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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한미군·국방부 '스토리사격장내 문화재 은폐' 의혹

미군 전용 국제사격장으로 변모할 경기도 파주 '스토리사격장'에 대한 문화재지표조사가 진행 중인 가운데, 주한미군이 사격장 내 종합군사훈련시설 공사를 벌이고 있는 것이 확인되어 '불법' 논란에 휩싸이고 있다.

문화유산연대, 파주녹색환경모임은 11월 초순경 파주시 일대 문화재지표조사를 벌이던 중 스토리사격장 공사 소식을 전해 듣고 현지를 방문한 결과, 불법 공사가 강행되고 있음을 목격했다. 당시 포크레인 5대, 굴삭기 2대 등이 사격장 및 인근 지역의 복토 작업을 하고 있었다.

스토리사격장에서 진행되는 공사현장. 한쪽에는 골재가 쌓여 있고 굴삭기가 복토작업을 위해 분주히 움직이고 있다. 굴삭기 뒤편으로 원주 김씨 종친회 고분군이 보인다.
스토리사격장에서 진행되는 공사현장. 한쪽에는 골재가 쌓여 있고 굴삭기가 복토작업을 위해 분주히 움직이고 있다. 굴삭기 뒤편으로 원주 김씨 종친회 고분군이 보인다. ⓒ 파주시 주민 제공
주한미군은 연합토지관리계획(LPP) 협정에 따라 올해 초부터 스토리사격장 증설공사를 진행해왔으며 11.5㎞의 철제 울타리 공사를 완료하고 사격장 내 10여개 종합군사훈련시설을 세우려는 계획을 갖고 있다.

문화유산연대 등이 확인한 바에 따르면, 현재 사격장내 불법 공사가 진행되고 있는 곳은 파주시 진동면 초리 산 213번지 일대로 주한미군이 계획을 세우고 있는 종합훈련시설 중 기관총 사격장인 '몬타나 사격장' 공사로 총 공사면적은 11만8755㎡에 달하는 대규모 공사다.

현행 문화재보호법은 건설공사시 3만㎡ 이상의 면적일 경우 의무적으로 문화재지표조사를 시행하도록 되어 있고 문화재청 문화재위원회는 지표조사결과보고서를 바탕으로 문화재보존을 위한 대책마련을 하도록 되어 있다. 만약, 현행법 절차를 지키지 않고 불법 공사를 진행하게 되면 문화재청장은 '공사중지 명령' 또는 '현상복구명령'도 내릴 수 있다.

문화유산연대, 파주녹색환경모임은 올해 초 한국전문가들과 계약하에 사격장의 문화재조사를 철저히 완료했다던 주한미군측의 조사가 일방적인 미국 정책에 따른 것으로 밝혀지자, 한미SOFA협정상 '문화재' 조항이 없는 상태에서 주둔국의 법령을 존중한다는 규정을 준수해야 한다고 촉구해왔다.

주한미군은 국회 문화관광위원회 국정감사에까지 스토리사격장 문화재지표조사 문제가 불거지자 뒤늦게 9월 13일~11월 30일까지 지표조사를 진행하고 있다. 이 때문에 이들 단체들은 사격장 내 공사를 '불법'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스토리사격장 철제 울타리 너머로 중장비들이 분주히 움직이고 있다. 왼쪽에 쌓여져 있는 곳이 기관총사격장인 몬타나 사격장의 발포장소다.
스토리사격장 철제 울타리 너머로 중장비들이 분주히 움직이고 있다. 왼쪽에 쌓여져 있는 곳이 기관총사격장인 몬타나 사격장의 발포장소다. ⓒ 파주시 주민 제공
이번 주한미군의 공사가 국민적 공분을 일으키고 있는 것은 지난 5월 말 <시민의신문>과 <한겨레>가 확인한 신라 경순왕 직계후손인 김거, 김을신, 유용생(외가) 등의 고분이 발견된 곳에서 채 20m도 떨어지지 않은 곳에서 공사가 진행 중이라는 점이다.

문화유산연대, 유홍준 문화재청장 고발 검토
문화재청에 ‘공사 중지명령’ 촉구

문화유산연대(http://www.koreanheritage.or.kr)는 17일 성명서를 발표해 문화재청이 미군 전용 스토리사격장 불법공사에 대해 공사 중지 명령을 내릴 것을 촉구하면서 문화재보호법상 규정된 법 집행을 하지 않을 경우 유홍준 문화재청장을 ‘직무유기’로 고발하겠다고 밝혔다.

문화유산연대는 “주한미군이 또다시 문화재보호법을 위반하고 불법공사를 강행하고 있는 것은 우리의 문화주권을 유린하는 행위이자 한국민을 철저히 우롱하는 처사”라면서 “아무리 한미동맹이 중요하다고 하더라도 한민족의 정체성이 담긴 문화유산을 유린하는 한미동맹은 필요하지 않다”고 질타했다.

문화유산연대는 또 “문화재 보존의 책무를 맡고 있는 문화재청은 주한미군과의 외교적 눈치 보기에 급급해 본연의 임무를 망각하고 있다”면서 “만약 문화재청이 본연의 임무를 망각할 경우 유홍준 문화재청장을 직무유기 혐의로 고발하는 등 강력히 대응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아울러 주한미군에게도 문화주권을 유린하는 불법공사 중단을 촉구했다.
원주 김씨 종친회는 지난 8월 3일 조선 초 무덤양식을 원형 그대로 유지하고 있는 고분군에 대한 문화재적 가치가 높다는 전문가들의 의견에 따라 경기도에 문화재 지정 신청을 해 심의가 진행 중이다.

파주시 문화체육과 이모 계장은 "주한미군의 공사통보를 받은 적이 없다"며 "미군 공여지이기 때문에 파주시의 행정력이 미치지 못한다"고 한계를 털어놓았고 문화재청 매장문화재과 주정습 서기관은 "알다시피 문화재청이 주한미군과 직접 협의할 채널이 구성되지 않은 상황에서 국방부와 외교부를 통해 문제를 풀어야 하는데 알다시피 비협조적이라 어려움이 많다"고 전했다.

한국 정부는 스토리사격장 문화재 문제로 인해 주한미군 공여지 내 문화재 문제가 발생할 것을 대비해 지난 10월 27일 한미SOFA합동위원회 환경분과위 산하에 문화재청이 참여하는 협력부서를 신설하기로 합의, 구성을 논의하고 있다.

사격장 공사를 위해 인근 농지였던 곳을 복토하고 있다.
사격장 공사를 위해 인근 농지였던 곳을 복토하고 있다. ⓒ 파주시 주민 제공
문화유산연대, 서울문화유산연대, 파주녹색환경모임은 문화재청에 주한미군의 불법 공사에 대한 '공사중지 명령'을 요청했다. 현재 문화재청은 국방부를 통해 미군의 공사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며 해결책 모색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으며 임기 내내 스토리사격장 문제 해결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공언한 열린우리당 정청래 의원측도 문화재 보호를 위한 물밑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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