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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태승 전경련 전무(왼쪽에서 두번째)와 국상호 상무가 13일 오후 인수위원회를 방문, 정순균 인수위 대변인에게 김석중 상무의 뉴욕타임즈 발언에 관한 해명 공문을 전달하고 있다.
정태승 전경련 전무(왼쪽에서 두번째)와 국상호 상무가 13일 오후 인수위원회를 방문, 정순균 인수위 대변인에게 김석중 상무의 뉴욕타임즈 발언에 관한 해명 공문을 전달하고 있다. ⓒ 오마이뉴스
문서번호가 '전경련 제0024호'라고 찍힌 해명서에서 김 회장은 "김 상무는 자신의 발언이 진위와 달리 확대·와전되어 기사화 된 것으로 보고 돈 커크 기자에게 이미 정정보도를 요청한 바 있으며, 본 회도 뉴욕타임즈와 돈 커크 기자에게 정정 보도 할 것을 요청할 계획"이라며 "향후 이 결과에 따라 필요한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밝혔다.

김 회장은 "김 상무는 문제가 된 '사회주의(socialist)'라는 표현을 사용한 적이 전혀 없으며 당시 이동전화로 짧게 인터뷰를 하다보니 통화의 감이 좋지 않아 발언 내용이 잘못 전해진 것이 아닌가 판단된다고 해명했다"고 밝혔다.

김 회장은 "김 상무의 인터뷰 기사로 인해 물의를 일으키게 된 점을 대단히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면서 "본회는 새 정부가 민주주의와 자유로운 시장경제를 지향하고 있음을 충분히 인식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 문서는 총 7개항에 마지막에 '전국경제인연합회 회장 김각중'이라며 직인이 찍혀 있다. 전경련 정태승 전무와 국성호 상무는 이 문서를 오후 1시40분 경 인수위를 방문해 정순균 대변인에게 전달했다.

정 대변인은 전경련의 해명서에 대해 "정중한 사과를 한 것으로 받아들인다"며 "인수위는 앞으로 전경련 측에 성의 있는 조치가 있을 것으로 기대하며 사태를 지켜보겠다"고 밝혔다. 정 대변인은, 전경련이 밝힌 '향후 결과에 따라 필요한 조치'와 인수위가 밝힌 '성의 있는 조치'가 김석중 상무의 거취가 관련이 있느냐는 질문에 "전경련 측에 질문을 해 달라"고 말했다.

해명서를 전달한 정태승 전무는 김 상무의 거취에 대해 "현재 정해진 바는 없다"면서 "후에 (전경련) 내부에서 결정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김 상무는 이날 YTN과의 인터뷰에서 "이번 건과 관련해 자진 사퇴할 의사가 없다"면서 "(자신의 거취는) 전경련에서 결정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이번 파문은 전경련의 '사과성 해명서'로 일단 파문 확산은 진정될 것으로 보이나, 뉴욕타임즈의 정정 보도 여부와 김 상무의 거취 문제가 여전히 불씨로 남은 것으로 보인다.

정태승 전경련 전무(오른쪽에서 첫번째)와 국상호 상무(두번째)가 13일 오후 인수위원회를 방문, 정순균 인수위 대변인에게 김석중 상무의 뉴욕타임즈 발언에 관한 해명 공문을 전달한뒤 기자들에게 설명하고 있다.
정태승 전경련 전무(오른쪽에서 첫번째)와 국상호 상무(두번째)가 13일 오후 인수위원회를 방문, 정순균 인수위 대변인에게 김석중 상무의 뉴욕타임즈 발언에 관한 해명 공문을 전달한뒤 기자들에게 설명하고 있다. ⓒ 오마이뉴스

"이동전화의 감이 좋지 않아…"
인수위에 보낸 전경련 해명서 전문

전경련은 13일 오후 1시40분 경 정태승 전무, 국성호 상무를 통해 김각중 회장 명의의 해명서를 정순균 인수위 대변인에게 전달했다.

이 문서는 전경련 문서번호와 김각중 회장의 직인이 찍힌 공식 문서로서 '본회 사무국 임원의 1월 10일자 뉴욕타임즈 인터뷰 기사 관련'이라는 제목의 '해명서'이지만, 내용은 사실상 사과의 의미를 담고 있다. 전경련의 고위 관계자는 "해명서에 전경련 차원의 사과의 의미가 담겨 있다"고 말했다.

인수위는 임채정 위원장과 정순균 대변인, 이병완 총괄간사가 해명서를 검토하고 노 당선자에 대한 보고 한 후 ""정중한 사과를 한 것으로 받아들인다"는 입장을 발표했다.

다음은 김각중 전경련 회장이 인수위에 보낸 해명서 전문이다.

전경련 제0024호
2003. 1. 13

수신 : 임채정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위원장
제목 : 본회 사무국 임원의 1월 10일자 뉴욕타임즈 인터뷰 기사 관련


1. 대통령직 인수 업무에 전력하시는 귀하와 인수위의 노고에 경의를 표합니다.

2. 먼저 1월 10일자 뉴욕타임즈에 실린 본회 김석중 상무의 인터뷰 기사로 인해 물의를 일으키게 된 점을 대단히 송구스럽게 생각합니다.

3. 뉴욕타임즈 1월 10일자 기사에 자신의 이름과 멘트가 인용된 사실을 모른채 1월 11일 개인 용무로 인도네시아로 출국한 본회 김석중 상무는 소식을 전해듣고 1월 12일 급거 귀국한 직후인 오후 3시경 본회 출입기자단에 발언의 진위 여부를 해명했습니다.

4. 김 상무는 지난해 12월 26일경 인터네셔널 해럴드 트리뷴에 돈 커크 기자와 영어로 행한 전화인터뷰에서 대선 공약상에 비친 차기 정부의 경제정책이 크게 변화할 것으로 예상되므로 경제계가 이를 우려하고 있다는 요지의 발언 등을 한 적은 있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나 김 상무는 문제가 된 '사회주의(socialist)'라는 표현을 사용한 적이 전혀 없으며 당시 이동전화로 짧게 인터뷰를 하다보니 통화의 감이 좋지 않아 발언 내용이 잘못 전해진 것이 아닌가 판단된다고 해명했습니다.

5. 또한 김 상무는 자신의 발언이 진위와 달리 확대·와전되어 기사화 된 것으로 보고 돈 커크 기자에게 이미 정정보도를 요청한 바 있으며, 본 회도 뉴욕타임즈와 돈 커크 기자에게 정정 보도 할 것을 요청할 계획입니다. 본회는 향후 이 결과에 따라 필요한 조치를 취할 것입니다.

6. 본회는 새 정부가 민주주의와 자유로운 시장경제를 지향하고 있음을 충분히 인식하고 있으며 앞으로 새 정부와 경제계의 적극적인 협력아래 국정 10대 과제가 착실히 이행되어 우리나라가 국민소득 2만불 시대를 구가하고 동북아 경제중심 국가로 도약할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기울이겠습니다.

7. 끝으로 귀하의 무궁한 발전과 대통령직 인수위원회가 맡은 바 소임을 차질없이 완수할 수 있게 되기를 기대합니다.

전국경제인연합회 회장 김각중


<1신(최종 편집) : 13일 새벽 2시30분>

[뉴욕타임즈 돈 쿽 기자 핸드폰 인터뷰]
"사회주의는 한국에서 민감한 말...
그는 공산주의라고는 말하지 않았다"


재계의 싸움닭?
김석중 전경련 상무는 누구인가

▲ 12일 김석중 전경련 상무가 자신의 발언에 대해 해명하고 있다.


김석중 전경련 상무(경제조사본부장)는 우선 자타가 공인하는 재계의 대변자 역할을 해왔다.

과거 재계 입장과 논리를 설파했던 '공격수'로는 유한수 전 전경련 전무였지만, 그가 조직을 떠난후 유 전무의 역할을 이어받아 각종 신문과 방송, 토론 등에서 재계의 주장을 널리 전파해 왔다.

그의 이같은 대외활동을 통해 시민단체나 진보적 성향의 학자들과 토론을 펼치면서 '재계의 싸움닭' 역할도 했다. 최근에는 인수위의 재벌개혁 프로그램을 놓고 <동아일보>의 지면을 통해 참여연대 김상조 경제개혁센터 소장과 치열한 논쟁을 펼친바 있다.

그는 또 전경련 경제조사본부장으로 산하에 기업경영팀, 경영조사팀 등 전경련의 핵심부서를 이끌고 있으며, 99년 이후 지난 3년 동안 기업환경 개선과 규제 완화 등 대 정부 정책건의 활동을 활발히 진행해 왔다.

지난 99년 전경련 상무보(조사1본부장)로 특채돼 전경련과 인연을 맺은 김 상무는 지난 82년 고려대 농경제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퍼듀대학에서 농업경제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91-98년까지 리스협회와 여신금융협회 등에서 일해왔다. / 김종철 기자
김석중 전국경제인연합회 상무가 "인수위의 목적은 사회주의다"라고 발언했다는 <뉴욕타임즈> 보도의 파문이 확산되고 있다.

인수위 정순균 대변인은 12일 전경련에 "진상조사와 합당한 조처"를 요구했다. 하지만 당사자인 김석중(47) 상무는 "<뉴욕타임즈>와의 인터뷰에서 '사회주의'라는 표현을 쓴 적이 없다"고 밝히고 있다.

그렇다면 <뉴욕타임즈>가 오보를 한 것인가, 아니면 김석중 상무가 거짓말을 하고 있는 것인가? 진실을 알 수 있는 또 다른 당사자는 문제의 기사를 쓴 <뉴욕타임즈>의 돈 쿽(Don Kirk) 기자다.

<오마이뉴스>는 1월12일(일) 오후 5시30분경 <뉴욕타임즈> 돈 쿽 기자와 핸드폰 인터뷰를 약 10여분간 가졌다. 그는 "김석중씨와 몇 주 전에 두 차례에 걸쳐 전화인터뷰를 가졌다"고 했으나 "그 기사 때문에 현재 김씨가 곤경한 입장에 처해 있기 때문에 (그가 정말 '인수위는 사회주의'라는 발언을 했느냐는 질문에 대해) 코멘트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돈 쿽 기자는 '당신이 쓴 기사에 대해 자신을 갖고 있나'는 질문에 대해서도 "내가 그렇게(내 기사에 자신감을 가지고 있다고) 말하면 김석중씨가 더 곤경에 처하게 된다"면서 "나는 김씨가 그런 처지에 놓이는 것을 원치 않는다"고 거듭 말했다.

그러나 돈 쿽 기자는 "김씨가 공산주의라는 말은 하지 않았다"라고 말하면서 "사회주의라는 말이 한국에서는 북한을 연상시키기 때문에 매우 민감한 말이다"라고 말해 김씨가 사회주의라는 표현을 썼을 가능성도 있음을 시사했다.

"사회주의는 어떤 (매우 복합적인) 함의를 갖고 있다. 여기(한국)에서는, 독특한 (역사적) 경험때문에 그 말이 매우 민감하다. 그는 공산주의라고 말하지 않았다. 사회주의는 공산주의와는 매우 다르다. 한국의 독특한 역사 때문에 사회주의라는 말은 한국사회에서 특별한 뜻을 갖고 있다. 북한과 연계해 생각을 하게 된다."

이어 '김씨가 정말 socialist라고 했나. 아니면 다른 단어를 사용했나'라는 질문을 하자 돈 쿽 기자는 "더 이상 그에 대해 말하고 싶지 않다"면서 "나는 당신처럼 단지 기자일 뿐이다"라고 말했다.

다음은 돈 쿽 기자와의 핸드폰 인터뷰 전문이다.

- 한국의 인터넷신문 <오마이뉴스> 기자다. <오마이뉴스> 들어봤나.
"들어봤다. 알고 있다."

- 김석중 상무와 관련한 기사에 대해 몇 가지 질문을 하고 싶다.
"그에 대해서는 코멘트 하고 싶지 않다. 김씨가 그 기사 때문에 어려운 처지에 놓여 있기 때문이다."

- 그러나 내 질문은 매우 간단한 것이다.
"OK, 질문이 뭔가."

- 언제 김석중씨와 인터뷰를 했나.
"몇 주 전이다."

- 전화인터뷰였나, 아니면...
"전화인터뷰였다. 두 차례 했다."

- 김석중씨가 정말로 "인수위의 목적은....(사회주의"라고 말했나).
"그가 인터뷰에서 뭐라고 말했는지에 대해서 말하고 싶지 않다. 그 기사 때문에 그가 현재 곤경한 입장에 처해 있지 않는가."

- 그저 단 한 가지를 확인하고 싶을 뿐이다. 그가 정말 "Their goal is socialist"(인수위의 목적은 사회주의다)라고 말했나.
"몇 사람이 그에 대해 질문을 해왔지만 그 동안 코멘트하지 않았다. 그가 어려움에 처해 있기 때문이다."

- 이렇게 질문해보겠다. 당신이 쓴 기사가 정확하다는 것에 대해서는 자신하고 있나.
"코멘트하고 싶지 않다. 김석중씨는 내 기사를 도와줬던 사람이다. 그에 대해 말하고 싶지 않다."

- 그 기사가 문제된 이후에 김석중 씨가 당신에게 전화를 했나.
"그것에 대해서도 코멘트 않겠다. 내가 알고 있는 모든 것은 그 기사 자체일 뿐이다."

- 다시 묻겠다. 당신이 쓴 기사에 대해 자신을 갖고 있나.
"다시 한번 말하는데, 코멘트하지 않겠다. 내가 그렇게(내 기사에 자신감을 가지고 있다) 말하면 김석중씨가 더 곤경에 처하게 된다. 나는 김씨가 더 곤경에 처해지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

<오마이뉴스> 기자가 "고맙다"면서 전화를 끊으려 하자 그가 몇 가지를 덧붙였다.

"내가 쓴 그 기사의 핵심은 매우 분명하다. 새정부가 경제정책 변화를 급격하게 추구하려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 기사 읽어봤나?"

- 그렇다. 당신 기사의 핵심은 바로 그거다. 그런데 현재 문제가 되는 것은 김석중씨가 말한 단 하나의 문장 "Their goal is socialist"인데.
"사회주의는 어떤 (매우 복합적인) 함의를 갖고 있다. 여기(한국)에서는, 독특한 (역사적) 경험때문에 그 말이 매우 민감하다. 그는 공산주의라고 말하지 않았다. 사회주의는 공산주의와는 매우 다르다. 한국의 독특한 역사 때문에 사회주의라는 말은 한국사회에서 특별한 뜻을 갖고 있다. 북한과 연계해 생각을 하게 된다."

- 김씨가 정말 socialist라고 했나. 아니면 다른 단어를 사용했나.
"더 이상 그에 대해 말하고 싶지 않다. 나는 당신처럼 단지 기자일 뿐이다."

- 잠깐 직접 만나서 인터뷰할 수 있겠나.
"지금은 전혀 다른 기사를 쓰고 있기 때문에 시간이 없다."

이들의 목표가 사회주의?11일 오전 세종로 정부중앙청사에서 열린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전직원 조회의 참석자들이 국민의례를 하고 있다.
이들의 목표가 사회주의?11일 오전 세종로 정부중앙청사에서 열린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전직원 조회의 참석자들이 국민의례를 하고 있다. ⓒ 연합뉴스

김석중 전경련 상무 "사회주의란 말 한 기억 없다"

한편 전경련의 김석중 상무는 12일 전경련 기자실에서 '사회주의' 발언파문과 관련해 해명 기자회견을 갖고 "소셜리스트(socialist)라는 말을 한 기억이 없으며, 돈 쿽 기자를 다시 한번 만나 이 부분에 대해서 정정해 달라고 요구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다음은 <연합뉴스>가 전한 일문일답.

- 문제가 발생한 이후 돈 쿽 기자와 연락한 적이 있나. 정정요구를 할 것인가.
"귀국해 공항에서 오던 중 돈 쿽 기자와 통화해 '내가 소셜리스트라는 말은 한 기억이 없는데 너는 그런 말을 들었냐'고 하자 본인도 기억이 확실치 않다면서 확인해주지 않았다. 예스(yes) 또는 노(no)를 말하지 않았다. '내가 쓴 기사는 내가 책임지겠다'고 했다. 돈 쿽을 다시 한번 만나서 소셜리스트 부분에 대해서 정정해 달라고 요구할 계획이다."

- 영어가 문제됐을 수도 있나.
"교포처럼 완벽하지 않기 때문에 그럴 수도 있다."

- 소셜리스트라는 단어 이외의 인터뷰 부분은 맞나.
"그 당시 인터뷰의 다른 부분과 관련 선거공약사항 등을 내부적으로 검토해볼 때 경제정책에 큰 변화를 가져올 수 있고 이런 정책들이 한꺼번에 취해질 경우 경제에 위험할 수도 있다는 우려를 언급한 적은 있는 듯하다."

- 신정부의 경제정책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그때도 그렇고 지금도 아직까지 인수위의 정책방향이 명확히 정해지지 않았는데 뭐라 언급하는 것이 바람직하지 않다."

인수위 "전경련은 진상 조사해 합당한 조치 취해라"

대통령직 인수위원회는 12일 김 상무의 발언과 관련해 전경련 측에 '합당한 조치'를 요구했다.

정순균 인수위 대변인은 이날 오후 공식 브리핑을 통해 "전경련은 일과성으로 공식 입장이 아니라고 지나칠 것이 아니라 김 상무의 발언경위에 대한 진상을 파악하고 문제가 있다면 그에 합당한 조치를 취할 것을 요청한다"라고 말했다.

'합당한 조치'에 대해 정 대변인은 "전경련에서 자체 판단해야 할 사항"이라고만 말했으나, 사실상 김 상무의 경질이나 김각중 전경련 회장의 사과 등 강도높은 조치를 요구하는 것으로 보인다.

인수위는 현 상황을 상당히 심각히 받아들이고 있다. 이번 사건이 단순한 오보나 실수가 아닌 '의도된 발언' 쪽으로 무게중심을 두고 있다.

그 근거는 (1) 김 상무가 전경련 내의 대표적인 이론가이자 책임있는 고위직이라는 점 (2) 문맥상 나름대로 논리체계가 있다는 점 (3) 최근 손병두 전경련 부회장이 "대기업과 재벌을 구분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지난 5년간 엄청난 구조조정을 통해 과거 나쁜 의미로 사용됐던 재벌은 없어졌기 때문에 더 이상 대기업이다, 재벌이다 할 상황이 아니다"라며 새정부의 재벌정책에 공개적으로 반기를 든지 얼마 지나지 않은 시점이라는 점 등이다.

또한 국내 언론이 아니라 <뉴욕타임즈>라는 세계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매체에 보도됐다는 것도 인수위를 심각하게 만들고 있다. 한국의 신인도에 영향을 미치거나 새정부에 대해 선입견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정 대변인은 "인용된 김 상무의 발언은 내용과 문맥으로 보아 <뉴욕타임즈가>가 하지 않은 말을 날조하거나 (김 상무의) 단순한 실수가 아니라 다분히 의도된 발언으로 보고 있다"면서 "당사자인 김 상무는 인터뷰 내용을 상세히 공개할 것을 촉구한다"고 말했다.

정 대변인은 "며칠 전 한나라당 서청원 대표가 '좌파정권' 운운 발언을 했지만 이는 정치공세로 치부할 수 있다"며 "김 상무의 발언은 그와는 차원이 다르다"고 말했다. 그는 "이번 발언은 논리구조가 있는 심각한 발언"이라고 말했다.

정 대변인은 '<뉴욕타임즈> 측에 확인을 해보았는가'라는 질문에 "그것은 우리들(인수위)이 할 일이 아니고, 저쪽(전경련)에서 해야 할 일"이라며 "만약 김 상무가 그같은 발언을 한 일이 없다면 분명히 정정 등 그에 합당한 조치를 <뉴욕타임즈>에 요구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정 대변인은 "세계 유수의 언론에서 인수위나 노무현 당선자에 대한 잘못된 이야기가 나왔을 경우 국가 신인도나 새로운 정부에 대한 불안감을 야기시킬 수 있다"면서 "따라서 이것은 명명백백히 가려져야 할 사안"이라고 덧붙였다.

문제의 단 한 문장 "Their goal is socialist"
10일자 <뉴욕타임즈>는 무엇을 세계에 타전했나

▲ 김석중 전경련 상무의 NYT 인터뷰 내용이 파문을 일으키고 있다. 사진은 NYT인터넷판


미국 <뉴욕타임즈>는 지난 10일치 경제면에서 "대선 이후, 한국 기업 안심시키기(After the Election, Reassuring Korean Business)" 라는 제목의 기사를 통해 노무현 대통령 당선자의 경제정책에 대해 재계의 우려가 커지고 있으나 이같은 우려가 다소 줄어들고 있다고 보도했다.

전체적인 기사의 논조는 대선 이후 노무현 당선자에 대한 재계의 우려가 점차 줄어들고 있다는 것.

타임즈는 노 당선자가 선거 운동 기간 중에 "최근까지 지배력이 약해지긴 했지만 재벌이 여전히 한국 경제를 지배하고 있다"면서 반대의 뜻을 분명히 했지만, 그가 미군의 한국 주둔 철수 등과 같은 발언을 더 이상 하고 있지 않은 것처럼 기업에 대해서도 더이상 협박성 발언(menace)를 하지 않고 있다고 전하고 있다.

기사에는 노 당선자의 핵심 경제참모인 유종일 한국개발연구원 교수와 인수위 경제분과 간사로 참여한 이동걸 한국금융연구원 연구위원 등이 노 당선자쪽의 입장을 설명했다.

유 교수는 외국언론에 나타나고 있는 노 당선자의 '좌파적' '포퓰리즘적' 색깔에 대해 "큰 오해"라고 반박했고, 이 연구위원은 재벌의 금융지배에 대한 우려를 나타내면서 이에 대한 규제를 강조했다.

대신 보수진영을 대변하는 이회창 전 한나라당 후보와 야당이 국회를 장악하고 있어 노 당선자의 규제 정책의 입법이 '불가능'하다고 신문은 전하고 있다.

보수쪽 입장으로는 재계쪽의 전경련 부설 한국경제연구원의 좌승희 원장과 함께 삼성 이사인 서강대 박내회 교수가 등장하고, 전경련 경제조사본부장인 김석중 상무는 '김석준'이라는 잘못된 표기로 나오고 있다.

타임즈는 보수쪽의 입장을 설명하면서 김 상무의 발언을 실었다. 그는 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우리는 규제 완화와 경제적 자유를 원한다. 그들은(인수위는) 경제 정책에서 매우 위험할 수 있다. 그들은 경제 시스템의 급격한 변화를 원하고 있다. 그들의 목적은 사회주의적인 것이다. 우리는 그것을 우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김 상무는 12일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이같은 발언 사실을 전면 부인했다.

다음은 논란이 되고 있는 1월 10일치 <뉴욕타임즈> 돈 컥 기자의 기사 전문을 번역한 것이다. 현재 문제가 되고 있는 인용부분은 <오마이뉴스>에서 굵은 글씨로 표시했다. 영문기사 원본은 아래에 첨부했다.

<대선 이후, 한국 기업들 안심시키기> / 돈 쿽(Don Kirk) 기자

한국의 노무현 대통령 당선자는 비록 최근들어 약해지긴 했지만 여전히 한국 경제를 지배하고 있는 거대 기업들인, 재벌들에 대해 반대의사를 분명히 밝혀왔다. 이에 대해 보수적인 반대파들은 북한을 포용하자는 그의 대북관 만큼이나 그의 경제관에 대해 우려를 표명해왔다.

하지만 지난 12월 19일 선거에서 승리한 노 당선자는 자신에게 직면해 있는 두가지 두려움들에 가라앉히기 위해 노력해 오고 있다. 그는 더 이상 주한미군 철수를 주장하지 않는 것처럼 기업들에 대해서도 더 이상 협박적인 신호를 보내지 않고 있다. 그가 변호사로서 파업으로 체포됐던 노동자들을 변호했던 경력에도 불구하고, 그는 경제에서 보다 "평등주의"를 추구하는 입장을 가지고 있다.

노 당선자의 경제 프로그램 자문을 맡았던 하버드 출신 경제학자인 유종일 박사는 "외국 언론들은 새 정부가 좌파적이거나 포퓰리즘적(대중추수주의적)이라며 우려를 표하고 있다"면서 "그것은 정말 오해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유 박사는 "노 당선자가 재벌 개혁을 강하게 추진할 것"이라면서 "지난 1997-98년 아시아의 금융위기 당시 재벌들을 통제하기 위해, 국제통화기금(IMF)에 의해서 취해졌던 많은 조치들이 지난 2년동안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노 당선자와 보좌진들은 97년 한국이 (IMF로부터)580억불의 구제금융을 받은 후, 김대중 대통령은 금융시스템과 재벌을 개혁하기 위해 좋은 출발을 보였다고 말했다. 하지만 김 대통령의 노력들은 그의 두 아들이 부패 스캔들로 연루돼 감옥에 갇히게 되면서 수렁에 빠지게 됐다고 그들은 평가했다.

이번 대통령선거는 재벌들에게 지워졌던 제재들을 벗어내고자 하는 보수진영과 보다 강력한 제재를 요구하는 노 당선자와 그 지지자들 사이의 대결 양상을 보였다.

노 당선자가 오는 2월에 대통령에 취임한 후라도 경제 규제에 대한 각종 현안들은-특히 경제 성장이 점차 하락할 경우- 끊임없는 논란을 불러일으킬 것이다. 왜냐하면 이번 선거에서 노 당선자와 이회창 (한나라당)후보 사이에 단지 2.3%의 근소한 차이가 있을 뿐이고, 보수적인 야당이 국회를 장악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화요일, 정부는 내년 경제 전망을 5-5.9% 수정 전망했다. 이는 지난 2002년에 예상했던 6%보다 낮은 수치다. 경기 하강에 따른 조치로서 어제(9일) 한국 은행은 가계 대출의 급증과 물가상승을 억제하기 위한 금리인상 요구를 거절했다.

(한국의)보수진영은 이미 (노 당선자쪽과) 싸움할 준비를 갖추고 있었다. 전국경제인연합회의 김석준('김석중'을 잘못 표기) 경제분석가는 "우리는 규제 완화와 경제적 자유를 원한다"고 말했다. 노무현 당선자의 대통령직 인수위원회에 대해서, 그는 "그들은 경제 정책에서 매우 위험할 수 있다. 그들은 경제 시스템의 급격한 변화를 원하고 있다. 그들의 목적은 사회주의적인 것이다. 우리는 그것을 우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새로운 경제 개혁 입법안이 (야당이 다수인)국회를 통과하기가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에, 노 당선자는 대신 이미 법으로 규정돼 있는 개혁 법안 시행에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유종일 박사는, "강력한 규제 정책들이 그동안 상당히 진행돼 왔다"면서 재벌들의 부당 내부 거래나 계열사에 대한 상호출자제한 등을 예로 들었다. 하지만 김대중 정부가 재벌들의 금융자본 지배를 공고히 하는데 토양을 제공했다고 그는 비판했다.

그는 "재벌의 금융 계열사 지배는 매우 중대한 관심사"라면서 "우리는 이와 관련 엄격한 규제를 강화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노 당선자의 한 보좌진은, 노 당선자가 한국의 몇몇 대형 증권회사와 보험회사 등 금융 기업들을 소유하고 있는 재벌들이 그들의 금융 계열사들 포기하도록 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같은 방침에 대해, 보수진영들은 재벌 계열사들이 다른 기업에 한해 최대 25%이상 투자를 하지 못하도록 해놓은 상호출자제한법과 계열사간 상호 보증을 제한하고 있는 법의 철회를 요구하고 있다. 이같은 모든 경제활동은 지난 1997-98년 외환위기 이전 재벌들 사이에서는 일반적으로 행해졌던 것들이었고, 이는 몇몇 재벌들의 붕괴로 이어졌다.

한국금융연구원 이동걸 연구위원은 "재벌 총수들은 그들이 하고자 하는 모든 것들에 대해선 충분한 기회를 원했다"고 말했다.

그는 또 다른 (노 당선자의) 목적은 기업들이 부채비율 200% 지키도록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남한의 대기업들은 그들의 자산에 비해 평균 140%의 부채를 가지고 있지만, 노 당선자진영은 기업들이, 만약에 할수 만 있다면, 그들 자산에 4배, 5배, 6배의 돈을 빌리는 낡은 관행을 유지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 연구위원은 "(재벌에 대한)규제들은 좀더 강화돼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일부 대기업들은 지난 금융위기로부터 과도한 빚이 급격하게 기업을 연쇄적으로 무너뜨릴수 있다는 교훈을 배웠지만, 일부 기업은 기회만 된다면, 과거와 같은 방법으로 행하는 곳도 있다고 밝혔다.

노 당선자의 공격적인 정책은 어느 정도 효과를 나타내고 있다. 재벌 총수들의 모임으로부터 지원을 받고 있는 한국경제연구원의 좌승희 원장은 "좀 쉬워지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좌 원장은 "새 대통령은 현 정부의 경제 정책 스탠스를 따르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몇몇 보수주의자들은 회의적이다. 삼성그룹 이사이며 서강대 경영학과 박내회 교수는 "노 당선자와 보좌진들은 김대중 정부와 비교해서 급진적이다"면서 "하지만 나는 그들이 계속 급진적으로 남을 것으로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박 교수는 "전에도 김대중 정부가 그랬던 것처럼 노 당선자의 시간과 경험이 그의 정책 견해들을 수정시키게 될것"이라며 "하지만 (신 정부의) 시행착오에 대해 우려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다음은 영문 원문기사.

After the Election, Reassuring Korean Business / By DON KIRK

President-elect Roh Moo Hyun of South Korea campaigned so hard against the power of the chaebols -the huge conglomerates that, though diminished lately, still dominate his country's economy-that his conservative opponents worried just as much about his economic policies as they did about his views on getting along with North Korea.

But having won the Dec. 19 election, Mr. Roh has tried to calm fears on both fronts. Just as he is no longer saying he wants American troops to leave South Korea, so he has put out signals that he is no menace to business, despite his record as a lawyer defending workers arrested in violent strikes and his stated desire for more "egalitarianism" in the economy.

"The foreign press has raised concerns about the new government as leftish or populist," said Yu Chung Il, a Harvard-trained economist who wrote much of Mr. Roh's economic program. "That is a real misconception."

But Mr. Roh "will be strong on chaebol reform," Mr. Yu said, because many of the measures to rein in the chaebols that were enacted at the International Monetary Fund's insistence after the 1997-98 financial crisis in Asia "have been undone in the past two years."

Mr. Roh and his aides say that the departing president, Kim Dae Jung, made a good start on revamping the financial system and bringing the chaebols to heel after the fund approved a $58 billion rescue package for South Korea in 1997. But, they say, Mr. Kim's efforts flagged after his administration became mired in corruption scandals that landed two of his sons in jail.

The presidential election featured a sharp division between conservatives, who wanted to scrap the restrictions placed on the chaebols, and Mr. Roh's supporters, who wanted the restrictions tightened.

Because the election was fairly close-just 2.3 percentage points separated Mr. Roh from his opponent, Lee Hoi Chang-and because Mr. Roh's conservative opponents control the National Assembly, economic and regulatory questions will probably continue to be hotly contested after Mr. Roh takes office in February, especially if economic growth slows.

On Wednesday, the government released a new forecast for growth of 5 percent to 5.9 percent in 2003, lower than the 6 percent estimated for 2002. Concerned about taking any action that would slow the economy, the country's central bank yesterday rebuffed calls for higher interest rates to tame inflation and an explosion of consumer credit.

The conservatives are ready to take up the fight. "We want deregulation and economic freedom," said Kim Sok Jun, an analyst at the Federation of Korean Industries. Speaking of Mr. Roh's transition team, he said: "They could be very dangerous for economic policy. They want very rapid change in the system. Their goal is socialist. We are worried about that."

Recognizing that pushing new regulatory legislation through the National Assembly may be all but impossible, Mr. Roh may concentrate instead on making sure the laws already on the books are followed.

"Strict enforcement alone is going to push things quite far," Mr. Yu said. For example, he said, little has been done to crack down on insider trading or to limit cross-shareholdings among sister companies. But, he said, the Kim government lifted rules restricting the chaebols' old habit of manipulating "captive" banks.

"The chaebol playing with financial subsidiaries is a major concern," Mr. Yu said. "We want to be stricter in enforcing prudential regulations."

Aides say Mr. Roh is committed to making the chaebols give up control of their financial companies, which include some of the country's biggest securities and insurance firms.

For their part, the conservatives want to repeal laws that bar cross-shareholdings, prohibit companies from investing more than 25 percent of their net assets in other companies and restrict the loan guarantees companies can give each other. All of those practices were common among the chaebols before the 1997-98 crisis, and were implicated in the collapses of several.

"The chaebol owners want to have ample chance to do whatever they want," said Lee Dong Gul of the Korea Institute of Finance, a banking trade association.

Mr. Lee said another target was a rule limiting the debt-to-equity ratio of corporations to 200 percent. Big companies in South Korea now owe an average of 140 percent of their equity, but Mr. Roh's supporters say the companies would soon resume old habits of borrowing four, five or six times their equity if they could.

"The rules should be strengthened further," Mr. Lee said. Some of the conglomerates "learned a big lesson from the crisis," when excessive debt rapidly toppled company after company, Mr. Lee said, "but some will do the same thing again if they get a chance."

Mr. Roh's charm offensive is having some effect. "I've become more at ease," said Cha Sung Hee, president of the Korea Economic Research Institute, which is sponsored by an association of chaebol leaders. The new president, Mr. Cha said, "may try to follow the economic policy stance of the current government."

Some opponents are skeptical. "Mr. Roh and his staff are radical compared to the Kim Dae Jung administration," said Park Nei Hei, a professor of business at Sogang University and a member of the Samsung Corporation board. "But I don't think they can remain radical."

Mr. Park said he thought time and experience would modify Mr. Roh's policy views as they did Mr. Kim's before him ?"but I worry about trial and error."

/ 김종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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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공황의 원인은 대중들이 경제를 너무 몰랐기 때문이다"(故 찰스 킨들버거 MIT경제학교수) 주로 경제 이야기를 다룹니다. 항상 배우고, 듣고, 생각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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