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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8월 23일 중소 소프트웨어 업체인 얼라이언스시스템(대표 조성구. 이하 얼라이언스)은 삼성SDS를 사기 혐의로 검찰에 고소했다.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원·하청 관계가 사실상 주종 관계를 이루는 현실에서 중소벤처기업이 공개적으로 대기업과의 전면전을 선포하고 나선 것은 이례적인 일로 당시 IT업계에 큰 반향을 불러왔다.

시스템통합(SI) 업체인 삼성SDS에 소프트웨어를 납품해야하는 하청업체 얼라이언스가 자사의 '밥줄'을 쥐고 있는 대기업을 고소한다는 것은 쉽지 않은 결정이었다. 조성구 얼라이언스 사장은 당시 <오마이뉴스>와의 인터뷰에서 "대한민국에서는 더이상 소프트웨어 사업 안해도 좋다"며 중소기업과 대기업간 구조적인 불공정 거래 관행을 개선하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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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고소 사건에서 얼라이언스와 삼성SDS의 공방의 핵심은 '소프트웨어 동시사용자 라이선스'와 관련된 문제였다. 2002년 3월 우리은행의 업무프로세스재설계(BPR) 프로젝트를 수주한 삼성SDS는 얼라이언스로부터 핵심 소프트웨어인 이미징 솔루션을 공급받아 우리은행에 구축해주는 사업을 진행했다. 양사는 프로젝트 추진에 있어 협력 파트너였던 셈이다.

5개월간 수사 답보상태

그런데 얼라이언스는 이 과정에서 삼성SDS와 동시사용자 300명 라이선스로 소프트웨어 공급 계약을 맺었으나 삼성SDS가 최종 고객인 우리은행과 무제한 동시사용자 라이선스로 계약을 맺었다고 주장하고 있다. 소프트웨어의 가격은 동시사용자 수에 따라 달라지는데, 삼성SDS가 얼라이언스측에는 우리은행에 300명 동시사용자용으로 공급할 것이라고 속이고 최종 고객인 우리은행에는 무제한 동시사용자용으로 팔았다는 것이다.

그러나 삼성SDS측은 "우리은행과의 최종 계약서에 동시사용자 300명 라이선스라는 점이 명시되어 있다"며 사기혐의를 부인했다.

그로부터 5개월이 지난 지금 검찰 수사는 어떻게 진행되고 있을까. 시간은 꽤 흘렀지만 검찰은 아직 기소여부에 대해 결론을 내지 못한 상황이다. 검찰 관계자는 "양측의 엇갈리는 주장에 대해 사실 확인을 해야할 부분이 아직 많이 남았다"며 "수사 종결 시점을 알 수 없다"고 말했다.

삼성SDS와 우리은행은 검찰에 동시사용자 300명 조건이 명시되어 있는 계약서를 증거 자료로 제출한 상황. 그렇다면 이번 고소 사건은 무혐의로 쉽게 결론 날 법도 하지만 얼라이언스측은 계약서 내용에 대해 강한 의혹을 제기하며 맞서고 있다.

얼라이언스측이 제기하는 의혹은 애초 입찰조건이 '무제한사용자'였는데 최종 계약이 어떻게 300명 사용자 조건으로 바뀔 수 있느냐는 것이다. 얼라이언스는 관련 증거로 고소 전 우리은행 관계자와 나눈 대화 녹취록을 검찰에 제출한 상태다. 녹취록에는 당시 계약이 무제한 조건으로 이뤄졌다는 우리은행 관계자의 말이 담겨있다.

그러나 이 녹취록의 내용에 대해 우리은행측은 당시 정확한 사실을 확인하지 않고 했던 말이었으며, 확인 결과 계약은 300명 조건으로 맺었다고 녹취록의 내용을 번복했다. 또 삼성이나 우리은행측은 당초 무제한 사용자 조건이었던 것이 최종 계약에서 300명 조건으로 바뀐 것에 대해, 입찰 참여업체들과 합의하에 입찰 조건을 300명으로 바꾼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이에 따라 입찰조건의 실제 변경 여부가 이번 사건의 핵심 쟁점으로 떠오르게 됐다. 그러나 이 부분에 대한 양측의 주장이 첨예하게 대립하는 상황이 계속되면서 사실을 밝히기 위해서는 당시 입찰에 참여했던 제3자의 증언이 절실했다.

때문에 검찰의 수사 초점도 입찰 조건이 합의하에 변경됐는지 아니면 그런 사실이 없는지 당시 입찰 참여자들의 진술을 확보하는데 맞춰졌다. 그러나 이미 2년여가 지난 사건이다 보니 참고인들의 진술을 받아내기가 쉽지 않아 수사가 큰 진척을 보이지 못했다.

최근 중요한 참고인 진술 확보... 검찰, 기소할까?

그러나 최근 검찰은 당시 프로젝트에 참여했던 A사의 S씨로부터 삼성SDS의 주장을 반박하는 내용의 참고인 진술을 받아낸 것으로 알려져 수사가 활기를 띨 것으로 보인다. 검찰에 따르면 S씨는 참고인 진술에서 무제한 사용자 조건을 입찰 참여사 합의하에 300명 조건으로 변경한 일이 없다는 취지의 진술을 했다.

여기에 더해 입찰에 참여했던 또다른 업체 B사의 Y씨도 14일 <오마이뉴스>와 통화에서 "당시 입찰 제안 과정이 1년여동안 진행됐고 오래전 일이라 정확히 기억이 나지 않는다"는 전제하에 "당시 입찰조건은 무제한 사용자 조건이었으며 중간에 바뀌지 않은 것으로 안다"고 밝혔다.

만약 이러한 진술이 사실로 밝혀질 경우 삼성SDS는 경쟁사를 탈락시킬 목적으로 방해전파를 발사하는 등 성능시험을 방해한 혐의에 대해 2년의 실형을 받은데 이어 또다시 도덕성을 의심받는 재판을 받아야하는 상황에 처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한편 참여연대도 이번사건에 대해 관심을 표명하고 나섰다. 참여연대 경제개혁센터는 13일 이번 고소사건과 관련해 검찰에 공문을 보내 혐의 내용의 진의여부를 엄정하게 가려줄 것을 요구했다.

오는 23일로 만 5개월째를 맞는 중소기업의 대기업 고발이 기소로 이어질지 무혐의 처리될지, 검찰의 최종판단이 주목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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