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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성구 얼라이언스시스템 사장
조성구 얼라이언스시스템 사장 ⓒ 오마이뉴스 이승훈
"대기업과 전면전을 벌이는게 미친 짓인 줄 알지만 계속 이런 상황이라면 대한민국에서는 소프트웨어 사업 안하는 게 낫다."

'다윗과 골리앗'의 싸움을 시작한 조성구 얼라이언스시스템 사장은 기자와 만난 자리에서 연신 "대한민국에서 소프트웨어 사업한다는 것에 대해 회의가 든다"는 말을 반복했다.

조 사장은 이미 지난 7월 삼성SDS와 함께 진행하던 대구은행 업무프로세스재설계(BPR) 프로젝트 완료 한달을 앞두고 전격 철수하면서 삼성SDS와의 싸움을 시작했다. 그는 "국내에서 사업을 안해도 좋다", "회사가 문을 닫아도 좋다"는 말로 대기업과 중소벤처업체 간 구조적 문제를 개선하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조 사장은 "대한민국의 상황에서 소프트웨어 업체가 제대로 성장할 수 없다"며 "누군가는 총대를 메고 나서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일본 상황을 예로 들어 국내 소프트웨어 산업의 문제점을 지적하며 "상황이 개선되지 않는다면 국내보다 일본 등 해외에 주력하는 방안을 심각하게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다음은 조성구 사장과의 일문일답.

"이미 각오했다"

- 대기업인 삼성SDS를 검찰에 고발했는데.
"오죽했으면 조그마한 회사가 거대 기업 삼성SDS를 상대로 고소를 했겠느냐. 주위에서는 다들 미친 짓이라고 한다. 당장은 회사에도 손해가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미 각오한 것이다. 이런 불합리한 상황이 고쳐지지 않는다면 대한민국에서 소프트웨어 사업 안하는 것이 낫다고 판단했다."

- 구체적으로 고소혐의는 뭔가.
"삼성SDS에게 사실상 사기를 두 번 당했다. 이번에 고소한 것은 지난 2002년 우리은행 업무프로세스재설계(BPR) 프로젝트 추진 당시, 삼성SDS를 통해 이미징 솔루션을 동시사용자 300명 라이선스 사용료를 받고 공급했는데, 삼성SDS는 우리은행에 무제한 사용자 라이선스로 공급계약한 혐의다. 소프트웨어의 가격은 동시사용자 수에 따라 달라지는데 300명 라이선스료와 무제한 라이선스료는 100억원 이상의 가격차이가 날 것이다.

또 하나는 이번 고소건과 직접적인 관련은 없지만 전략적협약 위반문제다. 2002년 우리은행 프로젝트를 진행할 당시 삼성SDS와 '전략적협약'를 맺었다. 당시 삼성SDS가 우리은행에 들어갈 제품에 대해 정상가의 반도 안되는 가격을 제시하면서 더 할인해주면 앞으로 삼성그룹에 우리제품을 독점 공급할 수 있게 해주겠다고 해서 그 조건을 받아들인 것이다. 그러나 지난 2년동안 한번도 삼성SDS는 약속을 지킨 적이 없었고 오히려 우리제품 대신 외국 경쟁사 제품을 들여와 공급해 버렸다. 도의적으로 대기업이 이래서는 안된다."

- 아무리 억울하다지만 중소기업으로서 이러한 대응을 한다는 것이 쉽지 않았을 것 같은데.
"우리나라 중소기업은 대기업의 협력회사가 아니라 노예다. 뭐든 시키는대로 해야하고 문제제기하려면 회사가 망할 것을 각오해야한다. 어쩔 수 없이 참고 지내왔지만 언제까지 이렇게 당할 수만은 없다. 이런 상황에서 제대로된 벤처업체가 성장하고 발붙일 수 없다. 누군가가 총대를 메고 나서서 개선 노력을 해야한다고 생각한다."

- 소프트웨어 사업을 시작한 지는 얼마나 됐나
"올해가 7년째다. 7년 동안 소프트웨어 사업을 해보니까 남는 것은 회의뿐이다. 그냥 직장생활 했어도 가족들 부양하는데 아무런 문제가 없었을 텐데…. 대한민국에서는 소프트웨어 산업이 발전할 수 있는 토양이 안돼있다. 물론 우리 회사가 개발한 소프트웨어가 외국산을 제치고 국내외 시장에서 인정을 받는 것에 대해 보람도 느끼지만, 국내에서 사업하는 것에 대해서는 회의가 더 크다."

"일본만 해도 이러지는 않는다"

- 구체적으로 어떤 문제가 있는가.
"국내는 시장이 좁아 과열경쟁이 벌어지는 데다 가격도 형편없는 대우를 받고 있다. 대기업은 또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계약은 해주지도 않고 일을 먼저 시작하자고 한다. 일을 먼저 시작하고 나면 애초 가격보다 훨씬 낮은 가격에 계약을 하자고 요구한다. 그러면 중소기업 입장에서 받아들일 수 없는 가격이라 하더라도 중간에 그만두면 손해가 더 크기 때문에 울며 겨자먹기로 손해를 보면서도 계약을 할 수밖에 없다. 일본에서도 사업을 하고 있지만 해외에서는 그렇지 않다."

- 일본에서는 어떤가.
"히다찌 등 여러 파트너와 이미 일본 4개 은행에 제품을 공급했다. 가격은 똑같은 제품임에도 4배를 받는다. 유지보수비용도 4배가 넘게 준다. 특히 소프트웨어에 대한 인식이 달라 무리하게 저가 계약을 하지 않는다. 최저가 입찰이라는 것은 거의 없고 자신들이 필요한 핵심 솔루션이라면 싼 가격이 아니라 품질을 기준으로 제품을 선정한다.

또 계약은 매우 까다롭게 하지만 한번 한 계약에 대해서는 반드시 지킨다. 그러니 국내 비즈니스가 싫어질 수밖에 없다. 이대로 가다간 국내 IT산업 발전 못한다. 나도 국내에서 비즈니스 축소하고 일본에 주력하는 것을 심각하게 고려중이다."

- 대안은 뭐라고 생각하는가.
"매우 간단한 것이다. 대한민국에서 IT, 소프트웨어 산업이 발전하려면 대기업이 중소업체를 하청업체가 아니라 말그대로 협력업체, 파트너로 인정해줘야 한다. 고객들도 소프트웨어에 대해 제대로 된 가격을 줘야한다. 같은 성능이라도 외산제품에 대해서는 가격을 깍지 않으면서 국산에 대해서는 가격을 후려치려고 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 형편없는 가격을 받기 때문에 업체들로서는 당장 밥을 굶어야 하고 제품개발에 투자할 여력이 없어진다."

- 삼성SDS와 협의를 통해 문제를 해결할 의사는 없나.
"전제조건이 있다. 잘못을 인정하고 중소업체들의 어려움에 귀를 기울인다면 이야기를 안할 이유가 없다. 그러나 그동안 여러차례 삼성SDS 측에 문제를 제기하고 고소할 수도 있다고 이야기 했지만 다 무시했다. 그러니 법대로 할 수밖에 없는 것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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