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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용산구에 소재한 국방부 청사.
서울 용산구에 소재한 국방부 청사. ⓒ 오마이뉴스 권우성
횡령 등 개인비리 혐의로 당국의 조사를 받아온 육군 장성 4명이 25일 동시에 전역지원서를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만기전역이 아닌, 비리혐의에 연루돼 군 장성 4명이 집단으로 옷을 벗는 것은 흔치않은 일이다. 특히 이들은 모두 군 사정기관 수뇌들이어서 이들의 불명예 전역이 군 안팎에 적잖은 충격을 던지고 있다.

전역지원서를 제출한 4명은 김창해 전 법무관리관(준장), 위성권 육군 법무감(준장), 이정 국방부합동조사단장(소장), 이길재 육군 헌병감(준장) 등으로, 이들 4명이 달고 있던 '별'(계급)을 합치면 총 5개.

이들은 각각 육군 법무감과 육군 헌병감 등으로 재직하면서 하급자들에게 줄 활동비 등을 중간에서 가로챈 혐의를 받고 있다는 점에서 공통점이 있다.

결국 이들의 집단 전역지원서 제출은 그동안 군의 '사정 수뇌부'가 집단적으로 비리 혐의에 관여돼왔다는 증거로 국방부로서도 불명예로 기록될 것으로 보인다.

김창해 전 법무관리관과 위성권 전 육군법무감의 개인비리(횡령혐의)는 이미 <오마이뉴스>가 자세히 보도한 바 있다. 두 명의 군 장성은 감사원 감사와 국무총리실 내사를 통해 지난 2000년 4월부터 2003년 4월까지 육군법무감으로 재임 시절 군검찰 수사관 활동비 등을 중간에서 가로채 다른 용도로 사용한 혐의가 드러나 지난 7월초에 보직해임조치됐다.

이들은 군검찰수사관(부사관)의 통장과 도장을 직접 관리하면서 수사관들에게 지급되는 활동비를 수사관들도 모르게 돈을 넣어다 빼내는 수법으로 수 천만원, 많게는 1억6000여 만원을 횡령했다는 혐의를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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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준장과 위 준장이 '군 사법 수뇌'라고 한다면 이번에 함께 전역지원서를 제출한 이정 국방부 합동조사단장(소장)과 이길재 육군 헌병감(준장)은 민간으로 보면 경찰에 해당하는 '군 헌병 수뇌'이다.

이들 역시 지난 2000년 봄부터 2003년 4월까지 육군 헌병감으로 재직하면서 '군무이탈(탈영) 체포조'에게 주는 활동비를 수 억원 유용했다는 혐의로 최근까지 당국으로부터 내사를 받아온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지난 3년간 비슷한 시기에 군의 사정 기관의 수뇌 역할을 했던 4명의 군 장성이 부하들에게 지급해야 할 '푼돈'을 빼돌려 옷을 벗어야할 처지에 놓인 셈이다.

이와관련 황영수 국방부 대변인은 "김창해·위성권 준장의 경우 보직해임된 상태였다"면서 "다른 두 명의 장성과 관련해서도 비슷한 얘기(전역지원서 제출 관련)를 들은 적은 있지만 오늘 지원서를 낸 것은 모르겠다"고 말했다.

황 대변인은 또 '이정 소장과 이길재 준장의 경우 정부기관으로부터 내사를 받아왔다는 사실을 인지하고 있나'는 질문에 대해 "잘 모르겠다, 처음 듣는 얘기다"라고 말했다.

그러나 이들 4인 가운데 한 사람인 모 장성은 25일 <오마이뉴스>와의 전화통화에서 "모두 내 탓이다, 내 부덕의 소치"라고 밝힌 후 "오늘 전역 의사를 밝혔다"고 말했다.

한편 군의 한 관계자는 4명의 군 장성이 동시에 전역지원서를 제출했다는 사실과 관련 "사정기관의 수장이라는 사람들이 자기 직속 부하들의 수사 활동비와 병사들에게 주는 푼돈을 빼돌렸다는 게 입증된 것"이라며 "이런 사람들이 군내 부패와 비리를 척결해야할 책임자 위치에 있었다는 것은 군내 비리구조가 얼마나 뿌리 깊은 지를 여실히 드러낸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또 "벼룩의 간을 빼먹은 군 장성들을 처벌하지 않고 이렇게 전역시키는 한 군내 비리는 계속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참여연대 이재명 투명사회팀장도 "만약 4명의 군 장성이 불명예스러운 이유로 전역지원서를 제출했다면 민간인의 신분으로라도 죄를 물어야 하고, 재산상의 환수조치를 해야 한다"면서 "군 내부에서 사정을 담당하는 기구의 수뇌부조차도 준법의식이 없다는 것을 단적으로 드러낸 것으로 이번 기회에 전면적인 군 사법제도의 개선이 논의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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