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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973년 10월, 중앙정보부에서 조사를 받던 중 의문의 죽음을 당한 서울대 법대 최종길 교수의 동생 최종선(전 중앙정보부 근무, 현재 미국 거주) 씨는 12일 기자회견을 통해 "형은 자살한 것이 아니라 당시 중앙정보부의 수사관행인 고문으로 숨진 것이 분명하다"고 밝혔다.

이날 최종선 씨는 천주교정의구현전국사제단의 주선으로 종로경찰서 기자실에서 진행된 기자회견에서 "중앙정보부는 최종길 교수가 7층 화장실에서 뛰어내려 자살했다고 발표했지만 당시 현장을 확인해본 결과 혈흔 등 어떠한 자살 흔적도 없었다"며 이는 중앙정보부의 발표가 거짓임을 입증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최종선 씨는 또 오는 14일 "형의 죽음에 관한 진실을 폭로하는 수기인 '산자의 말하라-나의 형 최종길 교수는 이렇게 죽었다'(도서출판 공동선)를 출간하며, 이 책에 고문 살인자들의 실명을 완전 공개하고 지난 88년 일부만 게재돼 발표된 양심수기 전문을 무삭제 수록한다"고 말했다.

이 수기는 최종선 씨가 중앙정보부의 감시를 피하기 위해 스스로 세브란스 병원 정신병동에 입원한 뒤 형의 죽음과 관련된 의혹을 정리하여, 천주교정의구현전국사제단의 함세웅 신부에게 맡겨 두었던 것이다.

1973년 사건 당시 최종선 씨는 공교롭게도 형이 죽음을 당한 중앙정보부의 감찰부에서 근무하고 있었다. 형의 죽음 직후 최종선 씨는 그 어느 누구보다도 사건에 얽힌 의혹들에 대해 명확히 알 수 있었던 자리에 있는 것을 활용해 "당시 중정 고문수사관들에 대한 징계내용을 공지하는 중정 부회보 제42호 등 중정 공식서류도 생명을 걸고 몰래 입수"하였다.

최종선 씨는 1973년 사건 이후에도 7년여간이나 중앙정보부에서 근무했으며, 1981년 자진 사직하였다.

이와 관련해 최종선 씨는 "형인 최종길 교수가 중앙정보부의 발표대로 간첩이었다면, 그 동생인 내가 어떻게 중앙정보부에 계속 남아 근무할 수 있었겠느냐"고 지적했다.

한편 최종길 교수 사건은 국내 의문사 1호로 기록되고 있는데, 당시 중앙정보부는 사건 조사 50여 시간만에 최종길 교수가 모든 간첩혐의를 시인하고 7층 화장실에서 뛰어내려 투신자살했다는 일방적인 발표로 사건을 종결시켰다. 또 사건 당시 시신에서 고문 흔적이 발견되었는데도 유족측 의료진의 부검 입회는 거부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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