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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73년 중앙정보부에서 간첩혐의로 조사를 받다 숨진 당시 서울대 법대 최종길 교수가 조사 도중 스스로 뛰어내려 목숨을 끊었다는 중정 발표와는 달리 수사관에 의해 떠밀려 숨졌다는 진술이 나왔다.

특히 최교수의 죽음과 관련, 당시 중정에서 작성한 현장검증조서 등 관련서류 5건 모두가 허위로 작성된 것으로 밝혀졌다.

이에 따라 최교수가 고문을 피할 목적으로 투신자살했거나 모욕적 수사방식에 항거해 투신자살 했을 가능성보다는 수사관들의 사실상 `타살'에 의해 사망했으며 중정측은 이를 알고도 사건을 조직적으로 은폐했을 가능성이 높아졌다.

10일 의문사진상규명위원회(위원장 양승규)에 따르면 지난달 진상규명위에서 조사를 받은 당시 중정의 수사 책임자였던 모 간부는 "수사관(들)이 건물 외벽의 비상계단에서 최교수를 밀었다는 얘기를 부하직원 모씨에게 했으며 이 부하직원이 사건 당일 이 사실을 나에게 얘기했다"고 말한 것으로 밝혀졌다.

이 간부는 진술에서 "당시 부하직원이 담당 수사관으로부터 최교수 사망사고 직후 자신을 7층 화장실옆 비상계단으로 끌고가더니 양손으로 미는 시늉을 하면서 '여기서 밀어버렸어'라는 내용을 들었다고 말하던 기억이 생생하다"고 말했다.

김형태 진상규명위 제1상임위원은 또 "최교수의 조사 및 죽음과 관련, 중정에서 작성한 문서 5건 모두가 허위로 작성됐음이 드러났다"면서 "현장검증조서의 경우 현장검증에 참여했다고 기록된 인사들 중 실제로 현장검증에 참여한 사람은 아무도 없는 것으로 드러났으며 사망진단서와 사체검안서 역시 허위"라고 밝혔다.

이같은 결과를 감안할 때 최 교수가 간첩임을 자백하고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는 중정의 발표는 모두 허위일 가능성이 높아졌으며 당시 중정이 최 교수 죽음의 진상을 알고도 조직적으로 은폐했을 가능성 또한 큰 것으로 나타나 당시 수사책임자들은 물론 중정 고위간부들에 대한 조사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진상규명위의 한 관계자는 "당시 이 간부에게 최교수를 밀었다는 수사관(들)의 말을 전한 부하직원은 이미 사망해 진술의 신빙성이 배척될 수도 있지만, 특별히 신뢰할 만하다고 판단될 경우 사망자의 진술도 증거로 채택될 수 있다"며 "이 간부가 한 진술의 진위 여부에 대해서는 계속해서 확인작업을 펼치고 있다"고 밝혔다.

진상규명위는 이와 관련, 이미 지난 4일 이후락 당시 중앙정보부장과 김치열 당시차장에 대해 소환장을 보냈으나 이들은 건강상의 이유를 들어 소환조사에 응하기가 어렵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진상규명위는 최교수 사망과 관련, 남아공, 영국, 일본 등 3개국 법의학자에게 사인규명을 의뢰, 이중 2개국 법의학자들로부터 답신을 받아 분석작업중이며 이달말께 조사를 마무리하고 김대중 대통령에게 결과를 보고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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