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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동안 언론사 간의 비판은 '금기' 가운데 하나로 굳어져왔다. 이같은 '동업자 의식'은 상호 비판과 쟁송을 '넘지 말아야 할 선'으로 규정해왔다. 그러나 지난해 언론사들의 매체 비평 코너가 활성화되면서, 세무조사로 인한 인식의 차이가 드러나면서 언론사 간 상호 비판이 늘어났다. 그만큼 소송도 늘었다. <오마이뉴스>의 기획연재 '언론과 정치의 소송전쟁' 마지막 주제는 '언론사 간의 소송, 실리 없는 명예전쟁'이다. <편집자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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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언론사들이 앞다투어 매체비평 코너를 신설함에 따라 급격히 증가했던 언론사간 중재 신청소송이 올해 들어 크게 줄어들었다. 언론중재위원회가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올해 들어 중재 신청이 접수된 언론사간 분쟁은 7건.

이 중 정정 및 반론보도를 받아들여 소를 취하한 경우가 5건, 합의가 1건, 피신청인의 이의신청으로 중재가 결정된 사례가 1건인 것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18건 중 8건(44.4%)이 중재 불성립 결정으로 합의가 이뤄지지 않은 경우에 비교하면 비교적 '유화적'으로 분쟁이 해결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또 전체 중재 신청 건수는 늘어났지만 언론사간 중재분쟁의 비율은 상대적으로 줄어들었다. 지난해 언론중재위에 신청된 중재 건수는 659건으로 언론사간 중재 분쟁이 차지하는 비율은 2.7%(18건)로 미미한 수준이다. 하지만 이는 올해 들어 더 낮아질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언론사간 중재분쟁 줄어들어

언론사간 중재 소송이 감소하고 있는 배경으로는 지난해 미디어간 비평이 유행처럼 번지면서 '소송의 일상화'가 가져온 피해가 상당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다시 말하면 소송 당사자간의 소모적인 '법정싸움'이 큰 소득을 얻지 못하고 정정 또는 반론 보도의 형태로 마무리되는 등 '실익'을 챙기지 못했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한국언론연구원 이구현 박사는 "언론사간 비평 문제가 첨예화됐던 지난해와는 달리 올해 들어 해당 언론사의 이미지에 심한 타격을 입다 보니 자제하는 분위기가 자발적으로 생성된 것 같다"며 “송사문제로 인한 해당 언론사간의 피해가 적지 않았다”고 말했다. 언론중재위원회의 중재소송과는 달리 법정 소송의 경우 다음과 같은 몇 가지 특징을 보이고 있다.

우선 언론사간 분쟁은 일반 소송과는 달리 합의가 되지 않는 경향이 있다. 안영률 서울지법 민사합의 25부(언론전담재판부) 부장판사는 "언론사간의 분쟁은 일종의 '기 싸움'에서 비롯되는 경우가 많아 어느 한 쪽도 합의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는 것이 일반적"이라고 말한다. 여러 건의 소송에 휘말려 있는 <한겨레>측도 이에 대체로 동의하는 편이다. <한겨레>의 한 관계자는 "상대 언론사에 심리적 부담을 주기 위해 합의를 꺼리는 측면이 존재하는 것은 사실"이라며 언론사간 소송이 '실익'을 찾기 위한 싸움이라기보다 기자들의 심적 위축을 경계하기 위한 방어적 공격 수단의 성격이 있음을 인정했다.

또 거액의 청구금액은 명목상의 금액일 뿐 전혀 실질적인 배상금액은 되지 못하고 있다. 따라서 거액의 청구액은 자사 보도의 정당성을 부각시키기 위해 취해진 일종의 '시뮬레이션 액션'인 것으로 인식되고 있다.

최근의 판례 또한 배상액을 물리는 경우보다 정정 혹은 반론 보도로 사건을 종결짓는 경향으로 흐르고 있어 '무늬만 거액' 소송으로 남는 경우가 다반사이다. 일례로 서울지법 민사합의 25부는 지난 4월 10일 동아일보가 MBC를 상대로 낸 정정보도 및 손해배상청구소송에서 원고 일부 승소 판결을 내리고 "MBC는 뉴스데스크를 통해 정정보도를 하라"고만 판결했다.

<동아일보>는 지난 1월 MBC '뉴스데스크'를 통해 "지난 96년 동아일보가 언론사라는 힘을 이용해 싼 이자로 주식을 사들였다"고 보도했고 동아일보는 허위보도로 명예를 훼손했다며 소송을 냈지만 재판부는 동아일보가 제기한 3억원의 손해배상청구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조선·동아·한겨레가 소송 단골

언론사간 소송의 대부분이 <조선일보> <동아일보> <한겨레>에 집중돼 있는 것도 또 하나의 특징이다. 조선-동아, 조선-중앙간 분쟁 사례는 찾기 힘든 반면 조선-한겨레, 동아-한겨레간 쟁송 건은 많은 편이다.

소송 사례로 따져보면 조중동(조선·동아·중앙)-한미문(한겨레·미디어오늘·문화방송) 대립 전선이 뚜렷하게 형성돼 있음을 알 수 있다. 2001년 언론사간 중재 소송 18건 중 문화방송의 소송, 피소송 사건은 총 7건(<조선일보>에 대한 소송 4건 포함)으로 40%가 넘는 비율을 차지하고 있으며, <조선일보>가 6건, KBS 5건(조선 1건, 동아 1건, 중앙 1건, MBC 1건 포함), <동아일보> 3건 순이다. 올해에도 이같은 대립 구도는 그대로 이어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이한 점은 <한겨레> 관련 송사는 중재보다는 오히려 민·형사상 소송으로 바로 옮겨진다는 것과 방송사간 송사건은 거의 눈에 띄지 않는다는 것이다. <한겨레>의 경우 지난 2001년 언론사간 중재 소송에는 단 한 건도 피소되지 않았으나, 법정 소송은 피소 5건, 고소 2건 등 무려 7건에 100억원이 넘는 사건들이 물려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한겨레21 등을 포함한 한겨레신문사 관련 소송은 모두 9건(고소, 피고소 포함)으로 지난해 언론사간 소송 13건 중 무려 69.2%에 달한다.(조선일보 8건, 동아일보 3건, 중아일보 2건)

반면 올해에는 <중앙일보>가 <한겨레>의 '중앙일보의 지국에 대한 과도한 횡포' 보도를 문제삼은 기사에 대해 반론 신청을 받아들여 합의를 본 것을 제외하면 한 건도 접수되지 않았다.

방송사간 중재 소송도 찾아보기 힘들다. 지난해 MBC측이 KBS 뉴스의 특정 내용을 오보사례로 보도한 것과 관련, 정정보도를 청구한 것을 제외하면 방송간 '다툼'은 발생하지 않았다. 일각에서는 이같은 언론간 송사가 보도의 신뢰성을 높이는데 기여하고 있다는 주장도 있다. 잦은 분쟁으로 이제 '싸우지 않고도 이기는 방법'을 터득했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즉 정확한 사실확인 과정을 거쳐 매체 비평에 임함으로써 분쟁의 소지 자체를 원천 봉쇄하는 방법을 알게 됐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이같은 언론사간의 분쟁이 법정으로 이어지는 것은 언론의 공익적 성격을 감안할 때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는 데 입을 모은다. 김재협 수원지방법원 부장판사는 "반론을 펼칠 수 없는 '개인의 언론사를 상대로 한 소송'과는 달리 언론사간 소송은 성격이 다르다"고 말한다. 그는 "오히려 논쟁을 함으로써 자사의 인지도를 높인다는 점에서는 오히려 손해보다는 '잠재적 이윤'이 발생하는 효과도 있는 것 아니냐"며 법정 분쟁의 자제를 당부했다.

조중동 향한 '미디어 비평' 칼끝, 소송은 2건뿐

▲ 미디어비평은 현재까지 2건의 소송만 걸려있다. 미디어비평 담당자들의 아이템 회의 ⓒ 오마이뉴스 권우성
최근 언론사간 쟁송 사건이 이슈로 등장한 가운데 언론사에 매서운 칼날을 휘두르고 있는 MBC '미디어비평'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소위 조중동(조선·중앙·동아일보)에 대한 '집중포격'으로 인해 거액의 명예훼손 소송에 걸려들지 않았을까 하는 일반인들의 우려 섞인 시각 때문이다.

그러나 현재 MBC '미디어비평' 프로그램 보도 내용과 관련해 걸려 있는 소송은 <조선일보>와 KBS가 제기한 2건이 전부. <조선일보>건은 지난해 12월 28일 MBC가 보도 프로그램을 통해 자사의 명예를 실추시켰다며 법인과 보도본부장, 취재기자 등 7명을 상대로 '뉴스데스크'와 '미디어비평'에 대해 모두 21건, 30억원의 손해배상청구소송을 서울지방법원에 제출하면서 시작됐다.

조선일보, 21건 30억 소송 제기

<조선일보>측은 MBC측이 '안티조선'과 관련한 13건(뉴스데스크와 중복된 1건 포함)의 보도에서 반론권을 인정하지 않은 채 프로그램을 방영했으며 나머지 9건도 자사의 명예를 실추시켰다고 주장하고 있다.

한편, KBS측은 지난해 8월 30일 보도된 모조품 열풍의 고발프로그램에 본 취재 목적을 속여 '짝퉁' 동호회를 인터뷰한 것을 두고 오보인 것처럼 미디어비평이 보도했다고 주장하고 있어 현재 심리가 진행중이다.

2건의 소송이 접수되기 이전까지 MBC 미디어비평이 피소된 경우는 없었다. 하지만 최근 자사의 명예를 건 '성전'이 계속되면서 한치도 물러설 수 없는 공방이 진행됨에 따라 자연스럽게 송사에 휘말리게 됐다는 것이 관계사측의 설명이다.

최용익 미디어비평 부장은 송사의 원인을 상호간 비평문화에 익숙하지 못한 일부 언론사의 그릇된 언론관에서 찾는다. 개방화, 다원화된 사회에서 언론의 격의 없는 토론과 비판은 자연스러운 현상임에도 비판을 비판으로 수용하지 못하고 법정으로 싸움을 끌고 가려는 일부 언론의 그릇된 인식 때문이라는 것이 최 부장의 해석이다. 몇몇 전문가들은 '침묵의 카르텔'에 균열을 낸 일부 언론사에 대한 응징의 측면도 존재한다고 주장하기도 한다.

한편, 최 부장은 소위 보수언론이라 일컫는 조중동에 미디어비평의 '공격'이 집중되고 있다는 비판에 대해서도 특정매체, 특정언론을 비난하기 위해 의도적으로 기획된 것은 아니라고 말한다. 상식적 기준에서 자료를 분석하다보면 결국 '비평의 칼끝'이 조중동을 향할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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