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본국으로 강제송환돼 투옥될 위기에 처했던 버마인 활동가 샤린(29, 가명)이 풀려났다.

법무부는 10일 강제퇴거명령에 대한 이의신청을 받아들여 샤린의 보호조치를 해제한다고 밝혔다. 또한 샤린의 난민신청을 공식 접수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지난 3월 9일 불법체류자 단속에 걸려 인천출입국관리사무소 외국인보호소에 구금됐던 샤린은 10일 오전 10시 버마 민족민주연맹(NLD) 한국지부 회원들의 품으로 돌아왔다.

샤린의 법정대리인인 박찬운 변호사는 과거 강제퇴거명령이 철회된 사례가 매우 희박했다는 점에 주목하면서 법무부의 이번 결정이 "국제사회와 인권단체로부터의 비난을 피하기 위해 내려진 결정이라 할지라도 대단히 진일보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또한 "대부분의 난민신청 희망자들이 기한을 넘겼다는 이유만으로 난민신청서류 접수조차 거부당하고 있는 현실에서 샤린의 경우는 새로운 전례가 됐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난민, 명백한 박해사실 증명해야

그러나 박 변호사는 "이번 결정이 샤린의 난민인정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라며 긴장을 늦추지 않았다. 난민으로 인정받기 위해서는 명백한 박해의 공포때문에 본국으로 돌아갈 수 없다는 사실을 증명해야 하기 때문이다.

법무부 역시 이번 결정에 대해 특별한 의미부여를 거부했다. 체류심사과의 오주호 계장은 "불법체류자라는 불안한 신분때문에 난민신청을 제때하지 못했다는 주장의 타당성을 인정해 출입국관리법에 따라 '기타 부득이한 사유'로 처리, 난민신청 접수를 받은 것뿐"이라며 난민인정은 이와 별도로 진행된다고 밝혔다.

현재 샤린은 버마 민족민주연맹 한국지부 사무실에서 기거하고 있으며 앞으로「부천외국인노동자의 집」의 도움을 받게될 예정이다.

NLD 한국지부, 집단 난민 신청 준비

한편 버마 민족민주연맹 한국지부 회원 20여명도 집단적으로 난민지위신청을 제기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현재 유엔난민고등판무관실(UNHCR) 한국사무소를 방문해 난민지위신청에 필요한 인터뷰를 마쳤으며, 이번 달 안으로 출입국관리사무소에 난민신청서를 제출할 계획이다.

이 기사는 [인권하루소식 2000년 5월 11일]에서 발췌한 내용입니다.

덧붙이는 글 | 인권하루소식(2000년 3월 25일)논평도 함께 올립니다.

<논평> 미얀마 활동가, 박해 예견하면서도 강제송환인가 

최근 정부는 버마민족민주동맹(NLD) 한국지부의 활동가인 버마인을 사지로 내쫓으려 하고 있다. 

그가 돌아갈 곳이 어떤 곳인가? 총선거에서 82%의 지지를 얻은 정당이 정권을 인수하지 못한 나라이다. 대학문은 3년째 닫혀 있고, 어떤 정치활동에도 체포·고문·처형이 따라붙으며, 군부를 위한 강제노동에 생계조차 꾸리기 어려운 나라이다. 이와 같이 40여 년 군부통치의 광란이 춤추는 곳으로 우리 정부는 '한 인간'을 '강제퇴거'라는 관에 넣어 보내려는 것이다. 

지금 세계는 난민의 홍수에 몸살을 앓고 있다. 그래서 많은 나라들이 난민을 수용하기에 인색한 것도 사실이다. 난민에 대한 우리 정부의 냉혹한 태도는 뭐 다른 나라들에 비해 엄청 악독하다고 비난받을 만한 것이 아닐지도 모른다. 

그러나, 차갑게 얼어붙은 많은 정부들의 문단속을 염려하기에 앞서 우리는 우리 정부의 이중적 태도를 재단해야 한다. 현 정부가 기회 있을 때마다 '인권외교'를 읊조린 것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불과 몇 주전에 교황을 만난 자리에서도 우리 국가원수는 버마 등 국제사회의 인권신장을 위한 노력을 과시했고, "한국은 인권 등 인류보편적 가치의 범세계적 증진에 기여할 것"이라고 선언하지 않았던가. 그러나, 94년부터 난민지위를 신청한 53명 중 단 한명도 대한민국의 심사대를 통과한 일이 없다는 사실은 공수표 
치고는 너무 황당한 공수표이다. 이번 버마인의 경우, 명색이 유엔난민조약의 이사국인 우리 정부의 처사는 '자신들의 난민심사 기간동안 출국시키지 말아달라'는 유엔인권고등판무관실의 요청까지 무시하는 것이었다. 우리 정부가 가입한 국제인권법은 다 어디에 있는지 '입국 후 60일 이내에 난민지위를 신청해야 한다'는 출입국관리법만이 오도가도 못할 난민 신청자의 운명을 좌우하고 있다. 

적어도 이번 기회에 우리 정부는 '안전이 보장되지 못하는 곳으로 되돌려 보내서는 안된다'는 최소한의 원칙에 자신을 비춰봐야 한다. "박해국으로의 강제퇴거·송환금지(non-refoulement)"는 난민보호에 관한 국제기준의 초석이다. 

우리는 우리 사회가 난민과 조우하여 최소한의 인권 보장이 어떠해야 하는지를 고민하고 갈등하고 실현할 기회를 갖길 바란다. '단 한명도 안된다'는 철통 자물쇠는 난민을 향해 채우는 것만이 아니라 이 시대 기본적 인권 문제에 대한 우리의 단절을 의미하는 것이기도하기 때문이다.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