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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해 9월 부산 아시안게임 경기장을 찾은 전씨 부부
ⓒ 연합뉴스
20세기의 대통령이 21세기에 들어서도 국민의 눈총을 사고 있다. 전두환 전대통령과 그의 부인 이순자씨가 다시 여론의 심판대에 올랐다.

"가진 돈이 한푼도 없다"면서 국가가 명령한 추징금 1891억원을 6년째 납부하지 않고 있는 전두환씨가 시가 40억원 상당의 연희동 사저에서 편안히 살고 있다. 상식적으로 이해되지 않는 전직 대통령의 법 우롱은 전두환씨와 이순자씨의 '공모'에 의해 벌어지고 있다.

2629억 중 79% 토해낸 노태우 전 대통령과 극명 대조

대법원은 지난 1997년 전두환, 노태우 두 전직 대통령에게 각각 2205억원과 2628억원의 추징금을 부과했다. 재직기간 중 불법으로 기업을 동원해 수천억원대의 비자금을 조성한 죄에 부과된 것이었다.

헌데 두 대통령의 납부 실적은 대조적이었다. 노태우씨는 2003년 4월 현재까지 추징금의 79%를 납부했다. 그러나 전두환씨는 14.3%에 그치고 있다. 314억만 내고 1891억원은 6년째 내지 않고 있다.

전두환씨는 줄곧 "내 명의의 재산이 더 이상 없다"고 밝혀왔다. 그러나 '국민의 상식'은 40억원에 달하는 연희동 사저도 전두환씨 재산으로 보고 있다. 허나 검찰도, 법원도 이 사저에 손을 못대고 있다. 이 집의 명의가 전씨의 부인 이순자씨로 되어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역사를 기억하고 있는 국민들은, 꼭 추징금 납부건이 아니더라도, 이 연희동 사저가 진작에 국가의 재산이 되어 있어야 한다고 믿을 것이다.

전씨 부부는 1988년 그 유명했던 5공청문회 직후 백담사로 떠나면서 대국민 사과성명을 발표했다. 그때 "연희동 사저를 국가에 헌납하겠다"고 맹세했다. 당시에도 이순자씨 소유이기는 마찬가지였다. 당시 5공 비리와 광주학살에 대한 진상이 국회 청문회 과정에서 속속 드러나면서 국민들의 분노가 치솟자 전두환씨는 그렇게 속죄의사를 밝힌 것이다. 그러나 그 대국민 약속은 지켜지지 않았다.

그리고 2003년 봄 무려 1891억원의 추징금을 미납하고 있는 전씨 부부는 그 집을 팔아 추징금의 일부라도 납부할 생각을 전혀 하지 않고 있다. 그러면서 '법'을 들이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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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두환 전 대통령 연희동 사저. 본채(오른쪽 뒷편)는 이순자씨 명의로 되어있고, 별채(왼쪽 붉은 기와집)만 전씨 소유다.
ⓒ 오마이뉴스 남소연
전두환씨의 연희동 사저(연희동 95-4)는 500평에 달하는 '대궐' 규모. 그 중 사랑채에 해당하는 별채 건물 96평만이 '전두환' 명의고, 본채는 소유주가 '이순자'씨로 되어 있다.

등기부등본에는 1987년부터 이씨가 이 건물을 소유한 것으로 되어 있다. 추징금을 내야할 사람은 전씨이기 때문에 이씨 소유의 본채를 추징금과 결부시켜 생각하는 것은 부당하다는 것이 이들 부부의 주장이다.

최근 들어 전두환씨의 연희동 집에 이목이 집중되는 것은 검찰이 '절차'에 들어갔기 때문. 추징금 시효만기가 오는 5월12일로 다가오면서 발등에 불이 떨어진 검찰은 별채라도 강제처분해 일단 시효를 연기시켜야할 판이다. 그럼 3년의 시효가 다시 카운트된다. 또한 검찰은 지난 2월 전씨의 재산목록 제출을 명령해 달라며 법원에 재산명시신청을 냈다. 전씨 스스로 돈의 진실을 밝히라는 얘기다.

이제껏 전두환씨는 미납 추징금에 대해 "재산이 없다" "가져갈 테면 가져가 보라"는 식의 예의 그다운 배짱을 보여왔다. '법대로'라면 밝혀진 전두환씨 명의의 재산은 시가 5억원 상당의 연희동 별채가 유일하다. 그걸 처분해봤자, 추징금 총액은 미동도 않는다. 법의 출발점은 국민의 상식이고 도덕이다. 전두환씨의 추징금 미납에 대해 여론이 좋지 않은 것도 그 때문이다.

참여연대 홍석인씨는 "누구보다 법을 준수해야 하는 전직 대통령이 40억원이나 되는 집에 살면서 추징금을 내지 않는다는 것은 그 스스로 다시 한번 범법자가 되는 길을 선택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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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연대의 류승준씨는 "잊고 있었던 문제"라며 "노무현 정부 취임식 때도 초청된 사실을 텔레비전을 통해 봤는데 어느새 전씨의 죄는 사라지고 전직 대통령으로서의 예우만 남은 것 같아 씁쓸하다"고 지적했다.

5.18을 겪은 소설가 공선옥씨는 "추징금에 대한 채권자는 국민"이라며 "현행 법이 전씨에 대한 추징금을 받아낼 수 없다면 국민의 이름으로 재산환수운동이라도 벌여야 할 것"이라고 제안했다.

민변 소속의 김석연 변호사는 말한다. "추징금은 국민의 돈입니다. 그 돈도 돌려주지 못하면서 500평 집에 산다는 건 너무 하지 않나요. 그에 10분의 1도 안되는 집에 사는 대다수 국민들의 심정이 어떻겠습니까. 이사 가라고 하세요."

전두환씨 부부가 40억원짜리 연희동 집을 팔고 보통사람들이 사는데 불편함을 느끼지 않는 2억원대의 아파트로 이사를 간다면 38억원이 남는다. 그 돈의 법적 소유주는 이순자씨다. 그러나 이씨가 그 돈을 고스란히 전두환씨 추징금으로 대납한다 하더라도 그것을 말릴 국민은 아무도 없다. 이씨는 증여세만 좀 내면 될 것이다.

전두환씨는 오는 4월 28일 오전 11시 30분 마포 서부 지방법원에 출석할 예정이다. 재산목록을 제출하기 위해서다. '양심에 따라 사실대로 재산목록을 작성하여 제출하였으며, 만일 숨긴 것이나 거짓 작성한 것이 있으면 처벌을 받기로 맹세한다'는 내용의 선서를 한 뒤 판사의 질문에 답해야 한다. 만약 약속된 날짜 안에 출두하지 않거나 재산목록을 작성하지 않는다면 20일 감치도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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