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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73년 중앙정보부에서 간첩단 연루 혐의로 조사를 받다 의문사한 당시 서울대 법대 최종길 교수가 타살됐다는 진술이 나왔다. 이제껏 주장으로만 존재했던 중앙정보부(아래 중정)에 의한 타살 의혹이 당시 중정의 핵심 간부의 직접 증언에 의해 사실로 확인됐다는 점에서 의미가 남다르다.

10일 의문사진상규명위원회(위원장 양승규, 아래 위원회)에 따르면, 최근 위원회의 조사에서 당시 중정의 수사책임자였던 ㄱ씨는 "사고 직후 함께 근무하던 부하직원 ㄴ씨가 '최 교수를 조사하던 차아무개 씨 등 수사관들이 최 교수를 중정 건물 7층 건물 바깥 비상계단에서 밀어버렸어'라고 말하던 기억이 생생하다"며 "ㄴ씨 말에 따르면 최 교수는 자살한 것이 아니라 타살된 것"이라고 진술했다.

또한 위원회는 "최 교수에게 몽둥이로 구타, 무릎 사이에 각목을 끼우고 무릎 꿇리기, 잠 안 재우기 등의 고문이 자행된 것으로 보이며, 고문에 참여한 수사관이 누구인지도 드러났다"고 밝혔다. 이밖에 위원회는 최 교수의 조사 및 죽음과 관련해 중정에서 작성한 5건의 문서도 모두 허위인 것으로 드러났다고 밝혔다.

중정, 조직적 은폐

이러한 내용을 종합해 볼 때, 당시 수사관들은 최 교수가 고문 때문에 사망했거나 가사 상태에 놓이자 자살한 것처럼 위장하기 위해 그를 건물 밖으로 내던진 것으로 보인다. 이는 조사 도중 스스로 뛰어내려 목숨을 끊었다는 중정의 이제까지의 발표는 조작된 것이며, 중정이 최 교수의 타살을 조직적으로 은폐했음을 나타낸다.

위원회는 중정에 의한 최 교수의 타살 및 조직적인 은폐와 관련해 이후락 당시 중앙정보부장과 김치열 당시 차장에게 소환조사장을 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앞으로 위원회는 12월말 내지 1월초까지 조사를 마무리하고 대통령에게 결과를 보고할 예정이다.

한편, 최 교수의 아들 최광준 경희대 법대 교수는 발표 내용을 접하고 "위원회가 선친의 죽음을 둘러싼 베일을 한꺼풀 벗긴 것으로 평가한다"며 "하지만 처음부터 타살을 확신하고 있었기 때문에 의외로 담담한 심정"이라고 밝혔다. 이어 최 교수는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과거의 잘못된 행위에 대해 국가가 책임을 인정하는 것"이라고 강조하며, 관련자 형사처벌과 관련해선 "반인도적, 반인륜적 범죄이기 때문에 공소시효가 적용돼선 안 된다"는 말했다.

덧붙이는 글 | 인권하루소식 12월 11일자 제1995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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