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한나라당은 포기했습니다. 여러가지 맘에 안 드는 것이 많아요. 저는 개인적으로는 국민의 힘에서 추진하려고 하는 정치개혁 부분 사업 방향에 대해 공감하고 도와 드리고 싶은 부분이 많습니다. 정치인 팬클럽 활동같은 포지티브한 사업내용을 긍정적으로 평가합니다."
악의적 편파왜곡 기사로 인해 생활정치 네트워크 '국민의 힘'(www.kukminpower.org)의 항의방문을 받은 조선일보 미디어 팀장 진성호 기자는 이렇게 심경 독백성 발언을 토해냈다.
8일 오후 3시 30분 조선일보 미술관 2층. '국민의 힘' 회원들과 조선일보 진성호 미디어 팀장간의 어울리지 않는 어색한 만남이 이루어지고 있었다. '국민의 힘'은 지난달 29-30일에 오산에서 개최된 생활정치 네트워크 전국 대번개에 대한 조선일보 보도에 대해 항의하는 중이었다.
이상호 '국민의 힘' 추진위 집행위원장 : "아니 도대체 말이 됩니까? 말은 그렇게 하면서 지면의 기사는 180도 다르게 쓰는 이유가 뭡니까? 그거 사기 아닙니까?"
박시영 '국민의 힘' 정치개혁위원 : "취재 경위를 밝혀 주십시오. 우리는 사업방향을 논의하는 내부 워크숍에 조선일보 관계자가 잠입해 있는 줄은 정말 몰랐습니다. 기자 윤리나 도덕적으로 문제가 많이 있는 것이 사실 아닙니까?"
진성호 조선일보 미디어팀장 : "취재원보호 차원에서 그것은 밝힐 수 없습니다. 보기에 따라 그런 부분이 있을 것도 같습니다. 제가 반론권을 드리겠습니다. 원고지 3매로 작성해 오시면 실어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저는 국민의 힘을 나쁘게 보지 않습니다. 조선일보에 칼럼도 쓰고 국민의 힘 관련 글도 쓰십시오"
이에 대해 기자는 다음과 같이 항변했다.
"좋습니다. 백번 양보해서 잠입취재 부분은 도덕적 양심불량으로 칩시다. 그러나 1면 상자기사에서 제목으로 뽑은‘노대통령의 정치·언론개혁 따르는 후보.내년 총선서 지지할 것’이라는 부분은 정확히 팩트의 왜곡입니다
행사 내내 노무현 방식은 일절 언급한 적이 없습니다. 어린애들도 아니고 이런 말을 공개적으로 할수 있다고 봅니까? 노무현은 노무현이고 국민의 힘은 국민의 힘입니다.
촛불시위와 파병문제에서도 드러났듯이 우리는 노대통령과 정책이 일치하지 않는 부분이 있습니다. 사안에 따라 일치할 수도 있고 다를수도 있는 것인데 국민의힘을 노무현 친위부대로 몰아서 힘을 빼려는 다분히 악의적인 보도 아닙니까? 왜 하지도 않은 말을 지어냅니까?”
진성호 팀장 : “노무현 방식의 말은 분명히 나온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이에 기자가 “제가 정치개혁 부분 토론회 때 사회를 보며 오프닝 멘트와 클로징 멘트를 했는데 노무현 방식이란 말은 일절 언급이 안나왔는데 도대체 어느 시점에 누가 했단 말입니까? 말해 보세요. 정확하게 말해 보세요”라고 따지자 진 팀장은“그 말은 언론개혁 부분 토론회에서 나왔습니다”라고 자신 있게 말했다.
임현구 조아세 대표 : “아니 이보세요. 언론개혁 부분 토론회 때 저도 처음부터 끝까지 있었던 사람인데 단 한마디도 나오지 않았어요. 자꾸 거짓말 할 겁니까? 그럼 말해 봐요. 어느 시점에 누가 했는지....”
기자가 말을 잘랐다.
“이런식으로 회피하려고 하면 대화가 안됩니다. 솔직히 일본말을 써서 미안한데 팩트는 없는데 야마(논조)를 그렇게 몰고간 것이 사실 아닙니까? 우리 인정 할 것은 인정합시다.”
진성호 팀장 : “(멈칫거리며...) 그런 측면이 있다고....”
박시영 위원 : “그러니까 지면을 통한 정정보도 및 사과를 해야 하는 것 아닙니까? 우리는 언론중재위에 이미 중재 신청을 했습니다”
진성호 팀장 : “정정보도 부분은 언론중재위에 가서 시시비비를 가리고 법적 공방을 통해 이루어 질 부분이고요. 그러기 전에도 반론권은 보장할테니 반론문을 쓰십시오”
가끔 말을 더듬으며 자신의 국민의 힘에 대한 개인적 호감을 표출하고 한나라당에 대한 불쾌감과 부정적 견해를 밝히는 것이 진 팀장의 진심인지는 가늠하기 어려웠다. 그것이 조선일보측에서 빼앗긴 편집자율권에 대한 푸념인지 아니면 위기를 모면하기 위한 술책이었는지도 사실 가늠하기는 쉽지 않았다.
그러나 그 모든 것이 한 기자의 생각과 관계없이 조선일보 지면을 통해 진실이 묻히거나 호도되는 엄연한 현실 앞에 조선일보 기자는 결코 자유로울 수 없다는 사실이다.
진 팀장의 복심이 진실이라면 그것이 지면을 통해 반영되어야 한다. 그러나 우리가 경계할 것은 끼워 넣기식의 달콤한 유혹이라면 그것에 넘어가 조선일보의 어두운 과거를 덮는 면죄부로 악용될 소지도 충분히 있다. 이는 조선일보에 글을 쓰고 있는 지식인들로부터 배워야 할 반면교사가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