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살다보면 아내와 대수롭지 않은 일은 갖고도 티격태격합니다. ‘누가 주도권을 잡느냐?’하는 차원이 아니라, 20년 가까이 살면서도 여전히 자기 입장, 자기 주장을 더 앞세우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면 ‘누가 이불을 펴느냐? 누가 이불을 개느냐?’하는 것 갖고 싸웁니다. 둘 다 50이 다 된 사람들인데 하는 짓이 어린애 같습니다.
“내가 오늘 아침 이불 갰잖아. 그러니 오늘 밤 당신이 이불 펴는 게 순서 아냐?”
“그러지 말아요. 그래 어쩌다 이불 한번 갠 걸 가지고 매일 아침마다 개는 것처럼 그러고 있어.”
“세상에 어느 남자가 이불을 펴냐? 마누라가 이부자리 잘 펴놓고, 이불 폈으니 잡시다, 그래야 되는 거 아냐?”
내가 가끔 아내보고 등 좀 긁어 달라, 다리 좀 주물러 달라고 합니다. 아내도 마찬가지입니다. 한 열 번쯤 노래하면 간신히 그것도 마지못해 한번 들어주는 편입니다. 2년 전 어느 날이었습니다.
아내가 뚱딴지같이 다짜고짜 발마사지를 배우겠다는 겁니다. 내가 “그걸 뭣 하러 배우려고 그래?” 그랬더니, 아내가 애교를 살살 떨면서 “발마사지 정식으로 배워서 어머니도 발도, 당신 발도 마사지 해주려고 그래요. 발마사지가 피로를 풀어주고 건강에 좋대요.”
가만 들어보니 괜찮겠다 싶었습니다. 그러고 보니 TV에서 발마사지의 효능에 대해서 본 적이 있었고, 남편 발마사지 해주고 설마 돈 달라고 하지는 않겠지, 남편 발마사지 해주기 위해서 배우겠다는데 반대할 이유가 없었습니다.
“좋아 그런데 얼마만큼 배워야 하는데?”
“딱 10시간 배우면 된대요.”
내가 사정 봐주는 것처럼 허락을 하니 아내도 좋아하는 눈치였습니다. 발마사지를 매주 화요일마다 배우러 다니는데, 그때가 바로 점심시간 전이어서 일주일에 화요일 날은 내가 점심밥을 차려먹었습니다. 한번은 은빈이 유치원 봄 소풍 때, 아내가 발마사지 배우러 가게 되어서 내가 대신 김밥 들고 소풍에 따라 간 적도 있었습니다.
발마사지 배우는데 크림도 사고, 도구도 사야 되고 돈이 제법 들어가는 모양입니다. 아내는 남편을 위해 발마사지 배운다는 구실로 잦은 외출을 하는데 그렇게 당당할 수가 없었습니다. 발마사지를 배우고 온 아내는 녹초가 되어서 들어왔습니다.
속으로 ‘야, 발마사지 배우는 게 무척 힘든 모양이다’고 생각하면서 “여보 오늘 배운 거 실습은 좀 해야 하지 않겠어? 배우려면 열심히 배워야지.” 그렇게 말하면 아내는 마지못해 노트를 펴놓고 그날 배운 것을 봐가며 내 발을 마사지해주었습니다.
내 발 사이즈 280mm거든요. 아내는 작은 손으로 땀을 흘리며 내 발을 막대기로 찔렀다 밀었다하는데 발마사지 받는 기분이 삼삼하더라고요. 발마사지 배우라고 한 거 정말 잘했다 싶었습니다. 그렇게 열 시간을 배웠습니다. 수료증을 받으러 간다고 강화까지 다녀왔습니다. 이제 앞으로 발마사지는 실컷 받아보겠다 생각했습니다. 그동안 투자한 게 어딘데?
그러나 그것은 착각이었습니다. 이제 아내가 발마사지를 수료증을 받아온 그 날부터 발마사지를 안 해주는 것이었습니다. 완전 장롱 수료증이 되고 말았습니다. 발마사지를 안해주는 가장 큰 이유는 자기도 힘들고 피곤하다는 것입니다. 발마사지를 배운지 만 2년이 지냈는데, 그 후로 발마사지 받은 게 다 합해도 다섯 손가락으로 꼽을 것입니다.
마사지 크림은 새것 그대로 남아 있습니다. 어쩌다 내가 발마사지 좀 해달라고 하면 발마사지 배운 거와는 전혀 관계없이 죽는 시늉을 하면서 몇 번 쿡쿡 주물러주고 맙니다. 그게 다입니다. 그러면 도대체 발마사지는 왜 배웠는지 모르겠습니다.
아내에게 발마사지 받는 남편들은 정말 행복할 텐데 말입니다. 이것 올렸다고 아내한테 야단맞을지 모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