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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인호

길을 잃어보지 않은 사람은 모르리라
터덜거리며 걸어간 길 끝에
멀리서 밝혀져 오는 불빛의 따뜻함을
막무가내의 어둠 속에서
누군가 맞잡을 손이 있다는 것이
인간에 대한 얼마나 새로운 발견인지
산속에서 밤을 맞아본 사람은 알리라
그 산에 갇힌 작은 지붕들이
거대한 산줄기보다
얼마나 큰 힘으로 어깨를 감싸주는지
먼 곳의 불빛은
나그네를 쉬게 하는 것이 아니라
계속 걸어갈 수 있게 해준다는 것을
(나희덕 詩. 산속에서)


ⓒ 박인호
산을 오르면서 알 수 있는 것은 산의 정상까지의 긴 여정(旅程)이 마치 우리네 인생과 흡사함을 알게 한다는 것이다. 초입의 편편하고 넓은 길을 걸을 때는 어릴 때 부모의 품 안에 온갖 사랑과 보호를 받을 때처럼 편안함을 느끼게 된다.

그러나 조금 더 오르면 서서히 돌짝밭과 오솔길을 홀로 걷게 되기도 하는데 이때는 학령기로 스스로 자신의 길을 찾아 학습하고 습득하면서 어른이 되기 전의 워밍업을 하고 있는 것과 같다고 느낀다.

그러다가 조금 더 오르면 점점 가파라져 산허리를 오를 때는 뒤를 돌아보며 산 아래 오를 때를 내려다보게 된다. 그러나 땀과 숨이 턱에 차는 힘든 산 중턱에서도 탄 목을 쓸어주는 시원한 샘과 쉼터, 같은 길을 가는 동료를 만나게 되는 기쁨도 있다.

ⓒ 박인호
ⓒ 박인호
마지막 산의 정상을 향한 걸음은 가장 가파른 험준한 길로 때론 무섭고, 때론 한 발짝도 더 디딜 수 없게 힘들어, 도중하차하고 싶은 마음이 들곤 하지만 그 정상에는 무엇이 있을 것만 같아서 마지막 온 힘을 다하여 정상에 오르면 산의 정상에는 허무하게도 아무 것도 없다. 있는 것이라고는 황량한 바람뿐. 그저 개안(開眼)이 되는 것처럼 보여 지는 산의 전모에서 희미한 인생의 의미와 나 자신과 하느님을 다시 보게 됨을 느낀다.

그래서 삶이란 결과나 성취보다 과정이 중요함을 다시 한번 알게 된다. 온 힘을 빼고 올라봐야 정상에서 날 기다리는 것은 아무 것도 없다. 허무한 바람뿐…. 하느님께서 기다리고 계셨다가 '너 빨리 올라왔으니 잘했다'하고 상 주시는 일도 없다. 빨리 오르면 그다음은 내려갈 길만 남아 있을 뿐이다.

ⓒ 박인호
하여, 삶의 보람이나 인생의 의미란 내 곁에 있는 인간다운 것들을 아끼고 소중히 여기면서 자신의 생활을 발전시켜 나가는 길뿐이다. 살아가면서 내 자신 정말 덧없는 존재임을 깨닫게 되면서 나에게 주어진 인생이 나한테 달려 있다는 생각은 서서히 없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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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 한치 앞도 내다볼 수 없는 이 불완전의 극치인 인간이 자신의 미래에 대해 무엇을 기대하고 희망할 수 있을 것인가? 모든 것을 그분께 의탁하는 길밖에는….


-계획은 사람이 세우고 결정은 야훼께서 하신다. (잠언 16,1)


ⓒ 박인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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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철 기자는 부산 샘터교회 원로목사. 부산 예수살기 대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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