕지 방치된 채 무질서하게 쌓여있는 듯한 낡은 창고에 온 듯한 인상이다.

몇몇 스타급 유물을 제외하고는 관람객의 눈길조차 받지 못해 먼지더미에 놓여 있는 경우도 많았다. 이집트 정부는 이런 점을 개선하고자 세계 최대의 박물관을 건립하는 계획을 수립했다. 기자 피라미드의 북쪽에 들어서는 그랜드 이집트 박물관은 축구장 12개가 들어가는 연면적으로 지구상에 존재하는 가장 거대한 규모의 박물관이다.

박물관 하나를 짓는 데에 6억 달러, 1조에 가까운 예산을 소모하는 것은 범국가적인 차원의 것으로 선진국들도 진행하기 쉽지 않은 프로젝트다. 2002년부터 수립된 계획은 현실의 벽과 여러 사정으로 부딪쳐 수차례 연기되었다.

본래 2012년 개관 예정이었던 이 박물관은 코로나, 불안한 국가정세, 자금난, 이집트 박물관의 비협조 등 다양한 이유로 현재까지(2024년 9월) 전면 재개장이 연기된 상태다.

현재 그랜드 이집트 박물관은 람세스 2세의 석상, 오벨리스크, 비석 등 일부 석물만 살필 수 있으며 가이드 투어를 통한 제한관람만 열린 상태다. 아직까지 투탕카멘의 유물은 여전히 기존 박물관에서 만날 수 있다.

해설사 그랜드이집트박물관에 담긴 이야기를 흥미롭게 풀어내는 해설사
▲ 해설사 그랜드이집트박물관에 담긴 이야기를 흥미롭게 풀어내는 해설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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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가오픈되어 있는 그랜드 박물관에 방문하기 위해서는 공식 홈페이지(visit-gem.com)를 통한 온라인예매를 하는 것이 좋다. 이미 이 박물관은 전 세계의 수많은 이집트 애호가들의 관심을 끌기 때문에, 평일에도 꽤 많은 방문객이 찾고 있다.

다만 카이로가 아닌 외곽에 위치한지라 택시나 우버를 이용하길 추천한다. 박물관에 가까워질수록 멀리서도 그 위용이 선명하게 다가와서다.

건물의 좌우로 길쭉한 모양새를 보니 흡사 국립중앙박물관과 비슷하다. 주위가 아직도 공사판이라 이곳을 찾는 초행자들은 그 입구를 찾기 수월치 않다. 시간에 맞춰 입구를 통과하면 오벨리스크와 함께 다양한 언어로 적힌 이집트 문자를 만날 수 있다('이집트'라는 한글 단어도 있다.)

이집트 박물관의 외벽 그랜드이집트박물관의 외벽에는 전세계 문자로 세겨진 글자를 만날 수 있다.
▲ 이집트 박물관의 외벽 그랜드이집트박물관의 외벽에는 전세계 문자로 세겨진 글자를 만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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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부의 홀로 들어서자마자 족히 비행기 10대는 들어갈만한 거대한 공간이 등장하고 로비에는 12미터의 람세스 2세의 석상이 시선을 압도하는 모습으로 우리를 반겨준다. 여권을 맡기고 송수신기를 대여하면 해설사의 안내를 통해 박물관으로 욺 겨진 주요 유물을 함께 만날 수 있다.

그랜드 이집트 박물관, 약칭 GEM으로 불리는 이 건축물은 아일랜드의 헤네건 펑이 설계했다. 곳곳에 피라미드와 연계되는 요소를 차용했는데 박물관의 세 꼭짓점이 기자의 3대 피라미드와 일직선으로 연결되어 있는 것이 대표적인 예다. 내부의 홀, 입구, 문양, 구조 등에서 피라미드 형태가 아닌 것이 없었다.

노약자도 편안히 관람하게 한 '에스컬레이터' 전시

아흐메드라는 이름의 해설사는 이 박물관을 짓기까지 수많은 난관이 있었다며 이집트 측은 특별히 일본 정부에 감사하고 있다는 언급을 수차례 강조했다. 그도 그럴 것이, 사업비용의 75프로를 일본이 차관으로 지급했으며 이와 더불어 카이로 지하철 4호선, 대학건립 등 이집트의 수많은 인프라에 30억 달러 가까이 투자하고 있기 때문이다.

중국은 주요 도시와 카이로의 직항 편이 수시로 다니고 있으며 중국어를 배우는 학과도 곳곳에 들어서고 있다. 아랍과 아프리카를 이어주는 이집트의 지정학적 중요성을 누구보다 잘 인식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집트박물관의 석조물 그랜드이집트박물관의 계단을 따라 놓여있는 수많은 석조유물들
▲ 이집트박물관의 석조물 그랜드이집트박물관의 계단을 따라 놓여있는 수많은 석조유물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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넓은 홀에서 투어가 끝나고 계단을 따라 들어서 있는 석조물을 관람하며 꼭대기까지 올라가는 경로가 이어진다. 인상 깊은 점은 측면에 에스컬레이터가 설치돼 있어, 노약자나 임산부 등도 편안한 관람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각각의 유물의 조명과 로케이션은 철저히 관람자의 시선을 반영해 그 가치를 더해주고 있고 시대와 인물에 따라 동선이 원활하게 이루어져 박물관에 대한 피로를 한층 누그러뜨리고 있다.

아케나텐, 클레오파트라, 아메넴헤트 등 낯설지 않은 이름과 그에 얽힌 에피소드를 만나다 보니 어느새 정상에 이르렀다. 넓은 통창 너머로 기자의 대피라미드가 보이기 시작했다. 피라미드를 찾는 여행객들이 보기 힘든 북쪽면의 풍경이라 신선하다.

공사가 진행중인 별관 건물 아직도 공사가 진행중인 이집트박물관, 별관에는 쿠푸왕의 태양의배가 전시되어 있다.
▲ 공사가 진행중인 별관 건물 아직도 공사가 진행중인 이집트박물관, 별관에는 쿠푸왕의 태양의배가 전시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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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서 피라미드까지는 2km 정도로 날씨가 허락한다면 충분히 도보로 가능한 거리다. 아흐메드씨는, 현재 박물관과 피라미드 사이에 리조트단지와 쇼핑몰을 건설하고 리조트에서 구름다리로 연결해 도보나 카트로 피라미드를 방문할 수 있게 만드는 공사가 진행 중이라는 언급을 한다.

그의 말대로라면 향후 몇 년 사이에 천지개벽으로 이 일대가 변할 것이다. 다시 계단을 내려오며 주위를 살피니 현재 비어있는 투탕카멘 전시관, 각종 유물 전시관의 안내판이 필자에게 한결 아쉬움을 남긴다. 이 화려한 공간은 언제쯤 이집트의 화려한 유물들로 가득 찰 것인가?

투어 참가자들이 저마다 해설사에게 언제쯤 정식 오픈할 것 같으냐고 질문을 던진다. 그는 아마도 올해 늦가을쯤 정식 개관할 것 같다고 이야기하지만, 이 또한 기약 없는 외침일 뿐이다. 그는 마지막으로 GEM의 개관을 통해 각국에 흩어져 있는 유물의 반환이 원활하게 이어지길 기대한다는 말과 함께 해설을 마무리했다.

해설사의 투어가 끝나면 자유롭게 이 공간을 둘러볼 수 있다. 본관 뒤편에는 쿠푸왕의 피라미드에서 발견된 태양의 배를 전시하는 별관이 공사 중이며 곳곳에 어수선한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하지만 관람객의 편의를 위한 공간은 충분하다.

스타벅스를 비롯한 이집트의 유명 프랜차이즈가 몰려 있는 식당가는 물론 기념품을 판매하는 상점도 성업 중이다. 이집트인의 자부심이 되어가는 그랜드 이집트 박물관, 하루빨리 정식으로 문을 여는 그날을 기대하며 다시금 찾을 날을 학수고대한다.

덧붙이는 글 | 강연, 프로젝트, 기고문의는 ugzm@naver.com


#운민#이집트#여행#역사여행#경기별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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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 인문학 전문 여행작가 운민입니다. 팟케스트 <여기저기거기>의 진행을 맡고 있습니다. obs라디오<굿모닝obs>고정출연, 경기별곡 시리즈 3권, 인조이홍콩의 저자입니다. 강연, 기고 연락 ugzm@naver.com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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