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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에디의 천국>
책 <에디의 천국> ⓒ 세종서적
우리는 삶과 죽음을 동떨어진 것으로 생각하며 될 수 있는 한 죽음에서 멀리 머무르고 싶어한다. 하지만 아무리 건강한 사람이라 할지라도 죽음에서 피해갈 수 없으며 언젠가 삶을 끝내야 한다는 것은 기정 사실이다.

<모리와 함께 한 화요일>로 한 노교수의 교훈적 이야기를 전했던 칼럼리스트 미치 앨봄은 새로운 소설을 통해 삶과 죽음의 경계를 없애고 있다. <모리와 함께 한 화요일>은 실제 저자가 체험한 죽음을 맞이하는 스승과의 대화를 기록한 것이다.

이 책에서 저자는 속물적이고 바쁘기만 한 자신을 반성하고 그것을 글로 남겼다. 그리고 7년 만에 다시 작가는 소설 <에디의 천국(원제: 천국에서 만난 다섯 명의 사람들: The Five People You Meet in Heaven)>의 주인공 에디의 삶과 죽음을 통해 '어떻게 사는 것이 아름다운 삶인가'에 대한 해답을 제시한다.

놀이공원의 정비사로 일하던 에디는 놀이기구에 끼인 아이를 구하려고 애쓰다가 83세로 생을 마감하고 만다. 죽음의 순간이 고통스러울 것이라는 생각과는 달리 그는 오히려 평화로운 상태로 몸과 정신이 분리되는 것을 느낀다.

그리고는 천국에서 자신의 삶과 결부된 다섯 명의 사람과 만나게 된다. 그들 모두는 에디의 삶과 연관되어 있지만 그는 그 사실을 모르고 살아 왔다. 이 낯선 다섯 명과의 만남에 대하여 처음 만난 이는 "천국은 바로 지상에서의 일을 이해하기 위해서 있는 것"이라는 의미심장한 말을 던진다.

"에디, 난 당신의 첫 번째 사람입니다. 내가 죽었을 때 다섯 사람이 내 삶을 조명해 주었어요. 그 후 여기에서 난 당신에게 내 이야기를 해 주려고 당신을 기다렸지요. 내 이야기에는 당신의 사연도 일부 끼어 있으니까요.

다른 사람들도 당신을 기다리고 있어요. 그 중에는 알던 사람도 있고, 모르는 사람도 있답니다. 하지만 모두 죽기 전 당신의 인생과 얽혀 있지요. 그것이 당신의 인생을 영원토록 바꿔 버렸고요."


이 첫 만남은 에디의 어린 시절에 그를 자동차 사고로부터 구해 준 한 남자와의 대화이다. 에디는 까맣게 잊고 있었지만 '푸른 사내'라는 별명의 이 서커스 단원은 어린 에디를 죽음으로부터 구해 낸다. 그 남자는 에디를 구해내고 자신은 죽음의 길을 간 것이다.

그와의 대화를 통해 에디는 세상에는 우연한 일이란 없으며 우리 모두는 연결되어 있다는 사실을 배운다. 바람과 산들바람을 떼어놓을 수 없듯이 한 사람의 인생을 다른 사람의 인생에서 떼어놓을 수 없다는 사실도.

우리가 하고 있는 매우 사소한 일은 전혀 알지 못하는 이를 죽음에서 구하기도 하고, 때로는 죽음으로 몰아 넣기도 한다. 그래서 우리 모두는 서로 연결되어 있는 것이다.

다리를 만드는 노동자라고 하자. 다리를 놓는 과정에서 그의 손길은 아주 작은 일부분에 불과할 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의 손길이 정성스러운가 그렇지 않은가에 따라 다리가 부실할 수도 있으며 튼튼할 수도 있는 것이다. 튼튼하게 만들어진 다리는 많은 이들을 죽음으로부터 구해낼 것이며, 만일 부실하다면 많은 이들을 죽음으로 몰고 갈지도 모르겠다.

이처럼 내가 하는 아주 사소하고 작은 일 하나가 세상 모든 사람과 연결되어 있다는 사실을 인식할 때에, 우리는 비로소 자신이 하는 일에 정성과 따뜻한 마음을 쏟을 수 있다.

주인공이 만난 한 사람은 "타인은 아직 미처 만나지 못한 가족일 뿐"이라고 전하며 타인에 대해 애정을 쏟는 마음을 강조한다. 에디는 전쟁터에서 자신을 구하고 죽음의 길을 가게 된 상사를 만나, 자신을 희생할 줄 아는 마음이 어떤 건지에 대해서도 느낀다.

늘 무뚝뚝하여 갈등이 있었던 돌아가신 아버지와의 만남은 아버지에 대하여 새롭게 이해하는 기회가 된다. 폭력과 침묵으로 아들을 대하던 엄격하고 고지식한 아버지에 대한 미움은 결국 사랑이었다는 걸 깨닫는 에디.

그는 자신과 아버지가 일하던 놀이공원의 창립자 아내를 만나, 사람과 사람은 서로 깊이 연관되어 있어 끊을 수 없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자신이 태어나기도 전에 놀이공원을 설립한 사람의 아내는 에디에게 과거 사람들의 삶이 현재를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영향을 미치고 있음을 전한다.

그녀가 없었다면 에디의 아버지가 그 놀이공원에서 일하는 일도 없었을 것이며, 그 직업을 물려 받아 에디가 그곳의 정비사가 되는 일도 없었을 것이다. 그리고 놀이 기구에 끼인 아이를 구하려다 그가 죽음을 맞이하는 일도 없었을 것이다.

죽은 아내를 만나 '고맙고 깊고 조용하며,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부부간의 사랑'을 생각하고, 아버지를 만나 '용서'라는 마음을 느끼고, 상사를 만나 '희생의 마음'을 알게 된 에디. 그는 다섯 사람과의 만남 후, 어딘가에 앉아 누군가를 기다린다.

천국으로 오게 될, 자신과 연결되어 있는 그 누군가를. 그리고 책은 끝이 난다. 책의 마지막 구절은 작가가 전하고 싶은 가장 의미 있는 이야기일 것이다. "다들 다른 사람에게 영향을 미치고, 그 다른 사람은 그 옆의 사람에게 영향을 주고, 세상에 사연들이 가득하지만 그 이야기들은 결국 하나인 것을."

사랑과 용서와 희생의 마음을 배우고, 우리 모두는 서로 연결되어 있기에 자신의 일에 충실하자는 저자의 메시지는 책을 덮는 순간에도 깊은 울림으로 남을 것 같다.

모리와 함께한 화요일 - 살아 있는 이들을 위한 열네 번의 인생 수업

미치 앨봄 지음, 공경희 옮김, 살림(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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