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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횡령 혐의 등으로 감사원 감사를 받다가 보직해임된 뒤 전역서를 제출한 김창해 전 국방부 법무관리관(준장)이 이번에는 군사재판 사건을 수임한 변호사들로부터 거액을 송금받은 사실이 드러나 검찰로부터 내사를 받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서울지검 특수3부(곽상도 부장검사)는 김 준장이 육군 법무감, 국방부 법무운영단장 재직시절인 지난 2000년경 군 법무관 출신인 변호사 ㅇ씨와 ㅎ씨 등으로부터 각각 3000만원, 2000만원을 받은 사실을 확인하고 대가성 여부를 조사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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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은 이미 김 준장을 2차례 소환조사했고, 이 과정에서 (1)군 사건을 수임한 변호사들로부터 돈을 받은 이유 (2)변호사들이 수임한 사건이 처리된 직후에 돈이 입금된 점 (3)두 변호사가 맡은 사건 모두 집행유예로 처리된 것이 송금 받은 돈과 어떤 연관성을 지니는지 등에 대해 집중적으로 조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준장이 변호사들로부터 거액의 돈을 송금받았다는 사실은 지난 7월 군검찰 수사활동비 1억4000여만원 횡령 및 직권남용 혐의로 고발된 사건에 대한 참여연대의 재정신청을 심리하고 있는 고등군사법원의 계좌추적 결과 드러난 것이다.

이와 관련 한 관계자는 "당시 고등군사법원은 김 준장 부인 명의의 통장에 ㅇ·ㅎ 변호사가 보낸 거액의 돈이 입금됐고, 김 준장 딸의 증권계좌로 이 돈의 일부가 이체되어 주식투자하는 데 쓰인 것을 확인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밝혔다.

ㅇ변호사가 김 준장에게 돈을 건넨 시기는 지난 2001년이다. 당시 김 준장은 육군 법무감으로 재직하고 있었고, ㅇ변호사는 휴가를 나갔다가 부녀자를 강간한 사병과 망을 보던 사병 사건을 수임한 상태였다. 이 두 사병은 집행유예로 풀려났다. 2인 이상의 범죄로서 '특수강간'이라는 것을 감안하면 경미한 처벌이라는 지적이 제기되기도 했다.

또 지난 2000년 김 준장이 국방부 법무운영단장으로 재직한 당시 2000만원을 송금한 ㅎ변호사도 그 때 군무이탈한 사병 사건을 수임한 상태였다.

한 관계자는 "그 사병은 군무이탈해 기소유예 처분한지 불과 2달여만에 재범을 저질렀고, 칼로 손목을 자해하는 바람에 경찰 3명을 지원받아 한시간동안 대치하다 체포한 사건"이라며 "운전병이었던 그 사병은 탈영할 때 중대장의 지갑을 훔치고 군용차를 도로에 방치한 사람으로 죄질이 나쁘다고 볼 수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그 사건 역시 집행유예로 처리됐다. 당시 김 준장은 국방부 법무운영단장으로 재직하고 있었고, 이 사건 (항소심) 재판의 재판장이었다. 김 준장에게 돈을 보낸 두명의 변호사는 지난 90년 초에 고등군판사를 함께 역임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또 수표추적 결과 김 준장이 고등학교 동문인 ㄱ변호사로부터도 3000만원을 받은 것을 확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김창해 준장은 28일 <오마이뉴스>와의 전화통화에서 변호사들로부터 돈을 받은 사실은 인정하면서도 "전세자금 등을 마련하기 위해 빌린 것"이라면서 사건 청탁과 관련한 대가성을 전면 부인했다.

다음은 28일 <오마이뉴스>와 김 준장과의 전화통화 내용으로, 반론수용 차원에서 전문을 소개한다.

- ㅇ·ㅎ 변호사로부터 돈을 받은 사실이 있는가.
"두 변호사는 군생활을 오랫동안 함께한 친구들로 가족간에도 잦은 왕래가 있다. 전세금을 마련하기 위해 두 사람들로부터 돈을 빌린 것이다. ㅇ변호사로부터는 1154만원과 1856만원 두차례에 걸쳐 돈을 나눠받았다. 뇌물을 준다면 일시불로 주지 어떻게 그렇게 잘라 주겠는가.

ㅎ 변호사로부터 돈을 빌렸다는 사실은 나도 모르는 일이었다. 나중에 알고보니 내 아내가 주식투자할 때 필요해서 돈을 빌렸다는 얘기를 들었다."

- 빌린 돈은 되돌려 주었는가.
"두 친구에게 돈을 빌릴 때 변호사 개업하기 전에는 돈을 돌려주지 못한다고 얘기했다. 아직 갚지 않았다."

- 두 변호사가 수임한 군 사건 수사가 끝난 직후에 각각 돈이 부인 명의의 통장에 들어왔다는 것은 대가성 의혹을 사기에 충분한 것 같은데.
"검찰 수사 사실을 알고 얼마전 ㅎ변호사와 통화를 했다. 전에는 나도 알지 못하던 일이다. ㅎ변호사에게 '당신이 당시 무슨 사건을 맡았는가'라고 물어봤더니 '군무이탈 재범'이라고 대답했다. 이 사병은 24시간 이내에 잡혔다. 이탈 기간이 하루도 안되기 때문에 충분히 풀어줄 수 있는 사안이다. 변호사는 1심에서 수임료 400만원을 받고, 2심은 200만원을 받았다고 했다. 그런데 어떻게 2000만원을 뇌물로 줄 수 있겠는가."

- 그렇다면 ㅇ변호사가 수임한 사건은 어떤 것인가.
"성폭력특별방지법 위반 사건이고 초범이다. 또 당사자간에 합의했기 때문에 집행유예로 풀려날 수 있는 사건이다. 또 변호사는 수임료로 1,2심 합쳐서 700만원을 받았다고 했다. 그런데 3000만원 뇌물이 어떻게 가능한가."

- 검찰은 ㄱ변호사로부터도 3000만원을 받은 것을 확인한 것으로 알고 있는데.
"그것 역시 전세자금 등 재정 압박을 받고 있어서 빌린 것이다."

- 전세자금을 마련하기 위한 것이라는 데 언제 이사를 했나.
"2001년 2월이다."

- 그럼 돈을 받은 시기와 맞지 않는 것 아닌가.
"개인 경제사정에 의해 압박을 받았던 때이다. 전세금을 미리 빼서 사용했다. 이런 얘기는 검찰에서 다 말했다."

김 준장의 이같은 반론과 관련 한 관계자는 "어떤 이유에서건 당시 재판장이었던 김 준장이 다른 사람도 아니고 그 사건을 수임한 변호사로부터 돈을 받은 것은 직무 관련성이 있고, 대가성 오해를 불러올 수 있다"면서 "설령 돈을 빌렸다고 하더라도 아직까지 이자조차 주지 않고 돈을 갚지 않고 있는 것은 문제이고, 실제 이같은 '금융의 이익 제공'도 뇌물로 보는 대법원 판례가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 "군무이탈범의 경우 자수하지 않았다면 몇 시간 이내에 잡혔느냐가 중요한 것이 아니다"면서 "그 사병은 초범을 저질렀을 당시 24시간 이내에 잡혔고, 재범 때에는 3일이 지난 뒤 체포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밝혔다.

또다른 관계자는 "강간범의 경우 실형 7년 이상을 선고받는다"면서 "합의가 된다고 해도 실형을 사는 것이 일반 재판의 판례"라고 말했다.

김 준장을 횡령 등의 혐의로 고발했던 참여연대의 이재명 투명사회팀장은 "군 사정기관의 수장이 비리 연루되어있다는 게 사실이라면 충격적"이라며 "이번 기회에 사정당국의 개혁과 인적 교체가 있어야 한다는 것을 보여주는 단적인 예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검찰은 최근 김 준장이 낸 전역지원서가 처리되는 대로 변호사들과 함께 소환조사한 뒤 사법처리 여부를 결정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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