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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0년 해직기자로서 한겨레신문 창간발의인의 한 사람이자 한겨레신문의 개혁을 늘 주장하고 있는 현직 한겨레신문 기자로서 `김0씨의 한겨레신문 기자 입사'에 문제를 제기한 김영진 기자의 기사를 착잡한 마음으로 읽었습니다.

세상사는 이렇게 생각할 수도 저렇게 생각할 수도 있는 성질의 사안이 있고, 명확하게 시비를 가릴 수 있는(또는 가려야 하는) 사안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예컨대 친일파를 `당시 상황으로 그럴 수도 있는 것... "이라고 해 버리면 `친일'에 대한 개념은 모호해지고, 뿐만 아니라 어떤 악에 대한 구별도 어려워지면서 면죄부만 들어서게 됩니다.

또 검정색은 검다고, 흰색은 희다고 하지않고 `흑백논리' 시비가 두려워 회색이라고 할 수는 없는 일입니다. 더구나 시비에 대한 철저한 분석과 판단으로 여론을 선도해야 할 기자가 그럴 수는 없는 거죠.

그런 의미에서 김영진 기자의 기사는 입체적인 분석을 바탕으로 한 매우 건설적인 문제제기라고 봅니다. 이 기사에 대한 반론은 한 쪽을 변호하기 위한 말장난이거나 기교주의라 생각합니다.

누구나 생각은 자유이지만 한 마디로 이번 사안은 시비판단이 그리 어렵지 않은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한겨레 내부에서 이 문제에 대해 가시적인 논의가 전혀 없는 현실에 대해 안타깝고 부끄럽게 생각합니다.

동시에 김 씨의 채용을 결정한 한겨레 경영진이 최소한 6만 주주와 한겨레 독자에게 경위 설명은 하는 게 한겨레신문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생각하며, 김 씨 자신도 분명한 입장표명을 하는 것이 중견 언론인의 품위에 걸맞는 자세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김영진 기자의 기사나 제 글을 읽으시는 분들은 이것 하나-`즉 한겨레신문은 `6월 항쟁'의 결과 유신독재와 80년 전두환 일당의 언론학살에 대항한 해직기자들과 그런 기자정신을 존중하는 6만 주주들이 눈물과 한이 묻은 돈을 내어 만든 신문이고 그런 `창간정신'을 존중하는 젊은 기자들이 생활비에도 못 미치는 월급을 받으면 10년 넘게 지탱하고 있다. 따라서 80년 군사정권의 용비어천가를 혼자 다 썼다는 사람, 세무조사를 언론탄압이라고(그러면 언론사는 세무조사를 하지말라는 것인데, 오히려 세무조사로 먼지를 터는 것이 떳떳한 언론자유의 확보이며 세무조사 결과 지금의 언론이 과연 할 말을 못하고 있는지는 조중동과 이문열, 김0씨 들이 더 잘 알고 있을 것임) 말하는 사람과 같이 일할 수는 없는 곳이다'라는 사실을 전제로 해주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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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신문 창간발의인, 문화부 기자, 여론매체부장, 논설위원 역임. 곡성 산절로야생다원 대표. (사)남도정통제다다도보존연구소 소장. 철학박사(서울대 교육학과, 성균관대 대학원 동양철학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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