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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과천 정부청사에 위치한 공정거래위원회 전경.
ⓒ 오마이뉴스 권우성

공정거래위원회가 신문시장의 고질적인 병폐로 지적돼온 고가의 경품이나 무가지 제공 등 불공정 거래행위를 근절하기 위해 과징금 부과 및 직권조사 등 강도높은 대책을 마련하고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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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위는 또 신문고시 직접 집행 1주년을 맞아 오는 27일께 '신문시장 정상화' 종합대책을 발표할 예정이다. 이에 대해 신문업계 안팎에서는 그간 직무유기를 했다는 비난을 받아온 공정위가 본격적인 신문시장 질서잡기에 나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조·중·동 3개 지국에 1280만원 과징금 부과

공정위는 지난 7일 소회의에서 경품과 장기 무가지 제공으로 신문고시를 위반한 조선일보 신가락지국과 동아일보 가락지국, 중앙일보 가락지국에 각각 시정명령을 내리고 3사 합계 과징금 1280만원을 부과했다고 13일 밝혔다. 신문사 지국에 과징금이 부과된 것은 처음으로, 종전에는 경고나 시정명령에 그쳤다.

조선일보 신가락지국의 경우 구독자에게 3∼11개월의 무가지를 제공한 것으로 드러나 시정명령 및 과징금 400만원을 부과받았다. 또 동아일보 가락지국 역시 3∼11개월의 무가지 제공으로 시정명령 및 과징금 480만원이 부과됐으며, 중앙일보 가락지국은 선풍기 등 경품 및 3∼12개월의 무가지 제공으로 시정명령 및 과징금 400만원을 부과받았다.

공정위 가맹사업거래과 전신기 과장은 "신문고시 위반 신고를 접수받고 조사에 착수하게 됐다"며 "신문고시가 처음 제정된 2001년 8월부터 지난 3월말까지 위반사례를 집계한 것"이라고 밝혔다. 현행 신문고시에 따르면 신고가 접수된 때부터 3년 전까지 소급해 조사할 수 있다.

이들 3사의 지국은 1개월 이내에 이의신청을 하거나, 이의가 없을 경우 심의결정된 날로부터 60일 이내에 과징금을 납부해야 한다. 전 과장은 "지국의 영세성을 감안해 지국장들이 요청하면 3개월 동안 분납하는 방안도 고려해볼 수 있다"고 덧붙였다.

"불공정행위 포착되면 본사도 조사"...'조중동' 1100억 경품제공 추산

한편 공정위는 이에 앞서 지난 12일 고가경품이나 장기무가지 제공 등 신문시장의 불공정행위에 대해 이날부터 다음달 6일까지 직권 조사를 실시한다고 발표했다. 이번 조사는 신고에 의해 이뤄지는 일반 조사와 달리 공정위가 신문시장의 혼탁을 더 이상 방치할 수 없다고 판단, 자체 결정으로 실시하는 첫 직권 조사이다.

이에 따라 공정위는 경향신문·동아일보·세계일보·조선일보·중앙일보·한국일보 등 6개 사 159개 지국과 지방지 지국을 대상으로 실태조사를 벌인다. 이번 조사에서는 신문고시 한도를 초과한 무가지·경품제공 여부 외에도 부당한 방법으로 독자를 유인했는지 등도 조사된다.

또 처음으로 경품 재원에 대한 조사가 이뤄져 본사에서 지국에 경품을 제공했거나 개입했다는 사실이 포착되면 본사도 조사를 받게 된다. 이미 신고가 접수된 지국과 그 인접 지국도 포함됐다.

전신기 과장은 "영세한 지국이 그렇게 많은 경품을 주면서까지 판촉을 벌일 수 있었던 실태를 파악하고 있다"며 "경품 재원과 본사와의 연관성 여부도 따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 과정에서 본사의 불공정거래 행위가 나타나면 당연히 조사할 것"이라고 강조한 전 과장은 "재력 없는 일간지는 경품을 주지 못한다, (조사대상 중) 이번 과징금 부과보다 더 센 사례가 나올 수도 있다"며 규제조치가 잇따를 것임을 시사했다.

이번 조사에서 경품 재원 문제까지 포함된 데는 전국적으로 막대한 규모의 고가경품이 더욱 교묘한 방식으로 살포되고 있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전 과장은 "자전거와 선풍기 등 불법경품이 사라지지 않고 고액의 상품·입장권 등 눈에 잘 띄지 않는 형태로 바뀌어 은밀하게 제공돼 시장을 더욱 혼탁하게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신문시장 종합대책 수립...포상금제 및 대국민 캠페인 실시도 검토

경품 규모와 관련, 전 과장은 "지난번 조사결과를 토대로 지난해 '조중동' 3사가 제공한 경품 규모를 추산해보니 1100억원대에 이르렀다"고 전했다. 이는 <한겨레>의 2002년 매출규모 817억원을 훨씬 넘는 규모이다. 같은 해 <조선일보>는 4817억원, <중앙일보> 4174억원, <동아일보> 3749억원 등의 매출을 각각 올린 바 있다.

공정위는 개정 신문고시 시행 1주년을 맞아 포상금제 도입, 과징금제 확충, 대국민 캠페인 등 '신문시장 정상화' 종합대책을 수립해 불공정행위 근절에 주력하겠다는 의지를 강력하게 보이고 있다. 강철규 공정위원장은 27일쯤 이같은 요지를 담은 신문시장 종합대책 방안을 직접 발표할 것으로 알려졌다.

전신기 가맹사업거래과장은 신문고시 포상금제와 관련, "이번 총선에서 선거범죄 신고 포상금제 실시로 선거법 위반사례가 줄었다는 점에 착안했다"면서 "중장기 대책의 일환으로 신문시장에서도 이를 도입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공정위는 기획예산처와 국정홍보처 등 관련 부처와 협의해 최종 결정을 할 예정이다.

신문고시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한 과징금 제도 보강도 추진된다. 전 과장은 "지국에 과징금을 부과하는 '양형 기준'을 확충, 신문시장 일선부터 불법행위가 근절되도록 강력한 규제를 실시하자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공정위는 '경품·무가지를 주지도 받지도 말자'라는 슬로건 아래 시민·언론단체와 공동으로 신문시장 질서확립을 위한 대국민 캠페인 전개도 구상 중이다.

또 공정위는 신문시장 정상화를 위해 불공정거래 행위에 대한 직권조사를 1년에 2회씩 정기적으로 실시하는 방안도 적극 검토하고 있다. 허 선 공정위 경쟁국장은 13일 <평화방송> '열린세상 오늘'과의 인터뷰에서 이에 대해 "상반기에 이어 올 하반기에도 추가로 직권조사를 한다"고 말했다.

공정위, 신문고시 전담 부서 신설...인원 확충도 모색

공정위는 신문고시 집행과 관련, 제 역할을 하지 못했다는 안팎의 비판을 의식한 듯 앞으로는 신문시장도 법 적용에 예외가 있을 수 없다는 강력한 의지를 나타내고 있다.

더욱이 지난 2월 신문고시 집행을 전담하는 '가맹사업거래과'를 신설, 신문시장 정상화에 적극 나설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됐다는 점을 들고 있다. 신문고시와 가맹사업 영역을 주로 담당하는 가맹사업거래과 소속 인원은 8명.

공정위는 그동안 전담부서조차 없는 상태에서 부족한 인력으로 신문고시 집행에 상당한 애로를 겪었다. 그러나 시민·언론단체 등에서는 공정위가 직권조사 등 효율적인 신문고시 집행을 위해 전담 인원을 더 확충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공정위측은 "신문시장 정상화 대책 수립으로 인원이 필요하면 검토해 볼 수도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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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언론운동협의회(현 민언련) 사무차장, 미디어오늘 차장, 오마이뉴스 사회부장 역임. 참여정부 청와대 홍보수석실 행정관을 거쳐 현재 노무현재단 홍보출판부장으로 일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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