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 일병 사망 사건'을 수사중인 국방부 특별조사단은 29일 오전 보고서를 통해 "노 모 중사에 의한 총기 오발 없었다"는 결과를 내놓았다.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는 정수성 특조단장. ⓒ 오마이뉴스 김영균
국방부 특조단이 29일 '허원근 일병 사망사건에 대해 기존 헌병대의 조사결과를 재확인한 중간조사 결과를 발표한 가운데 의문사위원회가 특조단의 조사방식에 대해 이의를 제기하고 나서 양측간에 치열한 공방이 예상된다.
의문사위원회는 특히 "위원회는 허 일병의 타살 가능성을 제기한 특정인의 진술만을 전적으로 신뢰해서 판단의 근거로 삼지 않았다"며 특조단의 수사결과를 반박하면서 타살 가능성을 뒷받침하는 몇 가지 방증을 추가로 제시했다.
특조단은 다른 중대원들이 허 일병의 타살을 주장한 전 모씨(당시 상병)의 진술과 엇갈린 점을 들어 전 씨의 진술이 허위라고 잠정 결론을 내린 바 있다.
그러나 위원회는 "이번 사태와 직접적으로 이해관계가 없는 대대본부 근무자 및 주변 소초 근무자들이 '허 일병이 사건 당일(84년 4월2일) 새벽에 이미 숨져 있었다는 말을 해당 중대원들로부터 들었다'고 진술해 헌병대 조사결과에 의문을 품게 됐다"고 밝혔다.
이들의 진술이 나온 후 또 다른 참고인 이 모씨가 "허 일병이 새벽 술자리에서 한 발을 맞았다"고 진술했고, 전 모씨도 허 일병이 타살됐다고 증언했다는 것. 그러나 이 씨는 위원회의 조사 이후 자신의 진술 내용을 번복하고 있어 전 모씨가 현재로서는 총기오발 사건을 증언해줄 유일한 증인으로 남아 있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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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문사위원회는 나아가 특조단이 민간인들을 참고인으로 불러 조사하는 과정에서 진술 번복을 강요하고, 예전의 상관이 조사현장에 배석한 가운데 강압적으로 추궁을 하는 등 "군의 명예회복을 위해 조사결과를 꿰어 맞춘 흔적이 있다"고 지적했다.
의문사위원회는 또 "특조단이 일관되게 타살 가능성을 제기한 전 모씨에 대한 조사를 못하고 있는 이유도 무리한 대질신문을 하려는 특조단의 의욕과잉과 불안한 심리의 참고인에 대한 무리한 조사행태로 빚어진 것"이라고 덧붙였다.
위원회는 관련자 진술 이외에도 허 일병의 사인을 타살로 결론을 내리게 된 증거로 "중대원 전원의 야상(야전 군용점퍼)에 화약흔이 묻어 있다"는 당시 헌병대의 수사기록을 제시했다.
일부 중대원들은 "사건 발생 전에 중대에서 사격을 실시한 적이 없다"고 진술하고 있는데, 중대원들 야상에서 검출된 화약흔은 당일 새벽에 중대본부 내무반이라는 밀폐된 공간에서 허 일병이 총에 맞았음을 입증하는 중요한 증거라고 의문사위는 주장하고 있다.
의문사위원회는 또한 "당시 헌병대 조서에 첨부된 허원근 사체 사진들에 사체 옆에 허 일병의 탄띠가 놓여있는데, 허 일병이 스스로 총을 세 발 발사해 자살했다면 스스로가 탄띠를 풀어서 사진과 같이 놓을 수 없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의문사위원회는 "조사기간이 부족해 이 같은 의혹에 대한 과학적 검증을 할 시간이 없었고, 이에 따라 기자회견에서도 이를 증거자료로 제시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지난 달 열린 의문사 진상위의 현장 검증 모습. 29일 국방부는 의문사위 결과와 정면 배치되는 중간 결과를 발표했다. ⓒ 오마이뉴스 홍성식
<제1신:29일 오전 11시 20분>
"내무반에서 총기오발 없었다"
- 특조단, '허일병 사망사건' 중간수사 결과 발표
'허원근 일병 사망사건'을 수사중인 국방부 특별조사단(단장 정수성 육군 중장, 이하 특조단)이 29일 국방부 브리핑룸에서 "사건 당일 노모 중사의 총기오발 사건이 없었던 것으로 드러났다"는 중간결과를 발표했다.
특조단의 이같은 발표는 지난달 10일 의문사진상규명위원회가 발표한 조사 결과를 정면으로 뒤집는 것이어서 향후 이를 두고 적잖은 논란이 예상되고 있다.
애초 의문사 진상위는 '허 일병 사망 사건'을 지난 84년 4월 2일 새벽 2시경 진급 축하 회식자리에서 노모 중사의 총기오발로 허 일병이 쓰러진 뒤 중대장이 허위사실을 보고, 사건을 은폐한 것으로 결론지었다.
특조단 정수성 단장은 이날 오전 10시 국방부 브리핑룸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군의 특성, 관행, 당시 주변정황 등 모든 상황을 고려했다"고 전한 뒤 위와 같은 중간 조사 결과를 밝혔다.
이날 정 단장의 발표에 따르면 특조단이 지난 2개월간 중점적으로 조사한 사항은 ▲노모 중사가 난동 후 오발, 누군가가 2발을 추가로 쏘았는가 ▲제3자에 의한 타살인가 ▲허일병이 자살했는가 하는 등의 3가지 사항.
▲고 허원근 일병 ⓒ
특조단이 위 3가지 사항 중 "총기 오발 사건이 없었다"고 결론을 내린 근거는 우선 당시 목격자 10명 중 9명이 '총기 사건 없었다'는 일관된 진술을 하고 있다는 점이다.
특조단은 보고서를 통해 "당시 중대본부에 있던 12명 중 사망한 2명(중대장 김모 대위, 허원근)을 제외한 나머지 10명 중 9명이 당시 총기사고가 없었다고 강력히 부인"하고 있으며 "사고가 있었다고 주장하는 1명(전모 상병)은 국방부 특조단 조사에 응하지 않고 있고, 의문사 위원회에서 13회에 걸쳐 진술한 것도 허위로 판단된다"는 근거를 제시했다.
특조단은 또 "사건 당일 새벽 대대장과 보안대 허모 하사가 현장에 나가지 않았다는 점을 거짓말 탐지기 등으로 확인해 진실반응을 얻었다"는 점도 덧붙였다.
이 외에도 특조단은 보고서에서 ▲사고 당일 아침에 허일병을 보았다는 인원 다수(5명) ▲당시 진술조서를 작성한 누구도 노모 중사의 오발 내용을 쓰지 않았음 ▲GOP 사망사고시 상급부대로 신속히 보고해야 하나 보고가 없었음 ▲대대 군의관이 사건 당일 아침 외박 신고 ▲혈흔을 지울 만한 대량의 물을 구할 수 없는 상황 등을 들어 '총기 오발 사건'이 없었다는 결론을 내렸다고 밝혔다.
정 단장은 중간결과 발표 후 "제3자에 의한 타살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고 있다"며 "앞으로 법의학, 현장감식, 범죄심리, 신경정신과 등 사계 전문요원을 활용해 객관적이고 과학적인 수사를 계속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특조단의 최종 수사결과 발표는 11월 중순께 있을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