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횡령 혐의 등으로 감사원 감사를 받다가 보직해임된 뒤 전역한 김창해 전 국방부 법무관리관(준장예편. 48)이 군사재판 사건을 수임한 변호사 등으로부터 금품을 수수한 혐의로 구속됐다.

김씨가 최근까지 '군사법 수뇌'였던 점을 감안하면 군 사법기관의 유명무실 논란과 함께 제도 개혁의 목소리가 확산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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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지검 특수3부(곽상도 부장검사)는 김씨가 육군법무감, 국방부 법무관리관 등으로 재직할 당시 군법무관 출신 변호사 7명으로부터 국선변호료 등을 받은 사실을 확인하고,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뇌물 수수 혐의로 15일 구속기소했다.

검찰은 또 김씨에게 3000만원을 이자 약정없이 대여한 우 아무개 변호사와 국선변호료 1000여만원을 제공한 서 아무개 변호사를 뇌물공여 혐의로 불구속 기소하고, 우·서 변호사를 포함한 4명의 변호사에 대해 대한변협에 징계통보했다.

검찰이 내사에 착수하게 된 것은 김씨의 '업무상 횡령'과 '직권남용' 사건에 대한 국방부 고등군사법원의 심리과정에서 김씨가 일부 변호사들로부터 금품을 수수한 사실이 드러났기 때문이다.

검찰은 김씨의 예금계좌 추적 과정에서 변호사 9명으로부터 금품을 제공받은 사실을 확인하고, 이중 7명의 변호사가 제공한 금품이 직무상 대가성이 인정된다고 판단해 특정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위반(뇌물) 및 뇌물수수죄로 인지해 구속기소했다.

검찰은 또 김씨에게 뇌물을 공여한 변호사 7명 중 공여액수가 많은 변호사 2명을 불구속 기소했다.

검찰이 밝힌 김씨의 범죄 혐의 사실은 다음과 같다.

1) 국선변호료 수수행위
2000년 7월부터 2002년 3월까지 육군법무감 재직 당시 서 아무개 변호사로부터 약 1068만원, 안 아무개 변호사로부터 약 357만원, 최 아무개 변호사로부터 약 87만원의 수령을 각 포기받아 합계 1513만원을 수수함.

2) 운영비 지원명목 수수행위
1999년 9월부터 2002년 7월까지 법무감·법무관리관 등 재직 당시 김 아무개, 홍 아무개, 김 아무개 변호사로부터 부서 운영 지원비 명목으로 각 100만원, 50만원, 30만원을 수수함.

3) '금융편익' 수수행위
2000년 10월 범무감 재직 당시 수임사건에 대해 유리한 판결이 선고되도록 도와준 적이 있는 우 아무개 변호사로부터 3000만원을 향후 전역시까지 장기간 이자 약정없이 차용해 금융편익 수수함.


검찰은 특히 2000년 8월경 우 변호사가 수임한 수방사 군사법원 변 아무개씨 외 1인의 성폭력 사건에 대해 육군본부 군사법원장을 통해 선처 가능하도록 관심을 표명하기도 했다고 밝혔다.

참여연대가 지난해 김씨를 상대로 고발한 업무상 횡령(군수사활동비 7600만원 전용), 직권남용(사건 부당처리 지시 3회) 사건은 국방부 보통검찰부의 '혐의없음' 처리 이후 국방부 고등군사법원에 재정신청되었으나 지난달 30일 김씨가 전역한 뒤 서울고등법원으로 이송됐다.

검찰은 "참여연대 고발건의 경우 현재 재정신청 계류중인 사안이기 때문에 검찰의 수사대상에서 제외시켰다"고 밝혔다.

김씨의 구속 기소와 관련 군의 한 관계자는 "창피한 일이다, 군에서 발생한 사건이고 군에서 처리됐어야 했다"면서 "스스로 정화시키지 못하고 바깥에서 사법처리되는 것은 한심한 일이고, 군이 철저히 반성해야 한다"고 밝혔다.

또다른 군의 한 관계자도 "군 내부의 비리가 그동안 규명되지 못하고 있다가 외부 수사기관의 개입으로 드러난 것이 다행스럽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부끄러운 일"이라면서 "이번 일을 계기로 군 스스로 군사법제도 개혁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씨를 '업무상 횡령' 등의 혐의로 고발했던 참여연대의 이재명 투명사회팀장도 "군 사법의 수장이라고 할 수 있는 사람이 뇌물 혐의로 민간에서 구속된 것은 충격적인 일"이라면서 "군 사정기관에서 적발해 처벌하지 못하고 민간검찰에서 된 것은 군 사정기관의 문제점 드러난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 팀장은 또 "최근 군납비리 등이 연일 경찰쪽에서 터져나오는 것도 군 사정기능이 마비됐다는 반증"이라며 "군 사정시스템 개혁이 절실하다"고 밝혔다.

한편 김창해 전 법무관리관이 구속기소됐지만, 검찰이 이 과정에서 '뇌물죄'를 소극적용한 게 아니냐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김씨가 당초 우변호사로부터 받은 3000만원의 '이자'부분만을 뇌물로 인정한 점과 김씨가 허 아무개로부터 2000만원을 받은 것에 대해 내사종결처리 한 것은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다.

하지만 검찰의 한 관계자는 "두 건의 경우 대가성은 어느정도 인정되지만 이를 입증할만한 증거가 부족했다"면서 "허 변호사건은 청탁 내용이 구체적으로 드러난 것도 아니고 부인간의 돈거래이기 때문에 공무원의 직무관련 '뇌물'로 인정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었다"고 밝혔다.

'벼룩의 간을 빼먹은 스타' 그후
김씨 비리 혐의 제기되고 1년3개월만에 구속

▲ 지난해 국정감사에 출석해 공금횡령 관련 국회의원의 질의에 대해 자신의 결백을 주장하는 김창해 전 법무관리관.
ⓒ오마이뉴스 권우성
김창해 국방부 전 법무관리관이 15일 구속기소됐다. 김씨의 비리 혐의가 지난해 9월 국정감사에서 최초로 제기됐다는 점을 감안하면, 그가 구속되는 데까지 무려 1년 3개월이 걸린 셈이다.

그간 김씨를 둘러싼 주변 상황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김씨는 지난해 10월 참여연대로부터 '업무상 횡령'과 '직권남용' 등의 혐의로 고발당했다. 김씨가 법무감 재임 시절인 2000년 4월부터 2002년 1월까지 22개월 동안 군검찰 수사관 45명의 활동비 1억6500만원을 횡령했다는 의혹을 제기한 것이다. 이 때문에 당시 군 내부에서도 '벼룩의 간의 빼먹은 스타'라는 비아냥이 흘러나오기도 했다.

같은해 10월 중순부터 총리실 산하 공직기강조사팀은 1달여간의 내사 결과 '비위사실'을 확인했고, 이를 청와대에 보고했다. 총리실은 이 자료를 국방부에도 통보됐지만, 군 검찰단은 그의 혐의를 대부분 '혐의없음' 결정을 내렸고 서면경고 조치에 그쳤다. 감사원도 나서서 김씨를 상대로 특별감사를 실시했지만, 인사자료로 활용하라는 의미에서의 '인사자료 통보' 조치만을 했다.

결국 김씨는 그간 국정감사, 총리실 산하 공직기강조사팀 내사, 국방부 검찰단 조사, 국방부 감사 등 1년여동안 무려 5~6차례에 걸쳐 국정감사 또는 검찰단의 조사, 감사원 감사까지 받았지만 건재했다. 하지만 국방부는 뒤늦게 감사원 감사 결과를 받아들여 그를 보직해임했고, 11월30일 예편했다.

그는 예편하고 나서 불과 15일 뒤에 구속됐다. 혐의 내용은 변호사들로부터의 '뇌물 수수'. 그간 제기됐던 '업무상 횡령'과 '직권 남용' 혐의와는 또다른 건이다. 참여연대가 고발한 건의 경우 현재 재정신청 계류중이기 때문에 검찰의 수사에서 배제됐기 때문이다.

'군 사법의 수뇌'였던 김씨의 구속. 이는 군 사정 기능의 현주소와 군 사법제도 개혁의 필요성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단적인 사례다.

군 사정기관의 수장이 변호사들로부터 뇌물을 받았다는 사실 자체도 충격적이지만, 군 사정기관이 오히려 김씨의 비리를 은폐하는 데 악용됐다는 의혹을 사기에 충분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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