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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 서광주우체국 앞. 얼마 전까지 집배원이었던 박석기(45. 전국집배원노동자협의회준비위 의장) 씨가 지난 5일부터 '부당노동행위 중단', '장시간노동 철폐'를 요구하며 홀로 천막농성을 벌이고 있다.

98년 6월부터 3년 6개월 동안 상시위탁집배원으로 일했던 그는 올 1월 1일부로 계약해지를 당해 직장을 잃게 됐다.

"노조활동이 계약해지 이유 될 수 없다"

▲ 정통부의 품위를 손상시켜 계약해지 당한 박석기 씨.
그는 무엇보다 "과다한 업무에 시달리는 근무조건을 개선하고 이를 위해 적정인원을 배치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오마이뉴스 강성관
상시위탁집배원은 IMF 이후 정부의 공무원 구조조정차원에서 감축된 정규직 집배원의 업무를 보충하기 위한 인력으로 1년마다 계약을 갱신해야 한다. 전남체신청 업무과의 한 관계자는 "상시위탁집배원을 계약해지하는 경우는 거의 없는 일이다"고 설명했다.

아주 드물게 박석기 씨가 계약해지 당한 이유는 무엇일까?

서광주우체국은 지난해 11월 28일 <해지 예고 통지서>를 통해 '우편집배업무상시위탁계약 제17조'와 '위탁재계약 심의워원회 제6조'를 근거로 계약해지를 예고했다. '위탁계약 제17조'의 내용은 복무 관련한 사항과 정통부와 우체국의 품위를 손상시킬 경우 재계약의 결격사유를 담고 있다.

이에 대해 지난 5일 서울·광주·대구·부산지역의 상시위탁집배원모임을 중심으로 한 전국집배원노동자협의회준비위원회(집노협) 회원들은 서광주우체국 앞에서 집회를 갖고 "체불임금 지급을 요구하는 소송을 취하하지 않은 데 따른 보복성 해고"라며 "부당노동행위를 중단할 것"을 주장했다.

박 씨는 "지난 해 7월 13일과 14일 민주당과 한나라당사, 국회의사당 앞에서 벌인 1인시위를 트집잡아 정통부의 품위를 손상시켰다면서 이미 3개월 감봉조치를 당했다"고 말했다. 또한 "1인시위와 체불임금 지급을 요구하는 소송제기가 직접적인 원인"이라고 반발했다.

서광주우체국 정효연 물류과장은 "박석기 씨는 직무와 관련해 감봉을 받은 적도 있다"면서 "체신노조나 우리에게 한마디 말도 없이 진정이나 고소고발 등을 해와서 종합적으로 내린 결론이다"고 설명했다.

또 전남체신청 업무과 한 관계자는 "조직 내부의 위계에 맞지 않는 사람이고 우체국의 품위를 손상시키는 행동을 했다"면서 "상시위탁집배원들을 체신노조에 가입시키고 정규직화문제 등을 해결하려고 노력하는 형편인데 본인이 혼자 튀는 행동을 했다"고 박석기 씨의 행동에 대해 강조했다.

이에 대해 박 씨는 "직무상 문제를 삼는 것은 도착통지서 미발급 문제인데 이는 현실적인 한계를 인정하지 않는 것"이라며 "나 뿐만 아니라 조사한 집배원 모두가 문제가 있었는데 나만 문제삼고 있다"고 주장했다.

박 씨가 거리로 나서고 소송을 제기한 것이 조직의 품위를 손상시킨 것이고 계약해지를 당한 원인이 된 것이다.

그가 거리로 나선 이유

박 씨는 지난해 3월 정보통신부계약직노조 구성을 주도했으며 7월에는 '장시간노동 철폐', '근로기준법 준수', '상시위탁집배원의 정규직화'를 요구하는 1인 시위를 전개하는 등 비정규직 집배원들에 대한 차별 철폐운동을 위해 거리로 나섰다.

▲ 배송을 나가는 집배원.
이들은 하루 12시간 이상의 과중한 업무에 시달리고 있다. ⓒ 오마이뉴스 강성관
집노협(준)은 "비정규직집배원들은 기능직·별정직 집배원과 동일한 업무량에도 불구하고 임금이 열악할 뿐 아니라 신분보장이 되지 않아 피해를 입고 있으며, 특히 초과근무를 과중하게 하고 있지만 시간외 수당을 제대로 지급하지 않는 등 근로기준법을 어기고 있다"고 주장했다.

특히 집배원들이 기능직, 별정직과 비정규직(상시위탁)으로 분화되어 있어 동일 업무와 같은 양의 우편물을 배달하는 비정규직 집배원들은 월 75시간 외에 초과근무 수당에 대해서는 수당지급을 받지 못하는 등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임금차와 차별이 심화되고 있는 현실이다.

그나마 시간외 수당 지급도 비정규직 집배원들이 계속적으로 문제제기를 하자 작년부터 지급 시간외수당을 75시간으로 확대했으나 78만 원이던 기본급을 48만여 원으로 하향조정해 이들의 실질 소득에는 별 차이가 없다.

지난 해 서광주우체국 비정규직 집배원 14명이 정규직들에게 지급한 시간외수당을 지급해 달라는 임금청구소송을 집단으로 제기했으나 비정규직이라는 신분상의 문제로 모두 취하하고 말았다. 이에 박 씨는 지난해 11월 단독으로 근로기준법에 근거해 모든 시간외수당을 지급해줄 것을 요구하는 임금청구소송을 제기했다.

박 씨는 "하루 14시간에 달하는 장시간노동을 폐지하고 강제연장근무를 근절시켜야 한다"며 "근로기준법 58조의 독소조항 때문에 시간외근무를 할 수밖에 없었지만 98년부터 99년 10월 이전까지 수당을 한 푼도 받아본 적이 없었다"고 말했다.
ⓒ 오마이뉴스 강성관
박 씨에 따르면, 전국체신노조가 지난해 6월 단체협약 때 58조에 '통신' 분야를 첨가하는데 동의해 시간외근무를 명문화해 근무시간은 길어지고 있지만 이에 상응하는 수당은 제대로 지급받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비정규직 집배원들은 근로기준법을 적용받는 '노동자'이지만 관련 법규에 못미치는 처우를 받고 있으면서 징계나 처벌은 공무원법에 준해서 받고 있다.

박 씨는 "지난해 7월 감봉조치는 공무원징계위원회에 회부되어 받은 조치다"면서 "비정규직 집배원들은 노동자로서의 권리도 제대로 누리지 못하면서 공무원도 아닌 애매한 신분이다"고 제도적 보완을 주장했다.

파견근로자법에 의하면, 동일라인에서 동일업무를 2년 이상 한 자에 대해 정규직으로 볼 수 있다는 조항이 있지만 비정규직 집배원들은 이에 해당되지 않는다.

집노협(준)과 박 씨 등 비정규직 집배원들은 장시간 노동시간 철폐와 비정규직의 정규직화를 요구하는 천막농성 등을 전개하며 비정규직집배원협의회를 발족시키기 위해 조직화에 나서고 있다.

비정규직 집배원 조직화 나서

집노협(준)과 광주지역 비정규직노조 등은 지난 1일부터 서광주우체국 등 광주 시내 4개 우체국 앞에서 계속적으로 △장시간노동 철폐 △비정규직 집배원의 정규직화 △연장근로수당 등 체불임금 지급 △적정수준의 인원배치 등을 요구하는 집회를 벌이기로 했다.

박 씨는 전국의 비정규직 집배원들을 조직화해 집노협을 공식 발족시킨다는 계획이다. 지난해 3월 광주 서광주우체국 등에서 계약직노조를 발족시켰지만, 4월 전국체신노조가 비정규직도 조합원으로 가입시키기로 해 노조설립이 반려되는 등 비정규직노조 건설이 무산됐다.

복수노조 금지조항 때문이다.

현재 집노협 준비위는 전국체신노조가 비정규직 집배원에 대한 배려없이 별도로 단체협약을 맺은 것에 반발하고 있다. 박 씨는 "집노협이 공식 발족한 이후 파견근로자법처럼 2년 이상 근속자는 정규직화할 수 있는 법적 근거를 마련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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