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오마이뉴스 자료사진 | 지난해 6월 서울 여의도우체국 집배원 노동자 이모 씨는 밤 11시30분까지 우편물을 분류하고 퇴근해 자택에서 잠들었다. 하지만 아침에 일어나지 못하고 싸늘한 시체로 발견됐다. 사망원인은 과로였다.
같은 달 서울 광진우체국 임모 씨는 대학에 다니는 딸까지 동원하여 지방세 등기우편물 2천여 통을 배달하다 길거리에 쓰러져 뇌사상태로 병원에 실려갔다. 하루 한 집배원 노동자가 배달할 수 있는 등기우편물은 1백여 통이 고작이다.
올해 1월 인천 계양우체국 박모 씨는 아침 7시에 출근하여 일을 하다 8시경 복통을 호소해 병원으로 이동하는 중 사망했다. 이 또한 과로사였다.
지난해 서광주우체국 이모 씨는 간암말기 판정을 받은 채 1년 동안 계속 근무하다 결국 사망했다. 이 씨가 사망한 날에도 서광주우체국에서는 집배원 노동자 130여 명을 대상으로 등기우편물 사고 등에 관한 교육을 실시하려 했다.
24일 오후 2시30분 용산 철도웨딩홀에서는 민중의료연합, 전국불안정노동철폐연대, 전국집배원노동자협의회(준) 주관 아래 '집배원 노동자 노동실태 발표와 건강권 쟁취를 위한 토론회'가 열렸다. 여기서 집배원 노동자들의 살인적인 노동실태가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민중의료연합 노동자건강사업단이 전국 13개 우체국의 집배원 295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 결과, 집배원 노동자들의 하루 평균 노동시간은 14.2시간이었으며 13시간 이상으로 대답한 사람은 전체 응답자의 82.4%였다. 특히 16시간 이상 노동하는 비율도 17.6%에 달했다. 이는 근로기준법상 1일 최대 12시간, 1주일 최대 56시간을 초과할 수 없다는 규정을 위반한 것이다.
전국집배원노동자협의회(준) 박석기 의장에 의하면, 집배원 노동자들은 아침 6∼8시에 출근해 당일 도착한 빠른 우편물을 분류한 후 배달을 시작한다. 배달구역에 나가 우편물 배달을 완료하고 우체국으로 돌아오면 대충 저녁 7시.
하지만 집배원 노동자들의 하루업무는 여기서 끝이 아니다. 이때부터 다음날 배달할 우편물을 분류해야 하기 때문. 특히 각종 요금고지서와 홍보책자의 증가로 우편물이 폭주한 최근 들어서는 밤 12시를 넘겨 퇴근하기가 일쑤다.
집배원 노동자 중 47.9%가 비정규직
| ⓒ 오마이뉴스 자료사진 | 이러한 장시간 노동은 집배원 노동자들을 죽음으로 내몰고 있다. 최근 5년간 173명이 사망했고, 1244명은 사고를 당했다. 정보통신부 자료에 따르면, 최근 우편물은 매년 9%씩 증가하고 있으며, 특히 수도권의 지난해 소포 물량은 전년대비 60%가 증가했다고 한다. 하지만 지난 5년간 집배원 증원은 6.1%에 불과했다.
더욱이 정보통신부는 별정직, 상시위탁, 대무, 재택, 시간제, 아르바이트 등 각종 이름을 붙여가며 정규직을 비정규직으로 전환해, 집배원 노동자들의 노동조건을 악화시키고 있다. 현재 1만4천여 명의 집배원 노동자 중 47.9%인 6700여 명이 비정규직이다.
민중의료연합은 "일의 양과 시간은 똑같은데 정규직의 60% 정도밖에 임금을 받지 못하고 있다"며, 한 집배원의 인터뷰를 소개하기도 했다. 비정규직은 정규직에게 적용되는 특별상여금도 없으며, 호봉제도가 적용되지 않아 장기간 근무에 대한 혜택도 없다고 한다.
토론회에서는 집배원 노동자들이 항상적인 질병과 불만족에 시달려야 한다고 보고됐다. 조사결과에 따르면, 응답자 290명 중 90%가 넘는 수가 자신의 노동조건에 만족하지 못했다. 그리고 51.9%가 근육통에, 43.7%가 관절염에, 31.2%가 요통에, 29.8%가 디스크에 시달리고 있었다.
결론적으로 체신노조직선제추진협의회 주영두 사무국장은 △비정규직 집배원의 정규직 채용 △장시간 근로에 대한 특단의 대책 △ 집배원 1일 적정 업무량 설정 등의 해법을 제시했다. 또한 박석기 의장은 이에 동감하면서, 공공성보다는 수익성에 주안점을 두는 정보통신부의 신자유주의 정책이 근본적으로 바뀌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덧붙이는 글 | 인권하루소식 2002년 4월 25일자(제2079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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