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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주일 전 저녁때의 일입니다. 저녁 식사를 마치고 소파에 앉아서 신문을 보고 있는데 두 아이가 필통을 들더니 민주당 대선 후보 경선 개표 결과를 흉내내는 것이었습니다.

아빠가 열심히 주말마다 텔레비전을 보고 있으면 옆에 앉아서 귀찮게 물으면서 보곤 했는데 이제는 귀에 익어 제법 목소리도 그럴 듯하게 "기호 몇 번 모 후보 득표수 몇 표, 득표율 몇 퍼센트!"하며 서로 웃는 것이었습니다. 그러고 보니 필통은 마이크 대용으로 손에 든 것이었습니다. 나도 아내도 아이들의 그 흉내에 덩달아 웃음을 터뜨렸습니다.

지난 3월 9일 제주부터 시작된 민주당 대선 후보 경선은 우리 가족에게도 큰 볼거리를 제공하였습니다. 초등학교 4학년인 딸과 6학년인 아들은 정치에 대해서 사실 아무 것도 모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빠를 따라서 텔레비전을 보면서 설명을 들으면서 하나하나 흥미를 갖게 되었습니다.

아내도 마찬가지입니다. 정치에 대해선 문외한인데 남편과 같이 경선이 진행되는 동안 이야기를 나누면서 어느새 관심을 갖고 앞으로의 진행 사항에 대해 궁금함을 보이기도 했습니다. 아버지는 워낙 그쪽으로 식견이 높으신 관계로 늘 주말이 되면 아들 옆에 와 앉으셔서 텔레비전을 응시하셨습니다.

경선이 진행되면서 두 아이와 아내의 질문이 쏟아졌습니다. 무엇보다도 많이 들은 질문은 왜 후보들이 끝까지 간다고 하면서 하나둘 중도에서 사퇴하느냐는 것이었습니다. 난 내가 아는 한도 내에서 나름대로 열심히 설명해주었더니 아내는 이해가 되는 표정이었으나 두 아이는 고개를 갸우뚱하며 잘 알아듣기 힘들다는 표정을 보였습니다.

한번은 아들이 나에게 선호투표제에 대해 물었습니다. 방송에서 여러 번 그 말을 사용하니까 무척 궁금했던 모양입니다. 나도 처음에는 방법을 몰라 힘들었는데 인터넷으로 몇 번 설명을 보니 충분히 이해가 되어서 연습장을 꺼내 아들에게 자세히 가르쳐주었습니다. 6학년이기 때문에 두어 번 알기 쉽게 수치를 제시하여 설명하니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아들과는 좋아하는 후보가 달라서 더 이야기가 잘 진행되었습니다. 언젠가는 저녁 식사 때에 내가 아들에게 어려운 질문을 냈습니다. 좋아하는 후보의 어떤 면 때문에 관심을 갖느냐고 물었습니다. 아들은 잠시 미소지으며 생각하더니 다음과 같이 말하는 것이었습니다.

"성적이 좋지는 않지만 다른 후보들과는 달리 끝까지 가려는 정신이 좋고요. 그리고 얼굴이 아주 잘 생겼잖아요."

아내도 나도 아들 녀석의 대답에 웃음을 보였습니다. 대견했습니다. 난 아들의 답변에 이렇게 평해주었습니다.

"그래 너의 의견을 잘 말했다. 그런데 얼굴이 잘 생겨서 좋아하여 대통령 후보가 되기를 바란다는 것은 아마도 다른 사람들에게 설득력 있게 들리지 않을 것이다. 조금 더 생각하여 자신의 주장을 남들에게 타당성 있게 말한다면 더 좋을 것이다."

텔레비전에서 하도 많이 합동 토론회를 하는 바람에 우리들은 몇 차례 2시간이 넘는 토론회를 보았습니다. 딸은 조금 보다가 싫증을 느껴서 방으로 들어갔지만 아들은 두 눈을 똑바로 뜨고 열심히 보았습니다. 아내도 가끔 옆에 와 앉아서 누구는 어떻고 누구는 어떻고하면서 평을 하는 것이었습니다.

토론회를 보면서 아내도 아들도 짜증을 낸 적이 있습니다. 선두 그룹인 두 후보가 너무나 얼굴을 붉히고 언쟁을 벌이는 대목에서 너무 한다고 말을 했습니다. 색깔이니 음모니 이념이니 사상이니 하는 어려운 문제들을 갖고 지나치게 다투고 있어서 나도 그 순간은 보기가 싫었습니다. 그러나 그런 일이 일어나는 것이 현실입니다. 그것 자체가 좋은 교육이기 때문에 왜 그런 문제들이 나왔고 언쟁을 벌이는지를 설명해주면서 끝까지 보았습니다.

처음에 일곱 명으로 시작되었던 후보 경선은 이제 단 두 명밖에 남지 않았습니다. 두 아이들은 중도에서 사퇴한 다섯 명의 얼굴과 이름을 똑바로 기억하고 있습니다. 아들이 궁금하게 여겼던 것은 영남 후보인 모 후보가 사퇴를 한 것과 그저께 충격적으로 사퇴를 한 모 후보에 관한 것입니다. 특히 선두권을 달리던 모 후보의 사퇴에 대해 아들 녀석도 도저히 이해를 하지 못했습니다.

그리고 경선이 중반을 넘어서면서부터 방송에서 너나 할 것 없이 쓰인 '노풍'에 대해 아들은 집요하게 내게 물었습니다. 그 말의 뜻은 무엇이며, 왜 바람이 불은 것이며, 왜 별안간 혜성과 같이 등장한 것이냐며 마구 질문을 던졌습니다. 아들의 물음에 답하기 위해서라도 난 더 열심히 경선에 관심을 갖고 분석하기에 여념이 없었습니다.

집에서 가까운 곳에 있는 교육대학에서 신문활용교육을 수강하고 있는 아내가 어느 날 경선과 관련된 신문을 오려서 스크랩한 것을 보았습니다. 모 후보가 경선 사퇴 여부를 놓고 고심하는 기사였습니다. 아내는 풀로 붙인 기사 옆에 제법 간단하게 분석을 해놓았습니다. 남편을 잘둔 덕분에(?) 아내도 이제는 대선 후보 경선이 남의 일이 아닌 자신의 일이 된 것입니다.

아내와 같이 인터넷으로 각 후보들의 연설도 들어보았습니다. 처음에는 일곱 명이 하므로 힘들었는데 요즈음은 세 명이 - 앞으로는 두 명이 - 하므로 50여 분만 투자하면 다 들을 수가 있어 참 좋았습니다. 어제는 경인방송에서 하는 토론을 우연히 가족과 같이 보게 되었는데 사회자와 함께 두 후보가 사이 좋게 가까이 앉아서 정담을 나누는 듯한 인상을 받았습니다.

일명 주말드라마로 불리며 국민들에게 정치도 재미가 있으며 흥행거리가 된다는 것을 보여준 민주당 후보 경선은 우리 가족에게도 예외는 아니었습니다. 그 시간만 되면 가족이 모여 앉아서 개표 결과 방송을 들으면서 기뻐하기도 하고 아쉬워하기도 했습니다.

지난 12일에는 경인방송에서 하는 한나라당 후보 합동 토론회를 보았습니다. 아들 녀석이 좋아하는 후보도 있어서 관심 있게 지켜보았습니다. 열심히 준비한 것을 가지고 나와서 주장을 펴는 것은 좋았는데 민주당 토론보다는 밋밋하여 재미는 훨씬 떨어졌습니다. 역시 경선은 엎치락뒤치락하면서 순위가 바뀌는 박빙의 승부가 이어져야 국민들의 관심을 끌 수 있는 것 같습니다.

가족을 하나로 만들어준 민주당 경선이 이제 앞으로 세 번밖에 남지 않았습니다. 두 후보의 표차가 많이 나 결과가 거의 정해져서 이전보다 흥미와 관심은 반감되겠지만 끝까지 지켜보려고 합니다. 왜냐하면 이 나라를 이끌어나갈 후보를 뽑는 일은 바로 우리들 자신의 일이기 때문입니다.

덧붙이는 글 | 두 아이들이 가끔 대선 후보 경선 놀이를 하는 것을 보면 정말로 재미있습니다. 후보들의 목소리와 특징을 말하기도 합니다. 왜 사퇴했는지를 아빠에게 설명하기도 합니다. 엉뚱한 이야기를 해도 좋습니다. 전혀 사리에 맞지 않아도 좋습니다. 아버지와 아내와 두 아이가 나와 같이 방송을 보면서 경선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는 것 자체가 그렇게 즐거울 수가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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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요즈음 큰 기쁨 한 가지가 늘었습니다. 그것은 바로 '오마이뉴스'를 보는 것입니다. 때때로 독자 의견란에 글을 올리다보니 저도 기자가 되어 글을 쓰고 싶은 욕심(?)이 생겼습니다. 우리들의 다양한 삶을 솔직하게 써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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