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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남 여천산단내 LG정유 회사 입구. ⓒ 오마이뉴스 조호진


노동자 특수건강검진을 실시해 온 지방의 한 병원이 노동자 검진결과를 축소·조작했다는 의혹을 사고 있다.

전남 여천산단에 있는 LG정유 노동조합(위원장 김정곤)은 "광주 K병원에서 실시한 2000년도 상반기 특수건강진단에서 '직업병 요관찰자'(C1)로 판정된 상당수의 노동자가 최종 판정에서 '정상'(A)으로 조작됐다"면서 "이 건강검진 결과를 축소·조작하는 과정에서 회사가 개입한 의혹이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LG정유측은 "회사는 개입한 사실이 없다"면서 "노조측이 성과급 5백%를 받아내기 위해 엉터리 자료를 토대로 회사를 압박하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급기야 LG정유 노사 양측은 공동으로 검찰에 이 사안을 정식 수사를 의뢰할 예정이다. 따라서 병원, 회사, 노조 3자 가운데 누가 '노동자의 건강'을 '이용'하고 있는가가 곧 가려질 전망이다.

노조의 한 관계자는 22일 "지난해 11월 초순경 병원을 방문해 특수검진 차트 원본을 확인한 결과 일부 검진 조합원에 대한 '판정'란에 애초에는 '직업병 요관찰자'라고 되어 있던 것을 병원측이 그 위로 종이를 붙여 놓고 '정상'으로 조작한 사실을 확인했다"고 주장했다.

그런가 하면 K병원은 LG정유 노동자 서아무개 씨등 16명에 대한 2000년 상반기 건강검진 차트를 "분실했다"고 밝히고 있어 의혹을 더하고 있다.

2000년 상반기 건강검진 과정

LG정유 노동자들은 1999년부터 광주 K병원에서 특수건강검진을 받아왔다. 회사측에 따르면, 2000년 상반기(4월) 특수검진대상자 830명이 K병원 김아무개 산업재해 전문의사로부터 검진을 받았는데 노조측은 이중 약 130여명이 '2차 검진이 필요하다'는 '직업병 유소견자' 판정을 받았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최종적으로 K병원이 '직업병 유소견자' 판정을 해 LG정유측에 전달한 명단은 모두 83명이다. 노조측은 130여명에서 83명으로 줄어드는 과정에서 병원측의 '조작'과 회사측의 모종의 '작용'이 있었을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 당초 건강진단표 '판정'란에 'C1(직업병 요관찰자)', '소견'란에 '신경증상'이라고 쓴 것(파란 원)을 그위에 종이를 붙여 'A', '정상'으로 고쳐쓴 것(빨간 원)이 보인다. ⓒ 오마이뉴스 조호진


왜 1차 판정 기록 위에 종이를 붙여놓고 바꿨나

가장 핵심적인 의혹은 왜 애초에 노동자를 면접 검진한 K아무개 의사가 '직업병 요관찰자'라고 판정한 것을 노동자 면접도 하지 않은 K병원 소속 또다른 의사 Y씨가 '정상'으로 바꿨느냐 하는 점이다.

이에 대해 K병원측은 1월 12일 LG정유측에 보낸 '확인서'에서 의사마다 판정기준이 다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즉 "특수검진 결과를 최종적으로 처리하기 위해 기 판정했던 결과들에 대한 판정기준을 재검토 하는 과정에서 자체적인 회의를 하여 기초의학적 기준에 의하여 판정하기보다는 임상의학적 기준에 의하여 판정하는 것이 타당하다"는 결론을 내렸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노조측은 "의사 K씨가 노동자 면접조사와 검사수치를 가지고 '직업병 요관찰자'라고 한 것을 정상으로 바꾸려면 최소한 동일한 노동자에 대한 면접이나 재검을 했어야 했다"면서 "이러한 과정마저 생략된채 바꿔버리면 노동자가 어떻게 진단 결과를 믿겠느냐"고 주장하고 있다.

또 노조측은 "의사 K씨가 병원에서 판정기준을 바꾸기로 한 다음날 바로 사표를 낸 것도 의혹을 더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특히 노조의 한 관계자는 "지난해 11월 노조측이 건강검진 결과에 대한 의혹을 추궁하자 원장 K씨가 '요관찰자 판정이 너무 많이 나오면 회사측 보기에 부담되는 게 사실'이라고 털어놨다"면서 회사측이 어떤 작용을 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노조는 지난 1월초부터 노조간부들이 점심 피켓팅 시위를 벌인데 이어 지난 11일 축소조작 규탄 결의대회를 가졌다. 이어 21일에는 서울 강남구 역삼동 소재 LG정유 본사 앞에서 '특수검진 축소은폐 조작 회사측은 각성하라"는 플래카드를 내걸고 가두 홍보전을 벌였다.

회사측 "어떤 작용도 하지 않았다"

한편 K원장은 22일 "(판정 의사에게) 판정기준을 재고해 달라고 한 것이 아니라 판정기준을 충실히 적용해 달라고 의견을 전달했을 뿐이다"며 "1차 검진결과 원본 위에 종이를 붙인 것은 교체된 의사의 요구에 의한 것일 뿐 (1차)검진 수치를 손대지는 않았다"고 주장했다.

LG정유측은 1월초부터 최근까지 이 '의혹사건'을 규명하기 위해 자체 감찰단을 여천에 파견해 진상조사를 벌이고 있다.

홍보실의 한 관계자는 22일 "2차검진 대상자가 나오면 다시 검진을 하면 되는데 그 비용이 얼마나 더 든다고 1년 매출액이 10조나 되는 큰 회사가 검진 결과를 조작하려 하겠느냐"면서 "노조의 주장은 '성과급 5백% 지급' 협상을 유리하게 이끌기 위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 관계자는 또 "회사는 검진 결과에 영향을 미치기 위한 어떤 행동도 하지 않았다"고 거듭 밝히면서 "병원의 진단결과 변동과정에 대해 우리도 선뜻 이해하기 힘든 대목이 있어 노조와 공동으로 곧 검찰 수사를 의뢰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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