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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방부가 보직해임할 이유조차 제대로 찾지 못한 상황에서 중요 사건을 수사중인 군 검찰관 3명의 보직을 해임한 것을 국민들이 납득하기 어렵다. 수사가 거의 마무리된 상황에서 수사팀을 바꾼 것은 진실을 은폐하기 위한 의도로 오해될 수도 있다.
국방부는 20일 육군 장군 진급비리 사건을 수사해온 군 검찰 간부 3명을 보직해임했다. 군 장성을 '사법성역'으로 인정하라는 국방장관의 부당한 지시에 대한 해명도 없이 이들을 사실상 중징계했다.
그 이유는 이들 군 검찰관들이 '지휘체계와 군 기강을 문란케 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따지고 보면 이같은 얘기는 군내 비리사건이 터졌을 때마다 항상 등장해온 말이다.
지난 5월 군 검찰이 신일순 전 한미연합사 부사령관(예비역 대장)을 구속시키자 당시 군 수뇌부는 1억여원의 횡령액수를 수천 여만원으로 축소해서는 '이 정도를 가지고 육군 대장을 사법처리하면 군 지휘체계가 무너지고, 군 기강을 흔드는 일이다'라면서 성토했었다.
또 당시 대부분의 언론들도 군 수뇌부의 입노릇을 하며 '군 검찰관들이 그간의 관행을 가지고 신 대장을 사법처리한다'고 되레 비판했었다. 몇몇 언론들은 그러면서도 신 전 부사령관이 아들 음료수비와 부친 차비조차도 공금으로 사용하고 이 공백을 메우기 위해 이같은 감사용 '허위장부'까지 만들었다는 사실은 철저히 숨겼다.
이유없는 보직해임은 누굴 위한 것인가
이번 사건에서도 군 수뇌부와 일부 언론들의 '군 검찰 때리기'는 수사 착수 단계에서부터 시작됐다. 군 수뇌부야 군 검찰의 칼이 자기의 목을 겨누는 상황에서 어쩔 수 없는 반발로 치부할 수 있더라도 몇몇 언론의 행태는 납득하기 어렵다.
'괴문서' 사건이 터진 뒤 대부분의 언론은 "확인되지 않은 괴문서를 가지고 수사까지한다"면서 군 수뇌부와 한목소리를 냈었다. 하지만 군 검찰이 괴문서가 살포되기 이전부터 군 장성 진급 비리 의혹사건에 대한 첩보를 입수해 내사를 벌여왔다는 사실은 제대로 보도하지 않았다.
최근들어 거의 매일 언론은 기사와 사설 등을 통해 비인권적인 수사 의혹 제기 등 군 검찰을 헐뜯는데 혈안이 되다시피 했다. 일례로 최근 일부 언론은 소위 '괴문서' 살포자를 검거하기 위해 합조단이 군 검찰에 통화내역조회를 신청했지만 승인을 해주지 않고 있다고 보도한 바 있다.
하지만 합조단은 군 검찰에 통화내역을 신청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이 기사는 육군 공보실에서 기자들에게 전화로 요청해 쓰여진 것으로 알려졌다. 수사 대상이 주문한 군 검찰 흠집내기성 기사를 확인도 없이 게재하고, 정정보도조차 하지 않았다.
또 일부 언론은 군 검찰의 진급비리 수사 과정에서 참고인으로 조사를 받았던 Y대령이 탈진해서 입원한 적이 있다면서 가혹 수사를 기정사실화해 대서특필했다. 하지만 Y대령은 입원한 적이 없는 것으로 밝혀졌다.
반면 군 검찰은 이같은 오보를 막기 위해 정기적인 브리핑을 실시하겠다고 군 수뇌부에 요청했으나 번번히 거부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군 장성 인사는 '조폭식 인사'였나
이런 상황에서 군 수뇌부와 언론은 군 검찰이 '언론 플레이를 했다'는 오명까지 뒤집어 씌웠다. 사실상 대부분의 언론이 군 검찰의 수사에 대해 흠집잡기식의 기사만을 토해냈는데 대체 어떤 언론을 상대로 '플레이'를 했다는 말인가.
실제로 20일 열린 보직해임심의위에서 군 검찰관들은 보직해임요청서를 낸 뒤 모 방송사의 김 아무개 기자를 만나 그 사실을 알렸다는 이유로 징계를 하려는 심의위원들에게 그 기자와 전화는 물론 일면식도 없다고 말했다고 한다.
그렇다면 김 아무개 기자에게 물어보든지, 아니면 대면을 해서 사실 관계를 확인한 연후에 보직해임 조치를 취했어야 하는 것 아닌가. 그러나 군 수뇌부는 이같은 기본적인 사실관계조차 확인되지 않은 상황에서 막연하게 군 기강 운운하면서 사실상 군 검찰관들을 직위해제시켰다. 이같은 국방부의 처사는 비난받아 마땅하다.
더 큰 문제는 군 검찰관들의 보직해임과 수사팀 전면 교체가 장성진급 비리 의혹사건의 진상을 은폐하는 쪽으로 귀결될 수 있다는 데 있다. 이미 군 안팎에서 그같은 우려가 터져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진급비리 수사는 이미 거의 끝난 상황이다. 근 검찰은 군 수뇌부가 장성 진급 비리를 지시한 증거와 진술을 모두 확보하고 있다고 한다. 수사 결과 '조폭식 인사'였다는 게 드러났다고 한다. 이게 공개되면 '육군본부가 죽는 일만 남았다'는 얘기까지 들린다. 사법처리 수순만 남은 셈이다. 이런 상황에서 수사팀을 교체한다는 것이 있을 수 없는 일이다. 결국 정치적으로 이 사건을 마무리짓겠다는 것과 다를 바 없다.
진실 은폐한다고 가려지나
인사비리가 횡행하는 상황에서 지휘체계가 지켜질리 만무하고, 군의 기강이 바로 세워질리 없다. 또 이미 군 검찰 수사를 통해 밝혀진 진실은 결코 은폐될 수 없다.
국방부는 이제라도 그간 군 검찰 수사과정에서 드러난 비리 백태를 낱낱이 공개해야 한다. 그리고 보직해임한 군 검찰관들을 원직복직시켜야 한다. 그것만이 이번 사건으로 인해 실추된 군의 명예를 되찾고 군의 기강을 바로잡을 수 있는 유일한 길이다.
마지막으로 최근 군 인사 분야에 정통한 군 장성이 기자에게 들려준 얘기를 소개한다.
"이번 인사에서 3사 출신 진급 대상자는 200여 명이었다. 인사심사가 진행되기 훨씬 전에 만든 진급 장성 유력현황자료는 이중 3~4명의 3사 출신 대령 진급을 알아맞췄다. 이건 하나님도 못맞춘다. 또 육사 출신 33기중 전투병과 진급 대상자는 130여 명이었고 2명이 진급했다. 유력현황자료에서는 이것도 맞췄다.
이건 무엇을 말하는가. 육군참모총장은 사전에 유력현황자료에 대해 보고를 받지 않았다고 한다. 하지만 진급 인사를 쪽집게처럼 맞춘 자료를 총장이 사전에 보고받지 않았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총장에게 물어보면 이번 수사는 끝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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