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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총련이 금강산을 찾았다? 지난 22일부터 24일까지 한총련 서울지역 학생회장들이 금강산을 찾았다. 이후 펼쳐질 학교별 교류사업의 일환으로 금강산 관광을 고민하기 시작한 것이다. 인터넷신문 유뉴스와 (주)현대아산에서 공동주최한 이번 금강산 관광에는 총 12개 대학의 대표자들이 참여했다. 이들에게 '북녘땅'에서의 2박 3일은 어떠했을까? 또 '이적단체' 소속 대의원으로서 찾게 된 금강산은 어떠했을까? 동행취재를 통해 알아보았다.

"방북교육? 감동적이었어요"

금강산의 겨울 이름이라는 '설봉호'에 오르게 되자 설레임을 감추지 못하던 학생회장들. 멀어져가는 남녘땅을 바라보고 있자니 어김없이 '방북교육'의 시간이 돌아왔다. 흔히 방북교육이라 하면 '반공, 반북교육'이 연상되기 마련이다. 그런데 학생회장들은 "감동적이던데요?"라며 웃음지었다. 6.15 공동선언 발표와 그 이후의 다양한 남북교류, 통일의 당위성 등이 듬뿍 담긴 비디오 내용이 의외였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누군가는 "결국, 그만큼 통일이 가까이 오고 있다는 것 아니겠냐"라고 설명하기도 했다.

방북교육과 함께 꼭 거쳐야 하는 과정이 바로 '환전'이다. 남측돈을 '달러'로 바꿔야 하는 것. 이들에게는 결국 남북이 아직까지는 '다른 땅'임을 몸으로 깨닫는 순간이기도 하다.

"선물 사야 한다"며 열심히 돈을 바꾸던 홍익대 최선혁 부총학생회장은 "뭘 사고 싶냐"는 질문에 "사람들이 다 술을 사오라네요"라며 "다들 북한 '황구렁이 술'을 먹고 싶대요"라고 웃음지었다.

"실감이 안나요, 저기가 북녘땅이라네요"

"군사분계선을 넘었습니다"라는 방송과 함께 모두들 뱃전에 매달린다. '이제 정말 북녘땅, 하늘, 바다를 접하는구나'라는 감상어린 '사색'도 잠시, 북녘땅이 보이기 시작하자 다들 흥분하기 시작했다. 정신없이 자신이 들고 온 카메라 셔터를 눌러대기도 했다. 곧이어 배 주변에는 낚시를 나온 북측 어선들이 보였다. "여기가 정말 이북이에요? 실감이 안나요"라던 성신여대 성현비 부총학생회장은 주위를 지나는 어민들에게 정신없이 손을 흔들며 인사를 나누느라 정신이 없었다.

"저기는 어디일까요?"
"와... 정말 사방이 이북이네요."
계속되는 감탄 속에 배는 고성항에 도착했다. '반갑습니다'라는 노래가 연신 흘러나오고 있었고, 학생회장들은 노래를 흥얼거리며 북녘땅에 첫 발을 딛었다. 처음으로 북쪽 사람들을 만나게 된 것은 바로 '입국세관'. 인민군복을 입은 사람들은 물론, 직접 세관심사를 하는 사람들과 인사를 나누기도 했다.

입국심사를 마쳤지만, 아쉽게도 북측땅을 걷는 기쁨은 많이 주어지지 않았다. 이동할 때마다 현대측의 관광버스를 이용해야 했는데, 북측 주민들과의 자유로운 접촉이 아직 허용되지 않았기 때문인 듯해 보였다. 하지만 버스로 이동하는 동안, 주변을 지나는 북측 어린이들, 주민들을 많이 볼 수 있었고, 반갑다며 손을 흔드는 이들에게 미소를 머금으며 손을 흔들어주기도 했다.

백두산 들쭉술, 흑돼지 구이

일반관광일정과는 달리, 학생회장들은 북측에서 직접 운영하는 '금강원'이라는 식당에서 저녁을 맞이하게 됐다. '조국통일을 위하여'라는 구호와 함께, 모두 한잔씩 '백두산 들쭉술'을 들이키기도 했고 맛깔나게 담겨오던 나물들을 먹어보던 사람들은 "너무 맛있다"는 칭송을 아끼지 않았다. 한참을 날라져오던 음식에 다들 무척 배불러했지만, 다시는 먹어보기 힘든 북쪽음식이라는 생각에서인지, 몇 시간 내내 젓가락을 쉬지 않았다.

저녁식사를 마치고 하루를 돌아보는 시간, "실감이 안난다. 이렇게 쉬운 길인데, 왜이리 오래 걸렸는지 모르겠다"며 다들 설레임이 가시지 않은 표정이었다. 서울시립대 박성준 총학생회장은 "우리가 이곳에 오게 된 것이야 말로 공동선언의 실천력이자 생활력인 것 같다. 이후의 일정을 더욱 잘 만들어가고 싶다"고 밝히기도 했다.

"저 결혼 안 하기로 했어요"

이튿날 아침. 드디어 학생회장들은 '천하제일의 명산'이라는 금강산 산행에 나섰다. 금강산까지 이동하는 시기, 주위에는 여러 유적지들이 널려 있었다."우리가 어릴 때 보던 것들과 똑같네"라는 말들을 무심코 내뱉는 사람도 있었는데, 원래 한나라였으니 당연한 사실임을 깨닫고는 허탈해지기도.

금강산 입구에 오르자 여기저기 북측 안내원들이 눈에 띄기 시작했다. 산에 오르면서는 서먹서먹하던 것도 잠시, 학생회장들은 금세 북측안내원들과 이런 저런 이야기들을 나누기 시작했다.

한 남자 안내원은 "거, 이번에 부시가 온 것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합니까?"라며 먼저 질문을 건네기도 하는 등, 북측 안내원들은 부시의 방한을 남쪽에서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지를 가장 궁금해하기도 했다.

얼음으로 뒤덮인 길도 많아 힘들 법도 한 산행이었지만 모두들 금강산의 절경과, 북측 동포들과의 만남에 감동해 있었다. "저 선물받았어요"라는 서울산업대 김경진 부총학생회장은 한 안내원분이 남, 북, 해외라며 돌 세 개를 주셨다고 자랑하기도 했고 국민대 김정원 문과대 학생회장은 "북측 안내원들 정말 너무 예쁘다. 남남북녀라는 말이 딱이라니까"라며 "저 결혼 안하기로 했어요"라고 말해 사람들의 웃음을 자아내기도 했다.

금강산 산행을 마치고는, 그 유명한 '교예단'의 관람 시간이 돌아왔다. 음악, 조명과 함께 어우러지는 평양 모란봉 교예단의 몸짓에 모두들 넋이 나간 듯했고, 공연이 끝나자 기립박수로 화답하기도 했다. "우리 모란봉 팬클럽 만들기로 했어요"라며 학생회장들은 즉석에서 교예몸짓을 따라하기도 했다. "정말 직접 보니까, 왜 예술이라고 하는지 알겠네요"라는 말처럼, 이들은 '백문이 불여일견'임을 누차 강조했다.

잘 있으라 다시 만나요

꿈결같았던 2박 3일도 잠시, 이제 남측으로 돌아가야 할 시간이 다가왔다. 마지막 관광 코스인 해금강을 돌아보는 길, 철조망 사이를 버스가 달렸다. 버스 안에서는 북쪽 사람들과 건물들, 마을이 손에 잡힐 듯 가깝지만 사진을 찍을 수도 없었고 내려서 한걸음 걸어볼 수도 없었다. 한참 지나다보니 끊어진 철길이 보였다.

"저것이 끊어진 철길입니다. 여러분은 배를 타고 4시간이 걸려서 여기에 도착하셨죠? 저 철길만 연결되면, 20-30분이면 도착하죠."
안내원의 말에, 다들 분단을 실감하게 되었고, 이제 일행은 설봉호에 올랐다.

"잘 가시라 다시 만나요 잘 있으라 다시 만나요"
이제 속초항으로 돌아오는 배 안, 다들 여정에 지쳐 피곤해하면서도 아직 설레는 마음을 다잡지 못하고 있었다.

덕성여대 임나영 인문대 학생회장은 "아무리 그래도, 북측은 조금 다르겠거니 했는데 정말 너무 똑같았다. '이렇게 쉬운 길을 진작 왜 못왔을까'하는 생각이 든다. 학우들과 다시 꼭 올 것"이라고 아쉬움을 표현했다.

중앙대 박지현 경영대학생회장은 "북쪽 사람들은 남한 정치사정들을 오히려 잘 알고 계셨다. 우리야말로 북에 대해 너무 모르고 있지 않았나 싶다"며 "북쪽의 돌 하나, 흙 하나가 전부 감동이었다"고 아직 흥분을 가시지 못한 얼굴이었다.

"통일돼서 다시 만납시다라는 말밖에 할말이 없었다. 시작이 중요할 것 같다. 우리부터 몇 명이라도, 조금씩 북녘 땅을 밟아가야 할 것"이라는 홍익대 최선혁 부총학생회장의 말처럼, 이제 이들은 다시금 북녘 땅에 돌아올 그날만을 기약하고 있었다.

덧붙이는 글 | 전국대학신문기자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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