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직업학교 미용 강사 활동, 편의점 직접 경영, 경력 단절 후 일을 하고 싶다는 간절한 마음이 통해서 결국 좋아하는 일을 찾게 된 분을 만났다. 동화구연, 책놀이 등 다양한 강의를 하고 있는 성정하(50세) 강사다. 그의 일에 대한 진정성 있는 절박함이 주변 사람들을 움직이게 했다. 인터뷰 후 필자는 이런 말을 덧붙이고 싶다. 절박하면 문을 두드리지만 말고 문을 활짝 열어젖혀라.[기자말] |
◈ 1998년 서울 소재 직업학교 미용 강사 활동
◈ 2001년 ~ 2006년 편의점 5년 경영
◈ 2015년 동화구연 공부를 시작으로 책놀이 등 활동 폭을 넓히며 현재까지 지속
◈ 자격증 : 동화구연, 토탈공예, 클레이(점토 계통), 책놀이, 독서토론, 북아트 등 2급 이상 자격증 / 실버동화구연, 실버오감미술, 실버인지놀이, 실버 레크리에이션, 실버건강체조 / 원예심리상담사 1급
- 편의점을 접고 8년간의 경력 단절 기간이 있었는데 어떠셨어요?
경력 단절 기간 일하고 싶다는 생각이 많이 들었어요. 저는 우리 아이를 키운다고 정신이 없어서 그런지 불안이나 우울감 같은 건 없었어요. 아이도 잘 키워야겠다는 생각에 결혼하면 도서관이 옆에 있는 집에서 사는 게 소원이었어요. 근데 남편이 마침 도서관 옆에서 살고 있었어요. 아이를 낳고 도서관에 다니면서 아이에게 책을 읽어줄 때 제가 목소리를 조금 바꿔가면서 읽어주니까 아이가 재미있어 하고 되게 좋아했어요. 우리 아이가 초등학교에 입학한 후 도서부에 들어가서 책 읽어주는 봉사를 시작했었어요. 배우면서 바로 실전으로 써보니까 저한테 도움이 많이 됐어요. 아이들에게 책 읽어주는 게 가장 행복했고 좋았어요.
- 어떤 과정을 거쳐서 이 일을 하게 되셨나요?
제 인생 첫 직업은 IMF 때 서울에 있는 정부 지원 무료 직업학교에서 미용 관련 시험을 준비하는 친구들을 가르치는 강사였어요. 미술을 전공하다가 메이크업을 배우고 싶어서 그 당시 잘나가던 미스코리아 출신 배우 이승연씨의 메이크업 아티스트인 정샘물이라는 분을 보면서 꿈을 키웠어요. 그런데 우리나라에서 딸 수 있는 자격증이 미용 자격증, 헤어밖에 없었어요. 학원에서 시험 2번 만에 합격하고 원장님이 직업학교 교사로 발탁한 거예요. 그때가 IMF 때라서 학생들이 정말 엄청나게 밀려 들어왔었어요. 보조강사부터 시작해서 자격증 과정을 가르치는 일을 하다가 몇 년 지나니까 점점 미용이 하향세로 돌아서면서 회사가 정리된 거죠.
결혼 전에 회사를 관두고 집에서 운영 중이던 편의점 2개 중 하나를 제가 맡아서 하게 되었어요. 한 5년 정도 대략 2006년까지 했을 거예요. 그 후 8년 정도 경력 단절이 되고 2015년에 동화구연 공부를 시작했어요. 우연히 교육청에서 동화구연을 가르친다는 소식을 듣고서 재빨리 전화를 했죠. 1명 뽑는데 먼저 신청한 분이 있어서 저는 안 된다는 거예요. 염치 불고하고 교육청 담당 선생님한테 찾아갔죠. 이거 꼭 배우고 싶다고 간절한 마음으로 애원했어요. 그랬더니 어머님이 끝까지 가실 분이라 담당 선생님이 특별히 얘기를 하겠다고 해서 저희 학교만 두 명 올라갔어요. 그후 자격증 시험까지 봐서 3급을 획득했어요. 절실하게 문을 두드리니까 기회가 오더라고요.
- 지금 하시는 일 소개 부탁합니다.
먼저 동화구연으로 그림책을 소개해주고 그에 따른 독후 활동을 여러 가지로 해주고 있어요. 종합 공연이 간단한 게 아니잖아요. 저는 스토리텔링을 배우기도 했고요. 제가 수업하기 전에 10번 이상 많이 읽어보고 준비해서 약간의 내용 수정도 살짝 합니다. 스토리텔링이니까 그림을 통해서 아이들이 좀 지루할 수 있는 부분은 대화 부분을 넣어서 이럴 때는 이런 대화가 들어가면 재미있겠다 라고 내용 수정을 약간 해요. 그림만 10번 이상 눈으로 먼저 읽은 후 소리 내어서 10번 정도 또 읽어요. 저만의 강의 기술이지만 공개합니다. 10번 읽기의 의미는 그림 하나하나를 보면서 눈으로 읽기를 하고요. 근데 10번을 읽어도 제가 못 찾는 부분을 아이들이 찾아내요. 깜짝 놀랄 때가 많아요. 공부를 또 한 번 하게 되는 거죠. 다음 수업에서 응용할 수가 있어요. 그림 부분에 없는 대사도 넣으면서 목소리 변화를 더 힘 있게 해서 읽어주면 아이들이 훨씬 더 재미있어 해요. 총 20번 정도는 읽어요. 매일 읽고 또 읽으면서 공부하면 훨씬 더 좋은 이야기가 나와요. 학교와 도서관에서 주로 강의하는데 학교가 거의 80~90% 돼요.
- 일하시는 동안 특별히 힘든 일이 있으셨다면?
재료 준비과정이 육체적으로 많이 힘들어요. 어떤 때는 새벽 2시까지 오리고 붙이고 해요. 온 가족이 도와줘야 끝나는 때도 있고요. 우리 가족이 동화구연 한 작품에 총동원되어서 강의 제작진이 되었어요. 제가 강의하면서 이런저런 준비를 혼자 다 하기는 힘들거든요. 계획안 작성부터 시간적으로도 엄청난 투자를 해야 해요. 그거 외에는 힘든 일은 없어요. 강의 재료가 흙일 때 그걸 옮기는 일은 남편이 해줘요. 아주 선수급이죠. 그게 원활하지 않을 때는 보조 선생님 한 분을 씁니다. 먹는 거라든지 안전이 무엇보다 우선이 돼야 할 때는 무조건 보조강사를 써요.
- 이 직종은 어떤 매력이 있나요?
일이 즐겁다는 것이 최고의 매력이죠. 그리고 제가 별명이 개똥이에요. 학교 아이들에게 왜 개똥이냐고 물어봤더니 수업 시간에 개똥이 얘기를 많이 해서 붙여줬다네요. 옛날에 귀한 아이한테는 개똥이라고 불렀거든요. "개똥아 개똥아" 이렇게 얘기해 주면서 "너희들도 귀한 아이들이다, 나한테는 개똥이다" 라고 얘기했더니 아이들이 저한테 개똥이 쌤이라고 항상 불러요. 평일 아침에 학교에 가면 1교시부터 4교시 수업을 하는데 벌써 개똥이 소리가 저 멀리서 들려요. 근처 전통시장에서 아이들이 개똥이 쌤을 하도 불러서 시장 상인분들도 제가 개똥이인 걸 알 정도로 유명(?)해졌어요.
- 수입은 어느 정도 되나요?
수입은 매월 달라요. 월평균 순수입이 적을 때는 300만 원, 많을 때는 500만 원 정도 돼요.
- 중급 강사에 이르기까지 어느 정도의 비용이 투입되었는지?
처음 동화구연 시작할 때는 비용이 들어가지 않았어요. 학원비 정도 들어갈 수 있는데 지방자치단체에 따라 다를 수 있지만 무료 수업을 찾아보면 할 수 있는 게 많아요. 5만 원 정도의 자격증 발급 비용만 들어도 시작할 수 있어요. 내가 발품을 팔고 주변에 이거 배우고 싶다고 소문을 내면 10만 원 내외로도 가능해요.
지금까지의 총비용을 정확히 얼마라고 말씀드리긴 어렵지만, 지금도 계속 비용이 투입되고 있어요. 현재는 제가 원예를 배우기 때문에 흙을 20kg씩 이것 저것 다 사서 이리저리 넣어보고 섞어보고 식물을 키우면서 배우는 과정을 거치고 있거든요. 다육이, 꽃다발, 화분, 작은 화초들, 먹거리인 상추 등 텃밭 운영하고 연구하는 비용이 계속 들어가고 있어요.
- 이와 관련된 일을 하고 싶다면 어떤 준비를 해야할까요?
일단 꼭 해야 되는 거는 동화 구연이고 그다음에 내가 가장 즐겁고 재미있고 좋아하는 것을 찾아 보시길 권합니다. 아이의 눈높이에 맞춰서 또 약간의 변형을 주면서 공부를 스스로 많이 해보셔야 돼요.
- 선생님은 하고 싶은 일을 어떻게 찾으셨나요?
가장 즐거운 일, 내가 제일 잘 아는 것을 찾는 거죠. 저는 우리 아이한테 책 읽어주는 걸 좋아했어요. 책을 읽어주다 보니까 '아! 이것은 내가 잘할 수 있겠구나'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때는 지금처럼 목소리를 다양하게 낼 수는 없었지만 공부를 꾸준히 해서 할머니와 할아버지 목소리도 내게 되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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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 읽어 주는 할머니' 목소리 구연하는 성정하 강사 책 읽어 주는 할머니 목소리를 구연하는 성정하 강사는 천의 목소리를 지녔다. 웬만한 성우 목소리 연기를 연상하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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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부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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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평소 인생 후배들에게 이 얘기는 꼭 해주고 싶다 하는 현실 조언?
첫째, 조급함이 없어야 해요. 욕심을 내려놓으세요. 내가 돈을 꼭 벌어야겠다는 욕심이 앞서면 어떤 일이든 실패할 확률이 높더라고요. 처음부터 저는 돈을 벌어야겠다는 욕심은 없었어요. 그냥 학교에 들어와서 아이들과 놀 수 있는 시간이 있다는 게 즐겁고 지금도 그거는 마찬가지예요. 그렇다고 돈에 아예 욕심이 없다면 거짓말이겠죠.
둘째, 즐겁게 즐겨라. 그러다 보면 어느 정도 돈도 따라오고 중급 이상의 수준으로 올라갈 거예요. 제가 하는 수업은 공부하는 수업이 아니라 재밌게 노는 시간이었어요. 아이들에게 제가 "이제 수업 끝났어요."라고 하면, 아이들이 "아니! 수업이었어요. 노는 거 아니었어요." 라고 할 정도로 만족해 하고 고마워해서 저는 늘 수업시간이 기다려져요.
셋째, 계속해서 노력해라. 너무 평범한 조언이죠. 그러나 계속 노력하지 않으면 강의하는 걸 유지할 수가 없거든요. 캐릭터도 어떨 때는 '뽀로로'가 유행했다가 또 어떨 때는 '시나모롤'이 유행했다가 하면서 자꾸 바뀌어요. 그런 흐름을 잘 알아야 해요.
- 이 직종의 전망과 앞으로 언제까지 하실 계획인가요?
저는 80세 넘어서도 할 생각입니다. 저희 유치원에 들어가면 '책 읽는 할머니'라고 책을 읽어주시는 어르신들이 계세요. 제 꿈이 '책 읽는 할머니'로 80세 넘어서까지 힘이 닿는 대로 일하는 겁니다.
전망이 좋고 나쁘고를 떠나서 초등학교 이하 아이들과 함께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저는 즐거워요. 그리고 그냥 들을 수만 있으면 누구든 상관없어요. 꼭 아이들만 상대로 할 필요는 없거든요. 어르신들에게도 동화책을 읽어줄 수 있어요. 실버 동화구연, 레크리에이션, 미술 등 노인 관련 자격증도 모두 취득했어요. 어린이뿐 아니라 어르신까지 확장하면 전망은 괜찮을 거로 생각해요.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개인 블로그, 다음포털 브런치스토리에도 실립니다. 현재까지 총 48화의 인터뷰를 진행했습니다. 이전 인터뷰 기사가 궁금하시면 <퇴직 후 나는 다른 일을 한다> 책을 참고하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