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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8일 오전 11시 30분경 전두환 전 대통령이 이양우 변호사(오른쪽)와 함께 서울 마포구 서부지원에 출두하고 있다.
ⓒ 오마이뉴스 권우성
기자들을 피해서, 추징금을 피해서 / 김이연심 PD

장남 재국씨 리브로 10호점 부산서 오픈
아버지는 돈없어 법정에, 아들은 출판계 큰손


4월 28일, 전두환, 전재국 부자의 모습은 상반되었다. 아버지가 돈이 없어 추징금을 내지 못해 법정에 출두한 날, 공교롭게도 아들은 지방에서 새 사업체를 인수해 오픈식을 가졌다.

전 전대통령의 장남 재국씨가 대주주로 있는 (주)리브로는 2000년 12월 서울의 대형서점 을지서적을 인수한 뒤 이어 속속 구로, 분당, 화정, 수원 등에 분점을 내며 고속성장을 해왔다.

여기에 오늘 부산점까지 오픈해 10개 매장을 갖게 된 셈이다. 이는 매장 수로만 따지면 교보(7개점)와 영풍(7개점)을 훨씬 넘어서는 숫자다.

'온&오프 북 포털'을 지향하는 리브로는 현재 전재국씨가 주식(2003년 3월 기준)의 35.76%를 가지고 있어 대주주다.
그리고 시공사(대표 전재국) 34.73%, 이창석(이순자씨 동생) 7.66% 등 사실상 전씨 일가가 대부분의 주식을 소유하고 있다. / 박형숙 기자
전두환 전 대통령이 28일 다시 법정에 섰다. 12.12쿠데타와 관련, 지난 1996년 반란 및 내란수괴죄로 법원에서 사형을 선고받은 이후 7년만의 일이다.

전두환 전 대통령은 지난 97년 수 천 억원대의 불법 비자금 조성으로 2205억원에 달하는 추징금을 선고받았다. 그러나 전 전 대통령이 현재까지 납부한 금액은 314억원(14.3%)에 그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검찰은 전 전 대통령의 재산명시를 법원에 신청했고, 28일 오전 11시 30분 서부지원(담당판사 신우진) 306호실에서 열린 재판에 모습을 드러낸 것이다.

'재산명시신청'이란 재산이 있으면서도 빚을 갚지 않는 채무자의 재산목록을 공개해 달라고 법원에 요청하는 제도이다.

이날 판사는 전 전 대통령의 재산명시에 대해 충분치 않다고 판단, 은닉 가능성을 시사하며 보정명령을 내렸다. 따라서 다음달 26일까지 전 전 대통령은 다시 재산내역을 작성해 법원에 출두해야 한다.

전씨는 재산목록에 부동산, 골동품, 예술품, 악기, 사무기구, 기계류 등을 기재한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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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민이 전두환씨 파파라치가 돼야 시효없는 국민운동 펴 은닉재산 찾자"

한편 이날 재판에 앞서 전 전대통령의 출두 여부를 둘러싸고 세간의 관심이 모아졌었다. 하지만 법원은 대리인 출석의 이유가 없다고 판단, 전씨가 출석치 않는다면 20일 감치라는 형사처벌도 가능함을 시사했다. 전씨의 입장에서는 불가피한 출석이었던 셈이다.

이날 고문변호사인 이양우 변호사와 함께 법정에 나선 전씨는 현금을 비롯해 각종 채권 및 금은 보석류, 사무기기까지 총 20여 항목에 달하는 재산항목을 제출했다.

하지만 관심을 모았던 재산 '변동' 사항은 없었다. 알려진 대로 부동산의 경우 연희동 별채(검찰에 의해 경매 처리될 예정)가 유일했고, 예금 및 보험금채권의 경우 30여만원 수준에 머물렀다.

이에 재판부는 "자신의 명의로 된 재산이 없다고는 하나 재산의 은닉 가능성이 높고 과거 가차명 예금신탁의 전과가 있으므로, 배우자 및 자식, 형제자매 등의 재산까지 참고자료로 제출"하라며 보정명령을 내린 이유를 밝혔다.

▲ 전두환 전대통령이 갑자기 기자들의 포토라인을 벗어나서 청사로 들어가면서 경호원들과 기자들이 뒤엉켜 몸싸움을 벌이는 상황이 벌어졌다.
ⓒ 오마이뉴스 권우성
▲ 28일 오전 11시 50분경 재판을 마치고 나오는 전두환 전대통령.
ⓒ 오마이뉴스 권우성
민노당, "전씨 미납추징금 환수운동 펼칠 터"

민주노동당은 지난 27일 전두환 전 대통령의 1891억원에 상당하는 미납 추징금에 대해 "추징 시효인 5월 12일까지 추징금을 납부하지 않으면 전 국민과 함께 환수운동을 벌여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민노당은 이날 논평에서 "법을 준수해야 할 전직 대통령이 40억원이나 되는 집에 살면서 6년 간 돈이 없다고 국가형벌권을 조롱하고 있는 것은 법치국가의 치욕스런 현실이 아닐 수 없다"며 이는 "열심히 일하는 서민들에게 더할 것 없는 상실감과 참을 수 없는 분노를 안겨준다"며 사법부의 법에 따른 엄중한 처벌을 촉구했다.

또한 민노당은 "돈 없는 서민들은 추징금이나 벌금을 못 내면 몸으로 때우지 않는가"라고 반문하며 "전직 대통령의 추징금이라도 예외일 수 없다"고 법의 형평성에 강한 의구심을 표출했다.

민노당이 전씨의 추징금에 대해 국민환수운동을 제안한 데에는 "미납 추징금인 1891억원에 달하는 돈의 채권자는 국민"이라는 상식에 의거한 결정이라고 밝혔다. / 박형숙 기자
전씨는 재판부의 이같은 결정에 "억울하다"고 항변했지만 신우진 판사는 "30만원의 현금이 전부라면서 무슨 돈으로 해외 외유를 나가고 골프를 치냐"고 반박했고, 이에 전씨는 "그동안 인연을 맺어온 사람들이 많고 또 자식, 측근들의 도움으로 살고 있다"고 답했다.

또 전씨는 비자금에 대해서는 "정치자금으로 다 사용되었다"며 "당시 관행적 정치자금이었던 비자금에 뇌물죄를 적용, 과도한 추징금을 물렸다"며 "억울하게 당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신우진 판사는 "일반인은 가족들의 도움이나 본인이 직접 돈을 벌어서라도 채무 변제를 하려고 노력한다"고 강하게 추궁했다.

한편 이양우 변호사는 "본인 명의가 아닌 가족들의 재산까지 재산명시에 포함시키는 것은 법적인 근거가 없다"고 강력히 반발했다.

재산명시신청의 경우, 피신청인이 참석해 선서를 하고 서류를 제출한 뒤 1분도 안돼 끝나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전씨의 경우 판사와 질의응답이 길어져 20분여 지속됐다.

전씨는 법정을 나서며, 기자들의 "판사가 지나치다고 생각지 않냐"는 질문에 "모르겠다"라는 한 마디만 남긴 뒤, 체어맨 승용차를 타고 연희동으로 떠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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