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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웃사촌 집안에 문제가 생겼다. 최근에 들어 주말마다 마음에 맞는 가족끼리 모임을 가지곤 한다. 그런데 며칠 전엔 모이기로 약속한 시간에 한 집이 다소 늦게 도착한 것이다. 그뿐만 아니라 평소 사근사근하기만 하던 이웃사촌 임형의 부인이 씩씩거리고 있는 것이다. 임형의 부인만이 아니다. 임형은 임형대로 할 말이 많은 듯하다.

ⓒ 배수원
나는 눈을 둥그렇게 뜨고 무슨 일인가 쳐다보았다. 안사람과 바깥사람이 서로 씩씩거리며 하는 말을 대충 종합해서 파악해 보면 이런 이야기다. 임형의 부인은 운전면허를 가지고 있으면서도 그동안 운전을 하지 않고 지내왔었다. 그러다가 최근 임형네 집이 직장 내 사택으로 이사를 하게 된 때문에 임형이 차를 쓸 일이 별로 없어진 것이다.

그래서 최근에 임형의 부인이 용기를 내서, 놀고 있는 차를 운전하고 다니기 시작했다. 가끔 시동을 꺼트리기는 했지만 그래도 곧잘 운전을 하는 편이라고 생각하며 자부심을 가지고 있던 임형의 부인에게 오늘 임형이 운전교습 아닌 운전교습을 시킨 것이 사태의 발단이었다.

요즘 평일엔 임형의 부인이 차를 사용하지만 그래도 가족이 다 같이 차를 이용하는 주말엔 임형이 운전을 했는데, 그날은 임형이 너무 피곤해서 부인에게 운전을 맡긴 것이다. 그런데 부인의 운전 방법이 영 임형의 마음에 들지가 않는 것이다.

"왜 브레이크를 그렇게 천천히 밟느냐."
"커브를 돌 때 그렇게 급하게 돌면 어떡하느냐."
"운전을 할 땐 앞뿐만 아니라 좌우와 뒤를 살펴야 할 것 아냐."


임형은 화가 풀리지 않아 모임장소인 김형네 집에서도 계속 큰 소리로 잔소리를 계속했다. 하긴 임형의 말이 틀린 것은 하나도 없다. 하지만 임형의 부인은 할 말이 많다.

"운전을 입으로 하나? 그렇게 잔소리가 많을 거면 자기가 하지 시키긴 왜 시켜!"
"나 혼자 운전할 땐 나도 잘 해. 그런데 옆에서 그렇게 잔소리를 해대니 어떻게 제대로 운전을 할 수가 있겠어!"
"그렇게 면박을 주면 있는 실력도 못 발휘하겠다."


이쯤 되면 상황이 어떤 상황인지 대충파악이 된다. 가족모임의 연장자인 내가 나서야 할 차례이다.

"아. 그건 OO엄마 말이 맞아요. 운전을 가르쳐도 듣는 사람이 기분 좋게 하나씩 가르쳐야지, 한꺼번에 다 가르치려고 하니 OO엄마가 너무 힘이 들어서 그런 거야.... 그리고 OO엄마도 OO아빠 말을 너무 고깝게 듣지 말아요. 운전은 처음 배울 때 제대로 배워야 하는 거예요."

이 정도면 내가 제법 그럴 듯하게 마무리를 지은 것이 아닌가 생각하며, 마음 속으로 조금 폼을 잡으려고 하는데 엉뚱한 곳에서 사건이 터졌다.

"아니 그런 말 하는 사람은 나한테 운전 가르칠 때 그렇게 안했는가."
"얼마나 야단을 치는지, 지금도 그 기억을 잊을 수 없어."
"오죽하면 내가 차를 세우고 내려서 걸어가 버리려고 했겠어!"


바로 내 아내가 그렇게 거들고 나오는 게 아닌가.

"아니, 그렇다고 내가 틀린 말을 한 건 아니잖아!"
"그 덕에 지금까지 운전 잘하고 지내면서 무슨 소리야."


이젠 말리는 격이 아니라 내가 당사자가 되어버린 꼴이다. 체면이 마구 구겨지는 것을 느끼며 속이 쓰려왔다. 그런데 그때 아내가 "그 덕에 안전운행은 무슨. 두 번이나 접촉사고 낸 게 누군데! 나는 이제껏 한 번도 그런 적 없어요!"라고 하는게 아닌가. 아이고 이게 웬 망신이냐.

이젠 세 남자와 세 여자가 완전히 편이 갈라졌다. 아직 부인이 운전을 하지 않는 김형네도 일이 이 정도가 되니까 한마디씩 거들지 않을 수가 없어진 것이다.

"아. 그건 남자 말이 맞지."
"아니 뭐라고요? 하여튼 남자들은 그저 저렇게만 생각한다니깐!"

그날의 가족모임은 끝까지 그 이야기만 하다가 헤어졌다. 너무 많은 말들이 오가서 자세한 기억은 없지만 아무튼 그날은 내 체면이 상당히 구겨졌던 것 같다. 그리고 결론은 이런 것이었다.

"세상의 모든 아내들이여! 절대 운전은 남편에게서 배우지 말지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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