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일 국회 외교통일위원회의 외교부 국정감사에서는 체코 원전 수주 성과를 두고 여야가 공방을 벌였다.
야당이 웨스팅하우스와의 지식재산권 분쟁 등을 지적하면서 "체코 원전 문제는 정부가 제대로 국익을 챙기면서 해야 한다"고 성토하자, 여당은 '덤핑 수주' 의혹을 일축하면서 정부를 적극 엄호했다.
이재강 더불어민주당 의원(경기 의정부시을)은 "체코 대통령은 최종 계약서가 체결되기 전에는 확실한 것이 없다고 윤석열 대통령 면전에서 선을 그었다"면서 "결국 웨스팅하우스와의 분쟁이 해소되지 않으면 최종 계약은 어려운 것 아니냐"고 지적했다.
이 의원은 곧 치러질 미국 대선을 앞두고 트럼프 후보가 원전 패권 장악을 시사하는 메시지를 낸 점을 거론하면서 "웨스팅하우스가 어디까지 요구할지 알 수가 없다. 그런데도 윤석열 대통령은 24조 원을 수주했다고 국민들에게 과잉 홍보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이에 김건 국민의힘 의원(비례대표)은 '덤핑 수주' 의혹을 '이상한 말'로 규정하면서 "체코 현지 언론에서 체코 정부 당국자를 인용해 우리가 프랑스와 가격 차이가 나지 않지만 한국을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한 것은 한국 기업이 공기 내에 완성할 수 있다는 점을 크게 샀다고 한다"고 주장했다.
조태열 외교부 장관도 "한미 간 협의 없이 우선협상대상자 선정 발표가 이뤄질 수 없었다는 것을 말씀드린다"면서 "한미 간 지재권 문제와 수출 통제 문제가 원활히 이뤄졌기 때문에 합의가 이뤄지고 협력이 진행된 것"이라고 반박했다.
체코는 지난 7월 한국수력원자력(한수원)을 두코바니 신규 원자력 발전소 2기 건설 사업자로 선정했는데, 이후 미국 웨스팅하우스와 프랑스 전력공사(EDF)가 항소를 제기했다. 웨스팅하우스는 한수원이 자사의 기술 기반 원자로 수출 라이선스 계약을 체결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EDF는 최종 입찰에서 패한 것을 두고 한수원과 법적분쟁을 벌이고 있다.
한수원은 2022년 11월 미국 에너지부에 원전 수출을 위해 신고절차를 밟았지만, 에너지부는 신청주체가 미국 혹은 미국 기관이어야 한다는 이유로 이를 반려한 것으로 알려졌다. 때문에 미국이 허가하지 않는 한 사실상 한국의 원전 수출이 어려운 상황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여야, 외교부 기밀문서 놓고 설전
이날 여야는 김준형 조국혁신당 의원(비례대표)이 국감장에서 공개한 외교부의 기밀문서를 놓고 설전을 벌이기도 했다.
김 의원은 지난해 11월 세계박람회 유치국 결정을 위한 국제박람회기구(BIE) 투표 직전 외교부가 당시 판세를 보고한 '2030부산세계박람회 판세 메시지 송부'라는 제목의 3급 기밀문서를 대형스크린을 통해 공개했다. 그러면서 김 의원은 "1차 투표에서 치열한 접전이 예상되며, 2차 투표에서 한국이 과반을 득표해 유치에 성공할 것"이라고 분석한 외교부의 정보력을 비판했다.
외교부의 분석과는 달리 실제 투표에서는 사우디아라비아가 1차 투표에서 참가국의 3분의 2 이상인 119표를 얻어 2차 투표 없이 박람회를 유치했고, 한국은 29표를 얻는 데 그쳤다.
김 의원이 문서를 공개하자 조태열 장관은 "저 문서를 어디서 입수했느냐"고 물으며 "3급 비밀문서를 화면에 띄우는 것이 어떻게 가능한 일인가"라고 항의했다.
제보를 통해 해당 문서를 입수했다고 밝힌 김 의원은 "이 문서는 올해 6월 30일부로 일반문서로 재분류 된 것"이라며 "다른 나라와 협상에 대한 내용이 아니고, 본부와 공관의 일이기 때문에 수개월간 고민해 (공개를) 결정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자 조 장관은 "보존기한이 지났다고 자동적으로 일반문서로 분류되는 것이 아니라 외교부가 재분류 조치를 해야 일반 문서가 된다"면서 유출 경위를 조사해 관련자를 엄중 처벌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여당 의원들도 가세했다. 김기현 국민의힘 의원(울산 남구을)은 "3급 비밀 사항으로 분류된 문서인 것이 명시된 문서가 전 국민, 전 세계 국가가 다 보는 자리에서 공개가 됐다"며 "입수 과정에서 절차가 지켜졌던 것인지, 절차가 지켜지지 않았다면 그에 대한 책임을 반드시 물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건 의원도 "3급 기밀문서가 유출된 것은 국기를 흔드는 것이고 범죄행위"라며 성토했다.
반면 민주당 의원들은 김준형 의원을 두둔했다.
위성락 의원(비례대표)은 "이 문서가 만들어진 시점에는 보안을 지킬 실익이 있었을 수 있었지만, 지금 시점에선 실익이 없다"면서 "부산 엑스포 유치 실패는 우리 외교의 참사 중 참사인데 누가 잘못했는지, 어떻게 고쳐야 하는지 따지는 게 국회가 할 일"이라고 지적했다.
같은 당 조정식 의원(경기 시흥시을)도 "기밀문서가 유출된 경위는 정부에서 조사하면 되는 것이고, 국회는 자료를 확보하면 뭐든지 질문할 수 있는 것"이라며 "왜 국회의원이 국감 시간에 면책 특권을 가지고 질의하는데 장관이 따져 묻느냐"라고 목소리를 높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