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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불법적으로 자신들의 위치추적을 당했다고 밝힌 SDI직원과 가족과 해고자. 왼쪽부터 강재민, 김재구, 이종기, 손현숙, 김성환씨
ⓒ MBC2580촬영

▲ 삼성SDI 노동자와 산재 가족 등에 대한 불법 위치추적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사진은 휴대폰의 불법 복제 추정과정.
ⓒ MBC2580 촬영
삼성SDI 노동자들과 가족 등에 대한 불법 위치추적 논란이 확산되고 있는 가운데, 삼성일반노조 김성환 위원장은 14일 "어제 검찰에 고소한 사람들 이외 추가로 자신의 핸드폰을 통해 위치를 추적당해온 사람들이 더 있으며, 이들의 구체적인 신원을 알고 있다"고 말해 추가 폭로 가능성을 시사했다.

김 위원장은 이날 오후 <오마이뉴스>와의 전화인터뷰에서 이같이 밝히고 "이들 가운데에는 관리자급도 포함돼 있으며, 검찰에 추가로 수사를 의뢰할 것인지 여부는 아직 결정하지 않았으며, 민주노총 산하 변호사 등과 논의를 진행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지난 13일 삼성SDI 노동자와 산재가족 등이 본인 동의없이 '누군가'에 의해 자신들의 위치를 추적당해왔다며 검찰에 고소한 이후, 추가 피해자 발생 가능성과 시민사회단체의 진상조사위원회 구성 등으로 파문이 커질 전망이다.

죽은 사람의 휴대폰을 들고 다닌 유령을 찾아라

이번 삼성SDI 노동자와 산재가족 등의 정보인권 침해사건은 무엇보다 개인의 가장 은밀한 사생활 가운데 하나인 자신의 위치가 누군가에 의해 그대로 24시간 동안 추적당해온 사실이 드러난 점이다.

특히 이동전화 가입자가 3800만명에 달할 정도로 휴대전화 사용이 일반화돼 있는 상황에서, 특정 이익단체나 개인 누구나 맘만 먹으면 다른 사람의 사생활을 감시할 수 있는 현실 때문에 일반 국민의 불안감은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

이번 사건을 가장 먼저 보도한 문화방송의 <시사매거진 2580>과 서울중앙지검에 낸 고소장 등을 종합해 볼때, 이번 사건은 심각성은 여러가지 사실에서 나타나고 있다.

우선 이미 수년전에 지방에서 죽은 사람의 핸드폰 번호가 현실에서 버젓이 살아나 악용되고 있는 점, 불법복제 핸드폰을 가진 사람과 위치 추적 핸드폰을 가진 사람이 서로 다른 점 등을 볼 때, 조직적으로 사전에 치밀하게 사생활 감시가 이뤄졌다는 것을 짐작하게 한다.

삼성의 관련 여부가 사건의 핵심

▲ 불법복제폰으로 삼성SDI노동자의 위치를 추적한 내용.
ⓒ MBC 2580 촬영
따라서 문제는 누가, 왜, 어떻게, 이들을 감시했느냐다. 고소장을 제출한 피해 노동자와 산재가족 등은 삼성 SDI의 개입에 무게를 두고 있다.

이들이 이같이 주장하는 주요한 이유는 무엇보다 이번 사건 피해자들이 삼성SDI 직원이거나, 해고자, 산재사고로 사망한 직원의 부인 등 회사와 불편한 관계에 있는 사람들이라는 점이다.

특히 이들 가운데 삼성SDI 수원공장의 강아무개, 김아무개, 박아무개씨 등 3명은 최근 3개월동안 650회에 걸쳐 동일한 핸드폰으로 위치 추적을 받아왔는데, 이들은 그동안 삼성의 노조 결성에 적극적인 자세를 가져왔던 것으로 알려졌다.

또 이들이 내놓은 SK텔레콤의 위치정보 자료를 보면, 지난 6월 3일의 경우 이들 3명에 대해 하루동안 모두 40회 정도의 위치 추적이 이뤄졌다. 이 가운데 퇴근시간 이후인 오후 6시부터 밤 9시47분까지 모두 28회에 걸쳐 위치를 추적당해, 퇴근시간 이후에 집중적으로 위치추적이 이루어졌다고 밝히고 있다.

이와함께 이들의 위치를 추적해온 누군가가 불법복제폰을 통해 주로 이용한 기지국이 수원시 영통구 신동으로 나타났다. 이곳은 삼성SDI 수원공장이 있는 곳이다.

삼성일반노조 김성환 위원장은 "삼성그룹 내부에서 그동안 노조를 만들려는 시도가 수차례에 있었지만, 회사쪽에선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이를 방해해 왔다"면서 "이번 위치추적 사건도 이같은 노조 탄압의 연장선으로 본다"고 말했다.

민주노총 이수호 위원장도 "이번 사건은 개인 사생활을 의도적으로 감시하기 위해 치밀하게 계획되고 조직된 중대 범죄행위"라며 "누가, 무슨 목적으로, 어떤 방법으로 핸드폰을 불법 복제해 감시해 왔는지 수사기관이 철저하게 조사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참여연대 홍성태 정책위원장은 "만약 삼성 기업이 이번 사건에 연관돼 있다면, 기업이 첨단기술을 이용해 노동자들을 감시 통제했다는 비판과 함께 그에 따른 책임도 져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대다수 언론들, 침묵으로 일관... 왜?

▲ 삼성SDI 수원공장 현관 조형물
ⓒ MBC 2580 촬영
이번 삼성SDI 노동자의 불법 위치추적사건에 대해 일부 언론을 제외하고 대다수 신문들이 제대로 알리지 않아 특정 재벌을 감싸주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지난 11일 <시사매거진2580>의 첫 보도 이후, 다음날인 12일 <한겨레>가 경제면에서 '노조 추진 등 6명 동의 조작해 650여 차례' 등의 제목으로 이같은 내용을 크게 다뤘고, <경향신문>도 하루 지나 보도했다.

이어 13일 피해노동자 등이 서울중앙지검에 정보통신법 위반 혐의로 위치추적자와 삼성그룹 경영진을 고소하자, <연합뉴스>와 인터넷언론 등은 이를 신속하게 전했다. <조선>과 <동아> 등도 인터넷 판에서 이들 고소내용을 기사로 내보냈다.

하지만 14일치 아침자 신문에 불법 위치추적 고소 내용이 실려있는 신문은 <한겨레> 등 일부매체 뿐이었다. 인터넷판에 기사를 송고했던 <조선>과 <동아>는 이날 아침자 45판 신문에 해당 기사를 싣지 않았고, <중앙>은 인터넷판이나, 오프라인신문에 보도를 하지 않았다. <한국>, <세계>, <국민>, <서울>, <문화> 등 나머지 종합일간지들도 오프라인 신문에 싣지 않았다.

이같은 보도 태도는 경제신문들도 마찬가지다. <서울경제> 정도만 13일 인터넷판에서 고소 내용을 간단하게 전했을 뿐 14일치 아침자 <매일경제>, <한국경제>, <파이낸셜뉴스>, <헤럴드경제> 등 경제신문에서 이번 사건을 보기는 어려웠다.

업계 내부에서는 최근 전반적인 경기침체 등으로 광고시장이 위축되고 있는 상황에서 대형 광고주 가운데 하나인 삼성의 눈치를 보지 않을수 없었을 것이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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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공황의 원인은 대중들이 경제를 너무 몰랐기 때문이다"(故 찰스 킨들버거 MIT경제학교수) 주로 경제 이야기를 다룹니다. 항상 배우고, 듣고, 생각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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