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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두환 특검호는 지난 4월 16일 현판식을 갖고, 다음날인 17일부터 본격적으로 '대북송금' 의혹사건 수사에 착수했다.
송두환 특검호는 지난 4월 16일 현판식을 갖고, 다음날인 17일부터 본격적으로 '대북송금' 의혹사건 수사에 착수했다. ⓒ 오마이뉴스 권우성
'대북송금' 의혹사건 수사를 담당한 송두환 특검팀은 28일부터 현대상선 5천억원 대출을 주도한 현대 전·현직 고위 임원들을 상대로 대출신청 목적 및 대북송금 경위를 규명하는데 주력할 계획이다.

이는 지난 17일 출범해 산업은행 대출 관계자들을 집중소환해 '압력성 대출' 유무를 조사했던 특검의 수사가 한발짝 진전됐음을 의미한다. 결국 특검이 산은에 대한 1차 수사를 마무리하고 현대측 관계자들을 직접 소환해 청와대와 국정원의 '외압'과 북측에 전달된 자금의 경로를 파악하기 위해 보다 심층적인 증거 수집에 나섰다는 것이다.

송두환 특검호는 그간 '대북송금' 의혹을 벗기기 위해 우선 대출당시 산업은행의 간부 및 실무자들을 상대로 수사를 펼쳤다.

수사는 지난 2000년 5∼6월 사이 현대상선에 대출된 5000억원이란 돈에 대한 적합한 과정이 있었는지, 또 청와대나 국정원 등의 외압이 있었는지 등을 조사하는데 중점을 뒀다.

특검팀은 우선 정철조 전 산은 부총재와 오규원 전 이사를 시작으로 엄낙용 전 총재, 박상배 전 부총재(당시 영업1본부장) 등을 차례로 소환했다.

이들 가운데 지난 23일 소환된 엄낙용 전 산은 총재는 '대출만기 연장'이 이뤄진 배경 등에 대해 집중 조사를 받았다. 비록 지난 2000년 5∼6월 현대상선에 대한 4000억원의 대출이 결정된 지 두 달 뒤인 2000년 8월 엄 전 총재가 부임했다하더라도 대출에 대한 사후관리의 적정성 여부에 문제가 있다는 점을 특검팀은 지적했다.

산은은 엄 전 총재 취임 이후인 2000년 9월 28일 현대상선 대출금 4000억원 가운데 300억원을 상환받고 연장해줬다. 이어 2000년 10월 26일 1400억원을 돌려 받았으며, 나머지 2300억원의 경우 일부는 일반운영자금으로, 일부는 당좌대월로 과목을 변경해 만기연장 해줬다. 이 과정에서 산은이 신용위원회 심사를 거치지 않았다는 것이 문제로 대두됐다.

이 부분에 대해 특검은 소환된 실무자를 상대로 대출만기 연장이 현대그룹 유동성 문제 때문이었는지, 또 다른 외부압력 때문인지를 조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특검팀이 지난 24일 소환한 박상배 전 부총재의 경우 현대상선 대출을 전결 처리했던 핵심 인물. 그는 소환자 가운데 늦은 시간까지 조사가 이뤄졌으며, 대출 사유와 외압여부 등에 대한 포괄적인 조사가 진행됐다.

하지만 특검 조사에서 박씨는 기존의 진술과 입장에서 벗어나지 않은 진술을 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으며, 청와대 등 외압 개입 여부에 대해서는 완강히 부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편으로는 특검팀이 박씨를 소환조사하면서 이미 한번 불러 조사한 적이 있는 이강우 전 산은 현대팀장을 다시 불러 조사했다. 이는 '편법대출' 경위에 대해 박 전 부총재가 주장했던 사항을 반박할 수 있는 결정적인 진술을 특검팀이 확보했다는 점을 보여준다고 할 수 있다. 따라서 이번 수사가 종결될 시점에서 박씨에 대해 사법처리까지 이뤄질 수도 있다는 추측이 더욱 신빙성을 더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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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검 소환자 빼돌리기 위해 ' 변장 ' 까지?

지난 10일간의 수사를 진행한 특검팀은 △현대상선에 대한 산은 대출이 심사위원회 등의 심사과정 없이 '일시당좌대월'로 이뤄진 점 △대출약정서에 김충식 전 현대상선 사장의 서명이 빠진 점 등 그 동안 제기됐던 대출 과정상의 의혹 등이 상당부분 사실이라는 것을 확인한 상태다.

또 특검팀은 현대상선이 북측에 송금한 2235억원 상당의 수표 26장에서 나타난 배서자 6명의 이름과 주민등록번호를 경찰과 국민건강보험관리공단 등에 조회한 결과 실존 인물인 점을 확인했다. 특검팀은 당사자들을 출국금지한 후 곧 소환해 이들이 '국가정보원' 직원인지 여부를 규명하기 위한 작업에 들어갈 방침이다.

특검팀이 이들의 신원을 명확히 밝혀 국정원 개입 여부를 규명하는 것은 국정원이 단지 '환전편의'만을 제공했는지, 아니면 비밀계좌를 이용하는 등 '송금과정 전반에 개입했는지'의 여부를 알 수 있는 핵심 열쇠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대출과정에 작용한 외압실체와 청와대 등 핵심인사들의 개입 등 실체가 자연스럽게 드러날 것이기에 '대북송금' 의혹을 벗기는 특별수사에 큰 의미를 지닌다고 할 수 있다.

특검팀은 엄낙용 전 산은 총재(왼쪽 사진)와 박상배를 각각 23, 24일 소환해 현대상선 대출과정에 대한 조사를 펼쳤다.
특검팀은 엄낙용 전 산은 총재(왼쪽 사진)와 박상배를 각각 23, 24일 소환해 현대상선 대출과정에 대한 조사를 펼쳤다.
정몽헌 회장 등 현대 전·현직 간부 및 실무진 소환 예정

그 동안 이근영 전 금감위원장을 제외하고 대출 외압 의혹 등에 연루된 산은 전·현직 간부 및 실무진들에 대한 1차 소환조사를 마무리한 특검팀은 현대상선 대출 실무자들을 상대로 조사에 나선다. 이들을 통해 청와대와 국정원의 '외압'이 있었는지, 자금이 어떤 통로로 북측에 전달됐는지 등 보다 심층적인 증거 수집과 조사를 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김종훈 특검보에 정몽헌 현대아산 회장과 김윤규 현대아산 사장, 김충식 전 현대아산 사장, 김재수 현대그룹 구조조정본부장 등 4명의 현대 관계자들은 법무법인 김&장의 변호인들을 선임, 특검에 알려왔다고 25일 밝혀 이들의 소환이 임박했음을 알 수 있다.

김 특검보는 "(특검이) 소환통보는 안했지만 본인들이 조사대상자 신분을 명시해서 특검팀에 선임계를 냈다"면서 "간접적인 의사전달은 있었는데, 앞으로 필요한 일이 있으면 선임대상 변호사를 통해 연락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지난 24일 정몽헌 회장의 한 측근은 "북한으로 송금된 5억 달러 가운데 3억 달러는 현대건설과 현대전자에서 마련된 돈"이라면서 "정몽헌 회장이 대북 송금을 지시했고, 이익치 현대증권 회장이 자금마련을 주도했으며, 주로 마카오에 있는 북한 계좌 등 모두 5개의 해외 계좌로 돈을 보냈다"는 것을 처음으로 시인했다.

이로 인해 정몽헌 회장이 북한으로 보낸 자금의 출처와 돈을 입금시킨 해외 계좌가 구체적으로 드러남에 따라 특검팀의 현대 측 관계자들의 수사 행보는 빨라질 것으로 예상된다.

더불어 남북정상회담을 앞둔 2000년 6월 9일 혹은 10일 이뤄진 것으로 알려진 2235억원의 대북송금에 관여한 현대상선 관계자들도 소환해 송금수표 배서자 6명의 배서경위 및 국정원 개입여부 등도 함께 조사가 이뤄지면서 수사의 급진전이 예상된다.

특검팀은 법무법인 김&장을 통해 변호인 선임계를 특검팀에 제출한 정몽헌 회장 등 4명 외에도 대출 당시 회계담당 전무로 송금업무를 총괄했던 박재영씨와 당시 재무담당 상무였던 김종헌씨 등 관련된 현대상선 고위간부들에 대한 조사도 검토중인 것으로 보인다.

이외에 대출압력 행사 의혹을 받고 있는 한광옥 민주당 최고위원도 25일 수원지검 특수부 검사출신인 노관규 변호사를 변호인으로 선임하고, 선임계를 특검에 제출해 특검팀의 수사에 대응하겠다는 입장이다.

'계좌추적'이 의혹 푸는 핵심 열쇠…특검호, 아직도 갈 길은 멀다

지난 27일 기자들에게 브리핑을 하고 있는 김종훈 특검보.
지난 27일 기자들에게 브리핑을 하고 있는 김종훈 특검보. ⓒ 오마이뉴스 유창재
특검팀은 최근 하이닉스 반도체(옛 현대전자) 영국공장 매각대금의 북한지원 의혹과 관련된 많은 자료를 넘겨받았으며, 이를 통해 이번 수사의 핵심인 '계좌추적' 작업에 집중할 것으로 예상된다.

계좌추적 작업을 통해 `6월 9일'과 `6월 12일설'로 엇갈리는 대북송금의 정확한 시점을 확인하고, 송금된 돈에 대해 '남북정상회담 대가성 자금이 아니냐'는 의혹의 진위에 대해 밝히는 것도 이번 주중에 진행될 사항이다.

무엇보다 대북송금 의혹의 실체를 밝혀줄 핵심 인물은 미국체류 중에 있는 김충식 전 현대상선 사장이다. 그는 이번 주중으로 귀국해 조사에 응할 것으로 보여 귀추가 주목된다.

특검팀은 28일부터 현대상선 5천억원 대출을 주도한 현대 전·현직 고위 임원들을 상대로 대출신청 목적 및 대북송금 경위를 규명하는데 주력할 계획을 조사한다는 방침이다.

송 특검은 27일 "지난주에 소환했던 산은 관계자 실무급 책임자 중 엄낙용 전 산은 총재나 박상배 전 부총재가 아닌 중간급 간부 1명을 28일 다시 소환할 예정"이라며 "사실관계 확인에 있어 안된 부분을 재확인하기 위해 소환한다"고 밝혀 현대측 고위인사들에 대한 수사준비에 만전을 기하는 있다.

앞으로 특검팀의 수사는 '계좌추적과 압수수색을 통한 송금규모 및 내역·절차 확인' 작업을 거쳐 '송금 목적과 배경 및 불법 여부 확인', '형사처벌 여부를 결정하기 위한 법적인 검토', '기소 여부 최종 결정' 등 순으로 수사를 진행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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