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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위길은 길을 걸어가다 술 한 모금을 마시고 길가에 주저앉아 멍하니 밤하늘을 바라보는 행동을 되풀이하고 있었다. 어차피 한밤중, 인적이 뜸한 지라 그런 그를 눈 여겨 바라보는 이도 없거니와 바라본다고 해도 백위길은 신경조차 쓰지 않았다.

"큭...... 우웩!"

급기야 나무를 붙잡고 마신 술을 게워내는 백위길의 눈에 저 만치서 사람들이 조심스럽게 몰려가는 광경이 보였다.

'이 시각에 사람들이 몰려다닌다면 틀림없이 순라를 도는 포도청 사람들이렸다! 오늘 이포교가 당직이니 저기에 끼어 있겠군! 당장 요절을 내버리고선 포교를 때려치우리라!'

백위길은 술김에 터무니없는 객기를 부리기로 작정하고서는 무작정 사람들이 보이는 쪽으로 뛰어갔다.

"뭐냐?"

이상한 기운을 느낀 옴 땡추가 작지만 날카로운 소리로 말했다.

"어떤 놈이 달려옵니다."

키 작은 사내가 긴장된 목소리로 대답했다. 뜻밖의 일이었지만 옴 땡추는 침착하게 달려오는 일을 주시했다.

"야 이놈아!"

백위길은 순식간에 눈앞에 보이는 사내에게로 달려들어 맞붙었다. 그 사내는 한동안 백위길과 엎치락뒤치락거리더니 백위길을 거세게 밀쳐버리고서는 말했다.

"이거 백포교 아닌가? 전의 일에 대한 앙심으로 이러는 것인가?"

백위길이 듣기에 이순보와는 목소리가 달라 살펴보니 그는 바로 별감 강석배였다.

"아니 강별감이 아니시오?"

강석배가 백위길을 보니 말투부터가 혀가 꼬였으며 온 몸에 술 냄새가 진동을 하는 것이 정상이 아님을 금세 눈치 챌 수 있었다. 하지만 뒤로 물러나 있던 옴 땡추와 혹 땡추는 뜨끔한 표정을 감출 수 없었다.

"어허...... 이 사람 아주 대취했구먼! 어여 집에나 가보게!"

강석배는 이렇게 말하고선 옴 땡추 일행에게 어서 앞서가라고 눈짓으로 신호를 보냈다. 백위길이 술김에 보기에도 도성 안에서는 볼 수 없는 중들이라 의아해하며 혀 꼬부라진 목소리로 물어보았다.

"아니, 그런데 강별감, 이 늦은 시각에 중들이랑 어딜 그리 가시는 것이오."

강석배가 조금 허둥거리며 백위길에게 야단치듯 말했다.

"이 사람이 술이 과하군! 여기 중이 어디 있다고 그러는고!"

"아니 저기 가사를 걸치고 가는 까까머리가 중이 아니면 대체 뭐란 말이오?"

백위길의 목소리가 컸기에 이를 들은 옴 땡추 일행 중 키 작은 사내가 품에서 독침을 쏘는 기구를 슬며시 꺼내들었다. 옴 땡추는 재빨리 손을 들어 키 작은 사내의 소매를 잡으며 그만두라는 듯 고개를 좌우로 흔들었다.

"허 이 사람! 많이 취하긴 취한 모양이군. 달빛이 너무 고와 상투 끝에 걸린 것이 까까머리로 보이는가? 어서 집으로 가 한 숨 푹 자게!"

"알겠소. 강별감...... 내 실례가 많았소. 꺼윽!"

백위길은 딸꾹질까지 하며 뒤돌아 가버렸고 강석배는 서둘러 옴 땡추 일행에게로 가 발걸음을 재촉할 것을 요청했다.

"아니 형님! 저 주정뱅이 포교놈이 우릴 봤으니 손을 써야 되지 않습니까!"

혹 땡추가 소매 속에 감춰둔 쇠도리깨를 어루만지고서는 입술까지 떨어대며 당장 달려나갈 듯이 흥분하자 옴 땡추는 코웃음을 날리며 혹 땡추를 타일렀다.

"이 놈아, 여긴 한양이다. 여기서 포교가 살해라도 된다면 우리가 일을 제대로 벌이기는커녕 쫓기는 신세가 될 것이다. 그 놈이 술이 과한데다가 강별감이 임기응변으로 잘 처리했으니 별 탈은 없을게다. 안심하거라."

혹 땡추는 옴 땡추의 설명이 충분치 않다는 듯 길바닥에 침을 턱 하니 뱉고 알아들을 수 없는 불만의 소리를 중얼거리며 길을 재촉했다. 그런 혹 땡추의 머리에 경쾌하게 '딱' 소리가 나며 옴 땡추의 손바닥이 작렬했다.

"이 땡중 놈아, 비도 안 오는데 뭘 그리 중얼거리냐! 하여간 오늘은 계속 일진이 사납구나. 에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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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소설 '고주몽', '홍경래의 난' '처용'을 내 놓은 작가로서 현재도 꾸준한 집필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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