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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성장 앞에 붙여진 징계공고문
농성장 앞에 붙여진 징계공고문 ⓒ 이진숙
부당한 전환배치를 철회할 것을 요구하다, 난생처음 사무실 점거 파업농성이란 걸 시작한 청소 아주머니들, 이들을 포함하여 농성에 참여한 전원에게 회사는 끝내 해고와 정직 등 징계 통지를 보내왔다.

이들은 지난 3월 현대자동차아산공장에서 일하던 한 사내하청 노동자가 월차를 쓰겠다고 했다가 관리자에 의해 폭행 당하고, 병원까지 찾아온 하청관리자에 식칼로 테러 당하는 끔직한 사건이후 결성된 현대자동차아산공장사내하청 노동조합의 조합원들로 동서다이너스티(주)(대표이사 장창기, 청소 경비 용역업)소속 노동자들이다.

이들의 징계 사유는 <성실 의무 위반 및 조직 내 질서존중 의무 위반>이다.

무슨 성실의무와 조직내 질서 존중 의무를 위반했다는 것일까? 대부분 자동차 공장이 있는 아산시 인주면에 살고 있는 이 평범한 아주머니들은 대체 무슨 잘못을 저질렀다는 것일까?

문제는 이들이 하청노동조합에 가입했다는 것이었다. 힘든 일은 다하면서도 임금은 정규직의 절반에 불과하고, 6개월 1년 단위로 계약을 갱신하면서 언제 짤릴지 모르는 불안한 일자리 때문에 근로기준법은커녕 숨죽이고 시키면 시키는 대로 일하던지 아니면 사표 내던지 해야만하는 불안정한 노동권 사각지대에 있던 사내하청노동자들이 식칼테러 이후 단결하기 시작했고, 이에 청소를 담당하던 아주머니들 역시 함께 힘을 모아보자고 조합에 가입한 것이 문제가 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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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직 당한 조합원 김아무개씨의 말했다.

"자동차 공장이 인주에 온 것이 지난 1996년이에요. 그 해 4월 청소 일로 취업한 뒤로 지금 8년차 됩니다. 그러나 올해 들어온 사람이나 저나 시급이 2300원으로 똑같아요.

매일 현대자동차 공장으로 출근해 청소하긴 마찬가진데 회사는 벌써 몇 번째 바뀌었는지 모릅니다. 정원기업이었다가 회산기업이었다 지엠에프에스에서 지난 2002년 7월부터 동서다이너스티 소속이 되었죠."

또한 다소격양 된 말투로 말했다.

"아무리 관리자라도 여자들 사물함까지 뒤져도 되는 건가요? 우리가 쉴 곳이 없어서 임시로 마련한 휴게실의 사물함을 뒤지고, 왜 빵이 나오냐며 뭐라하기에 사물함은 왜 뒤지느냐고 했더니 식중독걸리지 말라고 그랬다구요? 참 너무합니다. 하청노조 소식지에 그 얘기 나오니까 나중엔 청소도구함을 검사한 건데 뭐가 문제냐고 그러더라구요."

청소 아주머니들의 휴식공간 입구
청소 아주머니들의 휴식공간 입구 ⓒ 이진숙
청소를 하고 있지만 마땅히 쉴 곳조차 없었던 아주머니들. 공식적인 휴게실이 있기는 했지만 짧은 휴식시간에 거기까지 걸어가기 만하면 시간이 다 지나길래 임시로 계단 밑 공간을 박스 깔고 쉬었다고 한다.

이를 딱하게 여긴 원청 직원들이 장판이며, 선풍기 등을 마련해 주어서 캐비넷 등을 가져다 놓고 휴식공간으로 사용했었는데, 노조 가입이후 이곳까지 남자 관리자가 뒤졌다고 기막혀 했다.

직권면직 된 조합원 최아무개씨는 상황을 설명했다.

"일이 이지경까지 오지 않아도 되는 거였어요. 그동안에는 인사발령을 낼 때 저녁 시간(석회)에 설명을 가졌습니다. 이러저러하게 배치를 한다구요, 그리고 배치받은 곳에 가서 전임자와 인수인계를 하고 그래서 별 무리없이 인사이동이 됐었거든요. 근데 이번에 달랐어요.

5월 24일이 토요일이있고, 특근이었는데 무작정 쪽지 돌리면서 인사발령났다고 하더라구요. 그래 보니까 조합 가입한 사람들 대부분이 자리가 이동되구, 특히 노인분들 모시고 있어서 주야근무가 어려운 사람도 주야로 발령내고 그랬더라구요. 그래서 월요일(5월 26일) 아침에 우리가 사무실로 찾아간거죠. 어떻게 이럴수가 있냐구 따지려구요.

근데 회사는 우리 이야기를 들으려고 하지 않았어요. 무조건 작업에 8시까지 복귀해라고만 하구요. 우리가 나가지 않으니까 다시 9시까지 복귀해라 그러고, 그러고도 나가지 않으니까 업무방해니 뭐니 하면서 사진기 들고 우릴 찍으려고 하고, 그러다가 조합 간부들이랑 실랑이 되고 뭐 그래서 이렇게 된 거예요."

회사는 지난 5월 24일(토) 전 직원 약 200여명 중에 청소 등을 담당하는 환경미화파트 84명 전원에 대하여 인사발령을 공고했다.

84명 중에 하청노조 조합원은 모두 26명이었고, 당시 자리가 바뀐 사람은 모두 31명, 그중 포함된 조합원이 21명으로 노조측은 사실상 조합가입을 이유로 한 보복인사라는 주장이다.

물론 회사측 관계자(동서다이너스티 서부사업부 과장, 현장소장 유창훈)는 사전에 조합가입한 사람이 누군지 어떻게 알겠느냐며 조합원명단을 통보받지 않아 조합원에 대한 불이익 인사가 아니며, 또한 해마다 6월을 앞두고 정기적으로 행한 인사이동이고, 업무특성상 선호하는 자리와 기피하는 자리가 있는데 매번 고정으로 둘 순 없기 때문에 순환하는 것이 당연한 것이라고 입장을 밝혔다.

아주머니들이 사무실로 항의하러 가자 하청노조간부들은 조합원에 대한 부당인사를 철회할 것을 요구하며 사측에 협상을 요구했으나 회사측은 하청노조와 협의할 사항이 아니라며 대화에 응하지 않았다고 하며, 이때부터 예상치 못했던 청소아주머니들의 농성투쟁이 시작된 것이었다.

이후 회사는 농성이 계속되자 일용직으로 인원을 채용하여 청소를 시키고 있고, 사무실이 농성장으로 쓰이자 현재는 다른 곳에서 임시로 업무를 보고 있다. 그리고 지난 6월 2일 농성 8일째 되던 날 조합원 박태섭씨에 대한 직권면직 등으로 1차 징계를 통보했다.

사태가 장기화되자 원청 노동조합인 현대자동차노조아산지부가 나서서 동서다이너스티측과 협상을 하였으나 회사측이 끝까지 농성을 주도한 사람에 대해서는 해고를 철회할 수 없다고 하여 협상은 결렬되었고 다음날인 6월 13일 징계위를 개최, 농성참여 전원에게 직권면직과 정직의 징계를 통보한 것이다.

농성참여 조합원을 만나고, 사측 관계자를 보면서 기자는 현장소장에게 문서화된 인사이동관련 규정이 있느냐고 물었다. 현장 소장은 아직 문서화된 것은 없으며, 어느 자리로 발령 내든 모두가 만족할 순 없는 것이기에 근태 상황, 화장실 갯수, 이동거리, 건물상주인력과 작업장 연령 등 종합적인 사항을 고려하여 전환 배치하는 것이라고만 밝혔다.

평균연령 50세 이상. 한 가정을 책임지는 생계방편이기도 하고, 어려운 살림에 조금이라도 보태겠다고 일을 하는 우리 여성노동자들이 처한 현실이 이러하다. 농사만 짓고 살 수가 없어서, 아이들 교육비에 보태려고, 자식들 시집장가 보내려고 인근의 큰 공장에 취업하여 일하는 이들 여성노동자들은 법정최저임금수준의 월급으로 한 달에 두 번 정도 쉬며(나머지는 특근) 일해야 돈 100만원을 받는다고 했다.

매년 계약을 갱신해야 되는 기간제 고용의 불안이 이들이 처한 노동조건이며, 더욱 심각한 것은 노동자가 노동조합에 가입하는 것조차 인정할 수 없다며 아예 밥줄을 끊는 '해고'로 맞서는 무자비한 자본의 폭력에 속수무책이라는 점이다.(현행법상 아직까지 단체협약도 체결하지 못한 상태에서 사측의 취업규칙을 근거로 한 징계 등은 합법적이다)

노동조합에 가입하지 않았다면 이런 일이 생기지 않았을 거라는 농성 참여 아주머니의 한마디가 뼈아프다.

우리사회의 여성노동권 시계는 지금 어디에 멈추어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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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남인권교육활동가모임 부뜰, 활동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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