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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맹랑한 배꼽들, 놀까? 놀자 놀자!
ⓒ [문:]
젊은 여성 예술가들의 유쾌한 축제 '젠더 크리에이티브 페스티벌 No.0'(이하 페스티벌)이 오는 13일(월)부터 26일(일)까지 2주간 대학로 연우 소극장에서 열린다. 문화만들기 [문:]과 사단법인 여성문화예술기획(이하 여문)이 주최하는 이번 축제는 기획 단계부터 연출, 연기에 이르기까지 모든 작업을 젊은 여성 예술인들이 맡았다.

남성 연출가와 남성 작가, 남성 배우간의 끈끈한 인맥을 중심으로 운영되어 온, 그리하여 (이러한 네트워크에 속하지 못한) 여성의 역할이 작품 속에서나(어머니 아니면 '창녀') 작품 외적인 공간에서도 제한되어 있는 우리 문화판의 현실을 생각할 때 이는 매우 특이하다.

페스티벌이 0회부터 시작하는 것도 이러한 문제 의식 때문이다. 숫자 '0'은 여성 예술가들이 성장하기 어려운 문화판에 대한 날카로운 비판이면서 동시에 '무(無)'로부터 출발하자는 호기 어린 희망이기도 하다.

페스티벌 기획을 맡은 여문의 최한은주씨는 "이번 페스티벌이 여성 예술가들에게는 재능을 발휘할 수 있는 장이, 관객들에게는 여성 예술가들의 가능성을 발견할 수 있는 계기가 되었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맹랑한 배꼽들, 놀까? 놀자 놀자!'라는 부제를 단 이번 축제는 <가믄장 아기> <연애얘기아님>을 비롯한 연극 4편과 <여자, 다리를 벌린다> <소년시대> 등의 무용 4편으로 꾸며진다. 전시회와 함께 밴드, 뮤지컬 공연 등도 마련된다.

오는 13일 늦은 7시에 열리는 개막 행사 '여는 배꼽'에서는 관객의 경험을 배우와 악사가 즉흥적으로 재구성해 보여 주는 '플레이백 씨어터', 축하 공연 등이 열릴 예정이다. 자세한 문의는 www.cyworld.com/gentive 또는 02-587-0591를 통해 할 수 있다.

다음은 페스티벌 기획을 담당하고 있는 최한은주씨, 정주하씨와의 일문일답이다. 둘의 답변을 하나로 묶었다.

▲ 티켓링크와 맥스무비에서 예매할 수 있다.
ⓒ [문:]
- 제목이 생소하면서도 재밌다. '젠더 크리에이티브'라는 말은 낯설어서 그런지 뜻이 잘 와닿지 않는데.
"'여성예술공연제'라고 할 수도 있었다. 그런데 '여성'을 집어 넣으면 여성과 남성을 분리하는 듯한 느낌이 든다. 남성 관객들에게 반감을 줄 수도 있을 것 같고. 여성주의가 말하고자 하는 것도 반드시 '여성'만은 아니지 않은가. 좀더 다른 표현으로 '젠더'라는 단어를 사용하기로 했다.

또한 예술제의 의미를 담는 의미에서 '크리에이티브'와 '페스티벌'이라는 단어를 더했다. 여기서 '젠더 크리에이티브'는 여성 예술인을 가르키는 임의적인 용어가 된다."

- 부제의 '맹랑한 배꼽'이나 각 작품들을 '빨간 배꼽' '노란 배꼽' 식으로 명명한 것도 흥미로웠다. 배꼽을 주요 컨셉으로 잡은 듯한데 그 이유가 궁금하다.
"크게 세 가지 의미가 있다. 배꼽은 인종과 계급, 성에 무관하게 누구나 가지고 있다. 누구나 가지고 있다는 평등의 의미가 첫번째다. 두번째로 배꼽은 어머니의 흔적, 즉 여성을 의미한다. 마지막 의미는 배꼽과 탯줄이 가지는 탄생과 출발의 이미지다.

이러한 이유에서 배꼽을 행사의 중심 컨셉트로 잡았다. 또한 배꼽은 제각각 모양이 다르지 않나? 누구나 있지만 저마다 다르게 생긴 배꼽처럼 맹랑하고 즐겁게 이야기해 보자는 취지를 담았다고 할 수 있다. 그리고 '노란 배꼽'과 같은 이름들은 작품이 떠올리는 이미지와 연관된 색깔들로 정했다."

- 여문과 [문:]이 함께 주최하는데 두 집단이 어떻게 힘을 합치게 되었나?
"[문:]은 문화계 전반에 걸친 여성의 시각과 이야기 부재를 극복하고자 모인 여성 예술가들의 네트워크 집단이다. 행사는 [문:]이 제안했다. [문:]은 한국예술종합학교 연극원 출신의 여성들이 주축을 이루고 있다. 이들은 졸업 후 자신들의 이야기, 여성주의적인 연극을 발표하고자 했지만 공간을 찾기 어려웠다. 남성 중심적으로 돌아가는 연극판에서 여성 작가와 배우들의 활로는 매우 협소한 편이다. 확실히 남성들에 비해 네트워크도 미비하다.

여성주의적인 작품을 하고 여성으로서 예술 활동을 하는 예술가들이 역량을 뽐낼 수 있는 장이 있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고 그렇게 모이다 보면 예술가들간 네트워크도 형성되고 관객과의 접촉도 잦아지리라고 판단했다.

여문은 제안을 듣자마자 함께 하기로 결정했다. 안 그래도 꼭 해야 하는 작업인데 여력이 없어 못하고 있던 차에 [문:]이 제안한 것이다. 고민하거나 거절할 이유가 없었다. 물론 그 이후에 재정이나 공연장 문제로 고민을 많이 해야했지만(웃음)."

▲ 당차고 강한 여성들의 발레 <여자, 다리를 벌린다>
ⓒ [문:]
- 처음에는 여성연극제 형식으로 가려고 했다고 들었다.
"연극 4편의 아주 작은 페스티벌을 고민했다. 하다 보니 욕심이 생기더라. 개막, 폐막 행사도 하고 무용팀도 4팀이나 합류했다. 개·폐막때는 밴드 공연도 있다. 진행하다 보니 점점 더 많은 사람들이 함께 하게 되었다.

'여는 배꼽'에서는 플레이백 씨어터라고 해서 관객들의 이야기를 배우와 악사들이 표현하는 즉흥 연극이 펼쳐진다. 관객들이 참여할 수 있는 흥미로운 시간이 될 것이다.

'닫는 배꼽' 때는 행사의 의미를 되새겨 보는 시간을 가지려고 한다. 일회적 행사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여성주의적 예술이 앞으로 어떻게 발전해야 할 것인가 등에 대한 고민으로 이어질 수 있어야 하니까 말이다. 흔히 하는 '포럼'같은 딱딱한 형식은 싫었다. 대신 재밌으면서도 깊이 있는 이야기를 할 수 있는 수다방으로 꾸밀 예정이다. 연극비평가, 여성주의 저널리스트 등이 참가하는데 보통 내공에, 보통 입담들이 아니다. 기대해도 좋다."

- 규모가 커지면서(?) 어려운 점도 많았을 듯한데. 팀 내부에서 여성주의에 대한 의견 차이나 작품에 대한 불만은 없었나?
"시각 차이랄까 그런 건 없었다. 제일 어려운 것은 재정 문제였다. 지난 2월 서울시 기금을 신청해 받긴 했지만 그야말로 팀원들 차비 정도의 수준이다. 극장을 잡는 것도 어려웠다. 보통 소극장들은 장기 공연 위주로 운영되는데 우리는 단 14일간의 짧은 일정 아닌가. 게다가 아는 사람 하나 없었으니."

▲ 결혼식에서 그가 떠올리는 감정들 <여자이야기>
ⓒ [문:]
- 이번 페스티벌이 어떠한 의미를 가지기를 원하는지 들어 보고 싶다. 힘든 부분들이 많은데도 진행하는 의의랄까?
"지금으로서는 상업적 성공을 기대할 수 있는 수준에는 못미친다. 문제는 이러한 현실에 누구도 관심을 가지지 않는다는 데 있다. 관객들이 관심을 가지고 비판하고 지켜봐 줄 때 다양한 작품들이 나올 수 있다. 그 중에 몇몇 작품은 상업적으로도 성공할 수도 있고. 현재는 그런 것이 전혀 되어있지 않은 상황이다."

- 이후 목표가 있다면?
"일단은 한 해에 한 번씩 페스티벌을 계속하는 것이 목표다. 페스티벌을 계기로 여성 예술인들에 대한 고민과 비판이 많아졌으면 좋겠다."

- 관객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는가?
"애정 어린 관객들이 있을 때 예술가들은 성장할 수 있다. 이들이 어떻게 발전해 가는가를 지켜 보길 바란다. 일단은 축제에 와서 신나게 놀아 달라!(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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