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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갑제 월간조선 편집장 겸 대표이사.
조갑제 월간조선 편집장 겸 대표이사. ⓒ 오마이뉴스 권우성
조갑제 편집장이 자신의 홈페이지(www.chogabje.com)에 올린 일련의 글들이 그 혐의선상에 오르고 있지만, 그 가운데서도 고발의 직접적인 계기가 된 것은 '친북비호 독재정권 타도는 합헌'(8월 24일자)이라는 제목의 글이다. 그리 길지 않은 전문을 인용하면 이렇다.

"정부가 한총련 등 친북반역 세력의 활동을 적극적으로 저지하지 않고 애국 세력의 반북(反北)활동을 경찰이 나서서 적극적으로 막는 행위는 반국가단체이자 독재자인 김정일 편을 드는 반(反)헌법적 행위로서 처벌대상이 된다. 만약 검찰이 이런 경찰을 수사하지 못하고 국회가 이런 지시를 한 장관 등 책임자에 대해서 해임 건의안을 통과시켜도 대통령이 해임을 거부하면 정권이 독재와 반역을 비호하는 것이 된다.

정권이 나서서 반역과 독재에 대한 국민의 합법적 대응의 길을 막으면 국민은 국가와 헌법과 자유를 지키기 위한 마지막 수단으로서 그런 정권을 반역 독재정권으로 규정하고 저항권을 행사할 수 있다. 국민 속에는 물론 군인도 포함된다.

이런 저항권은 4·19처럼 물리력을 동원하더라도 합헌적이다. 대한민국이 생존하려면 애국은 숨어서, 반역은 내어놓고 하도록 만든 세력을 법정에 세워 지위 고하(高下)를 막론하고 의법(依法) 처단할 수 있어야 한다. 우리는 지금 그런 시험대에 서 있다."


조갑제 편집장이 '구국의 결단'으로 칭송해마지 않는 '5·16 군사혁명' 대신에 '4·19'를 예로 든 것이 낯설기는 하지만, 친북비호 반역독재정권에 대한 '국민 저항권'과 '국민 속에는 군인도 포함된다'는 언설은 대뜸 '내란'이나 '군사쿠데타'를 떠올리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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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조 편집장은 9월 2일 자신의 홈페이지에 쓴 글에서 이렇게 강변했다.

"제가 쓴 글에는 '군사쿠데타'란 말도 '선동'이란 말도 나오지 않습니다. 국민 저항권에 대한 원론적인 개념설명 같은, 너무나 당연한 이야기가 나올 뿐입니다. 국민들이 반역 독재 정권 타도에 나서야 한다는 저의 주장이 쿠데타 선동이라면 독재와 반역을 묵인하고 굴종해야 하는 것이 국민의 의무란 말입니까."

"버림받은 국민들이 기댈 곳은 국군뿐이다"고 국가원수까지 협박

해명치고는 궁색하다. 흔히 명예훼손을 피해 가는 좋은 기사를 얘기할 때 '개새끼'라는 용어를 한번도 사용하지 않고서도 그 글을 읽었을 때 누구에게나 '개새끼' 이미지를 떠올리게 하는 글을 사례로 들곤 한다.

그러나 이 사안의 본질은 명예훼손이 아니라 내란 및 쿠데타 선동이다. 조 편집장의 글에서처럼, '쿠데타'나 '선동'이라는 용어를 쓰지 않고서도 얼마든지 '쿠데타를 선동'할 수 있는 것이다.

사실 심정적으로 이해는 할 수 있다. 인공기 소각에 대한 노무현 대통령의 유감 발언도 마뜩찮은데, 전혀 예상치 못한 '북한 기자의 보수단체 기자회견 습격사건'까지 겹쳤으니 시쳇말로 '꼭지'가 돌만도 하다. 그래서 조 편집장은 문제의 8월 24일 일요일에 문제의 '친북비호 독재정권 타도는 합헌' 글을 쓰고 나서도 '대한민국의 내전적(內戰的) 상황분석'에서부터 '빨갱이식 적반하장'에 이르기까지 7꼭지의 글을 미친 듯이 올렸던 것이다.

"대한민국의 안전을 수호해야 할 의무를 국민으로부터 위임받은 국가원수이자 국군통수권자인 대통령이 헌법상 의무를 포기하거나 자신의 권한을 반역자 지원에 쓴다면 다음 단계는 국민혁명에 의한 반역정권 타도에 의한 국가와 헌법 수호이다. 이 단계에서는 국군이 결정적 역할을 한다." (대한민국의 內戰的 상황 분석)

국군의 '결정적 역할'은 총을 쏘는 것일진대, 전쟁이 아닌데도 국군에게 총부리를 겨냥하라는 것은 내란이나 쿠데타 상황 말고는 달리 생각할 여지가 없는 것이다.

실제로 조 편집장은 역시 문제의 8월 24일에 쓴 '경찰, 북한공작원의 테러 방치:국군에게 보호 요청할까' 글에서 "대통령과 경찰과 야당과 언론으로부터 버림받은 국민들이 기댈 곳은 국군뿐이다"면서 "국민과 국군이 화를 내면 누가 먼저 화를 당할 것인가?"라고 국가원수를 협박하기까지 했다.

단순 명쾌하지만 위험한 극우논리에 따르면 조갑제도 악(惡)

극우 논리의 장점은 단순 명쾌하다는 것이다. 흑백논리가 대표적이다. 대개는 지능이 약간 떨어지거나 우매한 대중들이 선동당하기 십상이다. 광기의 시대에 유럽과 아시아를 휩쓴 나치즘과 파시즘, 군국주의가 대표적인 사례이다.

이를테면 조갑제 편집장의 말하는 '민주주의 원칙'은 이런 것이다. 역시 문제의 8월 24일에 쓴 글이다.

"김정일을 편드는 친북세력을 우리가 증오하는 것은 이들이 독재를 편들고 민주주의를 반대하기 때문이다. 한총련은 김정일의 전위대로서 독재의 첨병이다. 이 한총련을 편드는 정치세력도 궁극적으로 독재 편에 서는 자들이다. 따라서 한국의 친북세력은 독재옹호, 독재추종세력이다. 악(惡)인 것이다." ('민주주의의 원칙'에 대하여)

역시 단순 명쾌하다. 그러나 이처럼 단순 명쾌하게 한총련을 악(惡)으로 규정하는 것은 "조갑제는 수구반동이다, 수구반동은 사회 진보를 가로막는 악이다, 따라서 조갑제는 악이다"라는 논리만큼이나 위험하다.

더 걱정스런 것은 돌격대를 연상케 하는 '최틀러'라는 별명과 원조보수를 자처하는 최병렬 한나라당 대표까지 나서서 은근히 쿠데타를 부추기는 듯한 발언을 서슴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지지율이 20% 안되는 정권은 반드시 쿠데타가 일어난다는 통계가 있다"

9월4일 한나라당 의원 연찬회에 참석한 최병렬 대표
9월4일 한나라당 의원 연찬회에 참석한 최병렬 대표 ⓒ 오마이뉴스 권우성
최병렬 대표는 지난 8월 17일 기자간담회에서 "노 대통령이 국민과 야당, 언론을 무시하는 막가파식 국정운영을 계속할 경우 중대한 결심을 할 것"이라며 정권 퇴진운동도 불사하겠다는 의지를 밝힌 바 있다.

그런데 그 다음날인 8월 18일 최 대표는 새로 당직을 맡은 김영선 대변인, 김정훈 대표특보, 김희정 부대변인 등과 저녁식사를 함께 한 자리에서 "참여정부의 지지율이 역대 정권 중에서 최악이다"고 전제하고 "내가 아는 바로는 지지율이 20%가 되지 않는 정권은 반드시 쿠데타가 일어난다는 통계가 있다"고 사실상 쿠데타를 부추기는 발언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 대표는 이날 참여정부에 대한 낮은 지지율을 화제로 삼아 얘기하면서 "내가 아는 바로는 지지율이 20%가 되지 않는 정권은 반드시 쿠데타가 일어난다는 통계가 있다"며 "참여정부의 지지율이 20% 정도밖에 되지 않는 것도 이러한 통계를 감안할 때 상당한 우려가 된다"고 발언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 대표는 이날 신임 당직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현 정부에 불만은 품은 세력들에 의한 쿠데타 가능성을 언급하면서 "물론 쿠데타의 우려를 제기하는 것은 아니지만 민심이 돌아서고 있다는 것은 중요한 사실이다"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최 대표는 "나는 대통령의 하야를 거론한 적은 일체 없지만, 이처럼 지지율이 떨어지게 되면 국민들이 탄핵이든 하야든 거론할 가능성이 매우 높은 것이 아니냐"고 동의를 구하면서 노 대통령의 국정운영 능력에 심각한 문제를 제기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에 대해 그 자리에 참석한 최 대표의 한 측근은 "대표님이 그렇게 얘기했다고 해서 요즘 세상이 어느 시절인데 쿠데타가 가능하겠냐"며 대수롭지 않은 반응을 보였다. 그러면서 이 측근은 "제가 들은 바로는 어떤 기자가 외국의 사례를 들며 후진국 국가지도자의 지지율이 20% 이하 떨어지면 쿠데타가 일어난다고 하니까 (최 대표가) '그렇다'고 동감을 표했던 것 같다"고 다소 애매하게 해명했다.

조갑제 "죽은 공룡보다 튀는 개구리가 낫다"

그러나 최 대표가 8·15 광복절 국가 공식행사에 참석하는 대신에 흥분한 군중들이 인공기를 태우며 '김정일 타도'를 선동한 서울 시청앞 집회에 참석한 것으로 보건대, 그가 적어도 '쿠데타적 발상'을 했음은 어렵지 않게 상상할 수 있다. 또 김무성 한나라당 의원이 9월 3일 의원총회에서 "노무현이를 대통령으로 지금까지 인정하지 않고 있다"고 막말을 한 것도 이런 '쿠데타적 발상'의 연장선상에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나마 천만 다행스런 점은 내란을 선동한 혐의를 받고 있는 조갑제 편집장과 쿠데타를 부추긴 의혹을 의혹을 사고 있는 최병렬 대표가 부산고 동문으로 <조선일보>에서 한솥밥을 먹은 선후배 사이인데도, 두 사람이 생각만큼 서로 가까운 관계는 아니라는 사실이다. 오히려 더 비판적인 측면도 있다. 역시 문제의 8월 24일에 쓴 조갑제 편집장의 글이다.

최병렬 vs 조갑제
같고도 다른 두 사람

38. 9. 16생년월일45. 10. 24
경남 산청출생지일본 사이타마 현(경북 청송)
부산중·고(57년), 서울대 법대(64년)학력부산중·고(65년) 부산 수산대 중퇴(67년)
한국일보(59년)·조선일보(63년) 기자
조선일보 편집국장(80년)·이사(83년)
민정당 국회의원(85년) 서울시장(94년)
경력국제신보(71년)·조선일보(83년) 기자
월간조선 편집장(91∼01년)
편집장 겸 대표이사(01년)

"노무현, 경찰, KBS 등 어용언론보다 더 나쁜 짓을 하고 있는 것은 최병렬 대표 체제하의 한나라당이다. 오늘 유니버시아드 대회장에서 항의 집회를 반드시 했어야 할 사람들이 있다면 한나라당 의원들, 특히 대구 국회의원들이었다. 이들은 영화관에 갔는지, 술 마시러 갔는지, 휴가를 갔는지 보이지도 않았다.

다수 국민들이 분노하고 있는 노무현 대통령의 인공기 소각 사과사태 이후 한나라당이 보여준 행태는 무사안일·기회주의·비겁함·비아냥이었다. 대통령과 개구리를 비교한 농담이나 하면서 국가위기를 즐기는 모습이었다. 대변인 성명이나 써내면 할 일을 다한다고 생각하는 한나라당이야말로 김정일 정권과 부작위에 의한 야합을 하고 있는 것이다.

애국시민들의 언론자유를 저지하는 경찰이나 그것을 보고도 저지하지 못한 국회 다수당 한나라당이나 똑같은 존재이다. 국민들의 울분, 특히 지지층의 분노를 현장에서 대변하지 못하는 한나라당이면 야당이란 간판을 내려야 한다. 몸으로 때워도 조국과 헌법을 지켜낼까 말까한 상황에서 모든 것을 말로써 때우려고 하는 한나라당은 죽은 공룡이다. 죽은 공룡보다 튀는 개구리가 낫다."


그러나 곰곰이 따져보면 조갑제 편집장은 이 격문(檄文)에서도 최병렬 대표에게 '위기에 처한 조국과 헌법을 지켜내려면 말로 때우려 하지 말고 온몸으로 때워라'고 선동하고 있다.

온몸으로 때워라=죽기 아니면 까무러치기로 붙어라=쿠데타를 해서라도 막아라, 이렇게 해석하면 너무 발칙한 상상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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