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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청계고가 교각 중 3개는 보존된다.
ⓒ 권기봉
현재 상판과 교각 철거 작업이 진행되고 있는 청계고가도로의 교각 중 일부가 보존될 것으로, 지난 7일(목) 알려졌다.

보존되는 부분은 청계8가와 9가 사이 성북천과 청계천이 합류하는 지점에 있는 3개 교각으로, 단 상판이나 복개도로 부분은 보존 대상에서 제외된다. 특히 서울시는 3개 교각 중 한 개는 높이 13m 원래 상태로 남기지만, 나머지 두 개의 교각은 윗부분을 비스듬히 깎은 형태로 보존할 방침이다.

교각 3개만으로는 부족, 보도교로 활용하자는 제안도

그러나 이번 서울시의 결정이 미흡하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강찬석 문화연대 문화유산위원장은 "지난 60~70년대 개발 시대의 한 단면을 증언하는 역사적 건축물인 청계고가를 다 무너뜨리기로 한 데서 일부라도 남기기로 결정한 것은 매우 바람직한 일"이라며 일단 서울시의 결정을 반겼다. 그러나 그는 지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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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못된 역사도 역사지요. 근대의 청계천 역사를 다 지워버릴 뻔한 현 상황에서 이번 결정은 환영할 만한 일입니다. 그런데 교각만 남긴다니요. 이왕 남길 것이면 상판도 남겨서 그 상징성을 잃지 않도록 해야 하지 않겠습니까?"

그는 이어 "청계8가와 9가 사이는 청계천의 한쪽 끝으로 너무 외떨어져 있다"며 보존하기로 결정한 위치에 대해 의문을 나타냈다.

▲ 보존될 교각이 위치하는 자리
ⓒ 네이버

서울시의 결정과 관련 황평우 한국문화유산정책연구소장은 "교각은 물론 상판과 복개도로도 일부 남길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복원된 청계천에 21개의 다리를 놓는다는데, 아예 교각과 상판뿐만이 아니라 복개도로를 폭 20m 정도로 남겨 그것을 보행자를 위한 다리로 이용해도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는 현재의 복개도로 구조물 일부를 보도교로 이용하자는 아이디어로, 황 소장은 "그렇게 하면 실용성도 있고 실생활 속에서의 근대 역사 유물 보존도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이와 같은 지적에 대해 서울시 청계천복원추진본부의 한 관계자는 "일단 시민들로부터 청계고가의 일부라도 남기자는 건의가 많아 이런 결정을 내리게 됐다"면서도 "물의 흐름이나 도로 여건상 상류의 교각을 남기는 것은 힘들지 않겠느냐"고 밝혔다.

▲ 복원될 청계천에 놓일 21개의 다리 중 하나쯤은 복개도로를 재활용?
ⓒ 서울시

'주상복합의 원조' 삼일 아파트를 예술의 공간으로?

한편 서울 중구청은 '도깨비 시장'으로 잘 알려진 황학동 일대 삼일 아파트 14~24동을 재난관리법에 따라 '재난 위험에 따른 경계구역'으로 지정·공고했다고 지난 7월 27일 밝힌 바 있다.

삼일 아파트는 1969년 청계천을 복구하면서 종로구 숭인동과 창신동 일대 12개 동과 함께 들어선 주상복합형 시민아파트로, 이미 지난 1984년 재개발 인가를 받았으나 이주 대책 등과 관련한 거주자들의 반발과 시공사였던 동아건설의 부도로 여태껏 착공을 하지 못하고 있었다. 그러나 앞으로 이주자 대책이 마련되고 일이 순탄하게 진행될 경우 이르면 이달 중으로 착공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청계천 복원 공사에 맞추어 조만간 헐릴 것으로 보이는 삼일 아파트와 관련해서도 다양한 아이디어가 나오고 있다. 조만간 철거될 것으로 보이는 삼일 아파트도 청계고가처럼 모두 헐어버리는 것이 아니라 상태가 양호한 일부 동을 선정, 기초 안전진단을 거쳐 리모델링을 한 뒤 재활용하자는 주장이다.

▲ 삼일 아파트 일부를 예술 공간으로 이용하자는 아이디어도 제기되고 있다.
ⓒ 권기봉

이원재 문화연대 정책실장은 "모든 것을 헐고 새로 짓는 것보다 있는 것을 개·보수해 가는 유럽의 경우를 주시할 필요가 있다"며 "황학동과 삼일 아파트는 그저 흉측하기만 한 것이 아니라 있는 그대로의 삶의 모습을 보여주는 장소로서 문화인류학적으로 중요한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청계천 복원 이후의 이 일대 문화 환경과 관련해 "삼일 아파트 1~2개 동을 보수해 1~2층은 시민들을 위한 예술 교육장이나 전시장으로 꾸미고, 그 위층은 예술가를 위한 아뜰리에(예술가의 작업실)로 꾸미는 것도 고려해 볼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한편 도시건축네트워크 등 건축 관련 단체에서는 삼일 아파트만이 갖고 있는 한옥 구조에 대한 도면화 작업과 고유한 특성에 대한 조사 작업을 벌이기로 하는 등 곧 헐릴 지 모르는 삼일 아파트에 대한 본격적인 연구 작업을 시작할 것으로 알려졌다.

운명이 경각에 달려 있는 청계고가와 삼일 아파트. 근대 건축물을 역사적으로 어떻게 평가하는가에 따라 180도로 달라질 운명이지만, 일단 청계고가의 경우 애초 모두 철거하겠다던 서울시도 일부분은 보존하기로 방침을 바꾸는 등 전향적인 자세를 보이고 있다.

과연 일부 청계고가는 남아 후손들에게 한국 근대를 이해하는 길잡이 역할을 할 것인지, 삼일 아파트 역시 일부분은 남아 서울시민을 위한 문화 예술 공간으로 탈바꿈할 수 있을지 지켜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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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들 기억 저편에 존재하는 근현대 문화유산을 찾아 발걸음을 떼고 있습니다. 저서로 <서울을 거닐며 사라져가는 역사를 만나다>(알마, 2008), <다시, 서울을 걷다>(알마, 2012), <권기봉의 도시산책>(알마, 2015) 등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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