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마스와 연말이 눈앞에 다가왔다. 다가올 새해에 대한 설레임도 있지만 지난 한해에 대한 아쉬움 또한 숨길 수만은 없다. 지난 1년, 열심히 뛰어왔다고 생각하면서도 뒤돌아보니 마치 제자리에 서 있는 듯한 기분을 혹시 느껴본 적은 없는지?
빠르게 돌아가는 세상에 치여, 바쁜 일상에 치여 아쉬움마저 느낄 여유가 없는 사람이라면 권하고 싶은 두 권의 책이 있다. 바로 공지영의 <수도원기행>과 원성 스님의 <시선>이다.
<수도원기행>과 <시선>은 비슷한 점이 많다. <수도원기행>은 소설가 공지영씨가 유럽의 수도원을 돌아다니며 느낀 점을 쓴 책이다. <시선>은 원성 스님이 어머니인 금강 스님과 함께 인도여행을 하며 찍어 온 사진에 글을 붙인 것이다. <수도원기행>에는 잔잔하게 흐르는 공지영씨의 글이 좋고, <시선>에서는 원성 스님이 손수 찍어 온 사진이 매력적이다.
<수도원기행> 신에게 감사하는 마음으로
<수도원기행>은 제목에 비하면 종교적인 색은 그리 강하지 않다. 공지영씨부터 열성신도가 아니라, 수도원 기행을 떠나기 전 18년동안이나 종교를 떠나 있었기 때문이다. 수도원 기행을 하면서 만나게 된 다양한 인연들, 수도원의 풍경, 자연경관이 책 속에 담겨져 있다. 조금 새로운 형태의 기행문이라고 봐도 괜찮다. 자신의 마음속을 향해 가는 여정을 담은 기행문이라고 해도 될까?
사실 유럽으로 떠나기 전까지 저자는 많이 지쳐 있었다. "유럽의 수도원으로 한 한 달쯤 쉬었다가 오고 싶다"는 말을 한 다음날, 전화 연락을 받게 된 것부터가 어떻게 보면 신의 뜻이었는지도 모를 일이었다.
바쁜 일상 속에서 찾게 된 유럽의 수도원은 그녀에게 영혼의 휴식을 가져다 줬다. 서서히 자신을 바라보고, 그 속에서 신에게 감사하고 결국은 신에게 돌아가는 그녀의 모습이 담겨져 있다.
오늘날의 기도원은 많이 쇠락한 것이 사실이었지만 아직도 그 자리를 꿋꿋이 지키고 있는 사람들이 있었다. 유럽 땅의 수도원에서도 한국인 신부님, 수녀님이 있다는 사실이 조금은 놀랍게 느껴지기도 했다. 사실 일반인이 수도원만 돌아다니면서 여행하기는 그리 쉬운 경험이 아닐 것이다. 책을 읽으면서 자신도 모르게 마음이 편안해지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마치 내가 수도원 기행을 하고 있는 것처럼.
<시선> 따뜻한 '시선'속에 담아온 인도
<시선>을 펼쳤을 때, 가장 먼저 든 생각은 '어쩌면 스님이 사진도 이렇게 잘 찍을까?'였다. 원성스님은 <풍경> <거울> 같은 책으로도 이미 알려져 있다. 어머니인 금강스님과 함께 인도를 여행하며 사진 속에 담아온 인도의 일상, 풍경이 고스란히 책 속에 묻어있다. 인도를 다녀온 사람에게는 향수를, 인도를 다녀오지 않은 사람에게는 즐거움을 준다.
인도는 뭔가 모자란 듯하면서도, 또 그 나름대로 잘 돌아가고 있는 사회이다. 우리보다 조금 부족한 듯이 보이지만 오히려 우리보다 훨씬 행복해 보이는 사람들이 사는 나라가 바로 인도이다.
금강스님은 죽기 전에 부처님의 고향, 인도에 가보는 것이 소원이었다고 한다. 아들인 원성스님이 어머니를 모시고 인도를 여행하며 담아온 사진과 이야기를 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책 곳곳에서 원성스님의 상상력이 많이 느껴졌다. 주름이 가득한 할머니에서 '한 때는 잘 나가던 모습'을 떠올려 보기도 하고, 다리가 없이 두 팔로만 움직이는 아이에게서 자신의 모습을 비쳐보기도 한다.
사진 속의 인도인들은 꾸밈없이 해맑게 웃고 있다. 몰카의 발달로 사진 찍히는 것에 대한 거부감이 큰 우리나라와는 달리, 인도인들에게는 그런 고민은 없다. 오히려 사진 찍히기를 즐겨하는 그들의 다양한 삶이 사진 속에 고스란히 담겨져 있었다.
'여유'속에서 찾는 송년의 의미
매년 반복되는 행사에 치이는 것보다는 책을 읽으면서 지나간 시간들을 한번쯤 되돌아보는 것은 어떨까? 한해를 보내고, 또 새로운 한해를 준비하는 송년의 의미는 술자리가 아닌, '여유'에서 찾을 수 있을 것 같다. 일상에서 잠시 떠나 여행을 하는 것이 가장 좋겠지만, 현실이 어렵다면 책을 통해서라도 대리만족을 해보는 것도 괜찮을 듯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