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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나의 어머니 장옥선 권사. 올해 73세이다. 한쪽 다리를 못 쓰신다. 그러나 늘 밝게 사신다.
사랑하는 나의 어머니 장옥선 권사. 올해 73세이다. 한쪽 다리를 못 쓰신다. 그러나 늘 밝게 사신다. ⓒ 느릿느릿 박철
나는 점심시간에는 늘 혼자였습니다. 도시락을 먹을 때 누가 내 시험지 볼까봐 손으로 시험지를 가리는 것처럼, 늘 도시락 뚜껑으로 밥이랑 반찬을 가리고 먹었습니다. 그날은 도시락 뚜껑을 열어놓고 보란 듯이 밥을 먹었습니다. 그렇게 밥을 맛있게 먹고 있는데 노아무개라는 친구가 내게 다가왔습니다.

그 친구는 우리 반에서 제일 부자였습니다. 아버지가 목재상을 해서 돈을 많이 버는지 늘 새 옷을 입고 다니고 매일 군것질거리를 손에 달고 다녔습니다. 도시락 반찬도 늘 최고급이었습니다. 그 친구가 내게 다가와서는 “야 너 웬일이냐? 소고기 반찬을 다 싸오고. 나도 좀 먹어보자” 하더니 소고기 장조림 한 토막을 입에 넣었습니다.

잠시 소고기 장조림을 씹더니 “야. 이거 상했잖아” 하며 책상에 ‘퉤!’하고 뱉는 것이었습니다. 무안했습니다. 친구가 소고기 장조림을 싸온 것이 못마땅해서 그랬을까요? 그 친구는 지금 어디서 무얼 하고 살까요?

오늘 아내가 외출을 해서 나 혼자 아침 겸 점심밥을 차려먹었습니다. 대룡리 시장에 나가서 국밥이라도 사먹을까 생각하다 그냥 차려먹기로 했습니다. 밥상을 차리면서 생각했습니다. ‘사람이 먹을 게 풍성해지면 자연히 게을러 터지는 게 아닌가?’하고….

묵상기도를 하고 밥을 먹는데 눈물이 났습니다. 내가 지금 너무 부자로 사는 게 아닌가 하는 간단한 뉘우침이 들었습니다. 유년시절, 우리 집이 너무 가난해서 나의 어머니가 하셨던 말씀이 문득 떠올랐습니다.

“내 평생에 밥 한번 실컷 먹어보는 게 소원이다”

40년 전 어머니가 도시락 반찬으로 싸주셨던 소고기 장조림, 아버지가 잡수실 것을 내게 도시락 반찬으로 싸주시면서 나의 어머니는 무슨 생각을 하셨을까요?

소고기를 두어 근 사다가 아내에게 장조림을 만들어 어머니께 갖다 드려야겠다고 밥을 먹으면서 생각했습니다. 소고기 장조림은 나의 가난했던 유년시절을 추억하게 하는 또 하나의 단추입니다. 갑자기 소고기 장조림이 먹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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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철 기자는 부산 샘터교회 원로목사. 부산 예수살기 대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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