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촛불 참가자들이 강강수월래를 하며 흥겨워 하고 있다.
촛불 참가자들이 강강수월래를 하며 흥겨워 하고 있다. ⓒ 심규상

"조금만 더 합시다! 더 해요!"

대전역 광장에는 꽃샘추위가 없었다. 7일째 촛불이 켜진 18일 대전역 광장은 흥겨움과 열기로 후끈 달아올랐다. 대전역 광장에 세워진 시계탑이 훌쩍 밤 9시반을 넘어섰지만 촛불을 든 시민들은 "한 번 더!"를 외치며 자리를 뜰 생각을 하지 않았다.

이날 촛불공연은 즉석 공연이 줄을 이어 야외극장을 연상하게 했다. 첫 공연은 충남대학교 학생들의 즉석 춤으로 시작됐다. 10여명의 학생들이 나와 유연하고 현란하게 몸을 움직이자 여기저기서 환호성이 터져나왔다.

대전역광장은 이날 즉석 공연이 줄을 이어 야외공연장을 연상케 했다.
대전역광장은 이날 즉석 공연이 줄을 이어 야외공연장을 연상케 했다. ⓒ 심규상
두번째 즉석 공연은 대전환경운동연합 회원들이 이어 받았다. 급히 조달한 통키타 반주에 맞춰 합창이 메아리쳤다.

이때 갑자기 대형 멀티비젼을 통해 긴급 뉴스가 전해졌다. 인터넷 방송인 <미디어 몹>이 만든 탄핵 정국을 패러디한 '헤딩라인 뉴스'가 방영된 것.

193명의 국회의원을 '의회점령군'으로, 이에 맞선 국민들을 '시민군'으로 묘사한 이 뉴스를 보는 동안 시민들은 박장대소하며 웃음을 멈추지 않았다. 뉴스를 통해 '고주파 고함'을 무기로 반격을 시도한 시민군의 승전보가 전해지자 웃음은 다시 환호로 뒤바꿨다.

뉴스가 끝나자 20여명의 학생들이 무대에 섰다. 충북 영동군 학산면에 소재한 '간디자유학교' 학생들이었다. 서점에 들려 책을 고른 후 다시 영동으로 내려가기 위해 대전역에 들렀다가 촛불문화제에 합류하게 된 것.

이 학교에 다니는 오샛별(고3)양은 "꼭 한 번 참여해 보고 싶었는데 뜻하지 않게 문화제를 직접 경험하게 돼 너무 기쁘다"며 "경찰이 직접 흥겹기만한 행사에 참여해 본다면 불법이라고 말하진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19일, "탄핵무효 맥주 맛 보세요"
저녁 부터 새벽 1시까지

19일에는 '탄핵무효와 민주수호를 위한 일일호프'가 열린다. 대전시민사회단체가 탄핵무효를 위한 기금을 마련하기 위해 마련한 행사다.

이미 각 단체를 통해 티켓을 공급했지만 현장에서 현금을 주면 탄핵무효 맥주와 민주수호 안주를 맛볼 수 있다고. 서대전 4거리 센트리아 오프스텔 뒤 '프로포즈'며 시간은 저녁 6시부터 새벽 1시까지.

다음은 시민발언대. KIST 연구원이라고 자신을 소개한 최명진(33)씨는 "평상시 같으면 우주를 연구해야 할 시간인데 화가 나 도저히 연구를 할 수 없어 뛰쳐나왔다"고 말문을 열었다. 최씨는 손가락으로 별을 가르키며 "언젠가 저 별에서 사람들이 살 날이 있을 것"이라며 "그때 별나라에 한국의 독단적인 국회의원들이 함께 살지 않게 하기 위해서라도 촛불을 밝혀야 한다"고 말했다.

분위기가 고조되자 참석자들은 서로의 손을 맞잡고 대전역 광장을 원을 그리며 돌기 시작했다. "한번 더!"를 외칠 때마다 강강수월래, 기차놀이 등이 쉼없이 이어졌다.

2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이날 문화제는 촛불로 씌여진 '민주수호'를 어깨동무를 한 채 에워싸고 '오 필승 코리아'를 합창하는 것으로 끝마쳤다. 시민들은 아쉬움과 여운으로 한동안 대전역 광장을 떠날 줄 몰랐다.

한편 '건강사회를 위한 대전치과의사회' 회원들은 이날 대전역 광장 주변 포장마차에서 정기모임을 갖고 촛불문화제에 참석했다. 한 시민은 참석자들에게 촛불을 지켜달라는 당부와 함께 음료수 한 박스를 전달하기도 했다.


"건강 안 좋지만 나라부터 살려야죠"
촛불 아가씨 이지인(여. 28)

▲ 촛불 자원봉사자 이지인(여.28)
대전 촛불행사장에 가면 환한 미소로 시민들을 반기는 사람이 있다. 촛불 자원봉사자 이지인(여.28 대전시 중구 태평동)씨. 이씨는 지난 15일부터 지나는 시민들에게 촛불문화제 참여나 서명을 독려하는 일을 도맡아 하고 있다.

이씨는 서울에서 인쇄물 등을 디자인하는 일을 하다 건강이 좋지 않아 6개월 전 부모님이 있는 대전으로 내려와 쉬고 있다. 하지만 최근 탄핵안 가결 소식을 듣고 가만히 있어서는 안될 것 같아 인터넷을 뒤져 촛불행사장을 찾아왔다고.

이씨는 참가 이유에 대해 "탄핵할 만한 사안이 아닌데도 서슴없이 탄핵안을 가결하는 것을 보고 국민이 무시당하는 모욕적인 기분이 들었다"고 말했다. 이씨는 "대학에 다닐때도 단 한번 집회장에 가 본적이 없다"며 "하지만 이번 일은 의원들의 사욕에 나라가 흔들리는 일로 묵과할 수 없었다"고 강조했다.

이씨는 대전시민들을 향해 "정치인 하면 신물이 나겠지만 이번 선거에 꼭 참여해 국민을 무시하지 않을 사람을 찍어 달라"고 말했다. 이씨는 또 "오는 토요일만이라도 꼭 대전역 광장에 나와달라"는 당부도 잊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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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보천리 (牛步千里). 소걸음으로 천리를 가듯 천천히, 우직하게 가려고 합니다. 말은 느리지만 취재는 빠른 충청도가 생활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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