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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를 가득 메웠지만 경찰의 차도 불허로 6차선을 사이에 두고 만나지 못한 촛불시위 참석자들
인도를 가득 메웠지만 경찰의 차도 불허로 6차선을 사이에 두고 만나지 못한 촛불시위 참석자들

이틀간 517만원 성금 답지

주말인 13일과 14일 이틀간의 집회 현장에서 답지한 성금이 517만원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성금함을 만들어 이틀동안 집회 현장에서 즉석 모금을 벌인 대전의 한 시민단체 관계자는 13일에 402만원, 14일에 115만여원으로 모두 517만이 모아졌다고 밝혔다. 촛불 시위현장에서는 시민들의 자발적인 성금 모금과 서명운동을 벌이고 있다.
탄핵규탄 촛불대회에 참석한 시민들은 끝내 만나지 못했다.

평일인 15일 저녁에도 대전 중앙로 한 중앙에 위치한 동방마트와 홍명상가 앞에는 1천여명의 시민들이 촛불을 켜고 민주 수호를 외쳤다. 하지만 이들은 6차선 도로를 사이에 두고 남북으로 갈라져, 집회가 끝날 때까지 얼굴을 확인 할 수 없었다.

평상시 같으면 1개 차선을 이용한 도로 행진이 허용됐지만 이날은 경찰이 차선은 절대 허용할 수 없다는 강경한 자세를 고수했다. 때문에 이들은 각각 양쪽 인도에 500여명씩 나누어 도로를 사이로 마주본 채 목소리만의 만남에 만족해야 했다.

참석한 시민들은 "경찰의 고지식한 태도로 같은 집회장소에서도 서로 얼굴을 확인하지 못하는 희극이 연출됐다"고 말했다. 거리를 지나는 시민들도 "모인 사람들이 이렇게 많은데 비좁은 인도에서 한 발짝도 차도로 내려가지 말라는 것이 말이 되느냐"며 경찰의 융통성 없는 대응을 비난했다.

하지만 참석자들은 아랑곳 않고 "흥겹게 즐기면서 항거하자"며 춤과 노래로 응수했다. 집회 이름도 '대전시민문화 한마당'으로 붙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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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상찮은 대전...2000여명 " 국회타도!"

춤과 노래에 이어 어김없이 시작한 시민발언대. 이날 시민발언대는 신청자가 밀려 내일을 기약해야 했을 만큼 인기가 높았다.

첫 발언대에 나선 민서해(여. 33. 서구 갈마 2동)씨는 지나가는 시민들을 향해 "무슨 일이 있어도 이 거리에서 촛불이 꺼지지 않도록 초를 들어달라"고 호소해 지나는 시민들로부터 박수를 받았다.

장연옥(여. 43)씨는 "한나라당 모 의원이 나와 우리 국민의 냄비근성으로 일주일 안에 촛불시위가 사그러질 것이라고 말하는 뉴스를 듣고 뛰쳐나왔다"며 "주부들도 가족만 생각하지 말고, 빨래만 하지말고, 촛불들고 국가를 위해 나서달라"고 호소했다. 장씨는 "3당 야합을 통한 내각제 개헌의 발톱을 드러낼까 두렵다"며 "촛불과 촛불이 뭉쳐 큰 불기둥을 이룰 때까지 멈추지 말자"고 호소했다.

'수은등 가로등'에 '촛불 가로등'이 보태졌다.
'수은등 가로등'에 '촛불 가로등'이 보태졌다.
자신을 충남대에 다니는 학생이라고 소개한 손학수씨는 "보수언론은 촛불시위를 노무현 지지자들이라고 호도하고 있다"며 "이들이 우리들의 시위를 쿠데타를 반대하는 사람들이고 일반 민주주의 원칙을 지키려는 시민들의 자발적 참여임을 인정할 때까지 손에 손에 친구와 친척들의 손을 잡고 나오자"고 말했다.

저녁 8시를 조금 넘어서자 참가자들은 인도를 따라 한쪽은 동양타임월드 4거리 방향으로, 다른 한쪽은 은행동 파출소 방향으로 한 줄로 늘어서 행진했다. '수은등 가로등'에 '촛불 가로등'이 보태져 중앙로를 환하게 밝히는 장관이 연출됐다.

참석자들은 평일은 저녁 7시 동방마트와 홍명상가앞에서, 토요일과 일요일은 오후 5시 대전역 광장에서 만날 것을 약속하고 밤 9시 경 해산했다. 또한 참석자들은 탄핵이 무효화 될 때까지 가정마다 조기를 게양하고 탄핵무효를 인터넷 게시판에 게시할 것을 약속하기도 했다.

한편 대전지역 시민사회단체는 16일 오후 2시 (가칭)'탄핵무효 부패정치청산 범국민행동 결성회의를 가질 예정이다.

"'그때 엄마 뭐했어'라고 묻는다면..."
[오늘의 인기발언대] 내동 롯데아파트 장은령 주부

▲ 시민발언대에 오른 장은령(43)씨
이날 시민발언대는 오르는 사람마다 박수갈채를 받았다. 그중 장은령(여. 43. 서구 내동 롯데아파트)씨는 탄핵정국을 보는 소감을 차분하게 술회해 특히 많은 박수를 받았다.

다음은 장씨가 시민발언대에 올라 쑥스러운 표정에 떨리는 목소리로 밝힌 주요 발언 내용이다.

"두 아이를 둔 가정주부입니다. 이런 자리는 태어나 처음입니다. 지난 금요일 뉴스를 통해 대통령 탄핵을 결정하는 모습을 봤습니다. 그때 제일 먼저 떠오르는 얼굴은 아이들이었습니다.

저는 이 지경이 되도록 한 잘못이 여야 국회의원보다는 우리 국민에게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들을 국회에 보내고 먹여 살린게 우리들이니까요. '그놈이 그놈인데 투표하면 뭐하냐'며 국민된 권리를 포기한 결과가 3월 12일 그대로 나타난 것이니까요.

하지만 분명 하쟎아요? 이건 국민의 뜻이 아니잖아요? 국민 대다수는 탄핵에 반대 했쟎아요? 그런데도 탄핵안을 통과시켰습니다. 국민이 얼마나 우습게 보였으면 그랬을까요.

시민여러분! 이제라도 분명하게 합시다. 마음대로, 제멋대로 행동한 국회의원들을 해고시킵시다. 부패하고 비정상적인 국회를 가진 나라에서는 더 이상 살고 싶지 않습니다. 참다운 민주국가에서 살고 싶습니다. 3.12 분노와 부끄러움을 승화시켜 4.15에는 민주의 꽃이 피어나게 합시다.

자라나는 아이들이 어른이 돼 '엄마는 그때 뭐했어'라고 묻는다면 엄마는 그때 행동했다고, 민주주의를 지키기 위해 항거했다고 말하는 부모가 되고 싶습니다. 여러분과 함께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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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보천리 (牛步千里). 소걸음으로 천리를 가듯 천천히, 우직하게 가려고 합니다. 말은 느리지만 취재는 빠른 충청도가 생활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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