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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 20일은 장애인의 날이다. 또 5월 1일은 메이데이, 세계 노동자의 날이다. 장애인의 날과 메이데이에 즈음하여 장애인의 노동권에 대해 간단히 이야기해보고자 한다.

"일자리 못 구하는 것도 서러운데, 나 참 별꼴을 다 당했다."

얼마 전 만난 한 뇌성마비 장애인의 하소연이다. 그는 재활원에서 고등부까지 마치고 장애인 직업훈련원에서 컴퓨터 관련 자격증을 따고, 얼마 전엔 운전면허까지 취득했다. 그러나 3년째 직장을 구하고 있지만 아직 실업자다.

얼마 전 그는 장애인고용촉진공단의 알선을 받아 역삼동의 모 빌딩청소 관련 용역회사에 면접을 보러 갔다고 한다. 그 회사에서는 아마도 간단한 면접 후에 그날부터 일을 시킬 요량이었는지 아침 7시 반까지 회사로 나오라고 했다 한다.

아침 일찍 회사를 찾아간 그는 그 빌딩 엘리베이터에서 그 회사 사장을 만났다. 사무실은 18층, 올라가는 동안 '청소하는 일인데 할 수 있겠느냐'는 사장의 못미더운 듯 반복되는 질문에 그는 계속해서 할 수 있다고 대답했다. 엘리베이터가 도착하고 사무실에서 청소도구를 받아들려고 하는 순간, 사장이 도저히 안되겠다며 돌아가라고 했다.

거기까지는 그도 한두 번 경험한 일이 아니었기 때문에 그냥 넘겼는데, 문제는 그 다음의 사장의 행동이었다. 돌아가려는 친구를 사장이 잠시 부르더니 갑자기 지갑을 꺼내 천 원짜리 지폐 3장을 꺼내 차비나 하라며 친구의 손에 쥐어주더라는 것이다.

그 순간 그가 받았던 모멸감이 어떤 것이었을지, 겪어보지 않은 사람은 이해한다는 말도 주제넘다. 그는 그 돈을 사장이 보는 앞에서 갈기갈기 찢어버리고 그 자리에서 나왔다고 한다.

시켜보지도 않고 겉으로만 능력을 평가하는 것도 문제지만, 일자리를 구하러 갔는데 마치 구걸하러 온 사람 취급을 받았으니 그의 자존심이 상했음은 두말할 나위도 없는 것이다.

노동은 인간이 인간이기 위한 가장 기본적인 활동이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장애인들은 이러한 노동의 권리조차 제대로 누리고 있지 못하다. 장애인의 실업에 대한 문제는 경제난과는 무관하다. 그만큼 일상적이고 심각하다는 말이다.

실업률이 10%만 되어도 심각한 사회문제임에 견주어볼 때 장애인 실업률 70%라는 수치는 정말 할 말을 잃게 한다. 그나마 30%의 노동장애인들도 대부분 단순노무에 비정규직으로 언제 정리 당할지 모르는 게 현실이다.

게다가 더욱 분노해야 하는 일은 그나마 장애인에게 일자리를 주는 사업주들조차 장애인들을 노동자로서가 아니라, 그가 당한 경우처럼 일자리를 구걸하는 걸인처럼 여긴다는 것. 장애인 의무고용 2%조차 유명무실한 현실에서 장애인들도 노동할 권리가 있고, 노동자로서 대우받을 권리가 있다는 사실은 당위적일 뿐이다,

또 장애인 고용의 기본적인 방향이 장애인들을 교육시켜 비장애인의 일터에 편입시키는 것이라는 점이다. 정신지체 장애인들의 경우에는 단순반복작업이 훈련에 의해 가능하고, 그런 일에 싫증을 내지 않고 즐겁게 한다는 특성이 있는 반면, 지체 및 감각장애인들은 신체를 사용하는 일보다 창조성을 요구하는 전문직이 더 적당하다. 그럼에도 우리나라 장애인 직업교육은 장애특성이나 적성 등을 전혀 고려하지 않는다.

정말 기본적인 노동권으로서 장애인들의 취업 문제를 해결하려 한다면 장애인들을 비장애인들의 직업에 맞추는 것이 아니라 장애인들의 특성에 맞는 직종을 개발한다는 발상의 전환이 선행되어야 하는 것이다.

실업률이 아닌 취업률 70%가 되기 위해, 나아가 장애인들의 완전고용을 위해서는 가장 먼저 장애인 의무고용 2%를 준수해야 하고, 고용주들의 장애인에 대한 인식전환도 되어야 하겠지만, 장애인의 직업교육이 정부의 책임 하에 체계적으로 이루어져야 하며 직업교육 자체에 대한 발상의 전환도 병행되어야 하는 것이다.

이에 노들장애인야학 등의 장애인 단체와 전국에바다대학생연대회의를 비롯한 학생장애운동단체들은 메이데이에 장애인 노동권에 대한 목소리를 반영하기 위해 자체적으로 교양학교를 개최하고 메이데이 기획단을 조직하는 등의 활동을 하고 있다.

덧붙이는 글 | 본 기자는 연세대학교 장애인권운동동아리 게르니카 출신으로 현재 장애인편의시설촉진시민연대의 객원기자로 활동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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