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군 장성 진급 인사 비리 의혹 사건에 대한 군 검찰의 수사가 계속 진행되고 있는 가운데 김종환 합참의장이 지난 10월 단행된 육군 장성 진급 인사와 관련해 남재준 육군참모총장을 심하게 질책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또 이번 인사에 불만을 표출하면서 2명의 장성이 전역지원서를 냈고, 한 육군 소장이 최근 보직해임된 것과 관련, 군 장성 인사를 위한 '표적수사설'도 흘러나오고 있다.
이는 군 내부에서도 이번 군 장성 인사에 대한 이견이 단순히 불만 차원을 넘어 군 수뇌부간의 말다툼으로까지 확대됐고, 군 장성들이 '항의성 전역지원서'를 제출하는 등 심각한 갈등 양상으로까지 치달았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어서 군 검찰의 수사결과가 주목된다.
군의 일부 관계자와 언론 등에서는 '괴문서'만을 가지고 무리한 수사를 벌인 게 아니냐고 비판하고 있지만, 군 검찰은 그 이전에 장성 인사를 둘러싼 불협화음이 그 어느 때보다 심각하다는 첩보 등을 입수해 10월말부터 내사에 착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육군본부를 전격 압수수색한 데 이어 최근 군 장성과 인사 관련 장교들을 잇따라 소환해 조사를 벌이고 있는 군 검찰은 장성 인사 비리 문제에 대한 수사를 통해 상당한 증거를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군 검찰은 조만간 중간수사 결과 발표를 통해 이번 사건의 전모를 발표할 예정이다.
다음은 군 장성 인사와 관련한 군 내부의 불협화음이 어느 정도 심각한지를 드러내는 3가지 사례이다.
[사례 1] 합참의장, 군 장성 인사 문제로 육군참모총장 질책?
"지난 10월15일 육군본부의 한 군 장성은 인사에 대한 대통령 결재에 앞서 합참의장에게 보고하러 갔다가 심한 질책을 받았다. 합참의장은 진급인사에 포함된 부하 장성의 이름을 거론하면서 '이 사람은 근무평정 A를 3차례 받았다. A를 6차례 받은 사람도 탈락하는 데 왜 이 사람이 진급 대상인가'라고 심하게 질책하면서 이 사람의 조인트를 깠다고 한다.
이어 합참의장은 그 자리에서 육군 참모총장에게 전화를 걸어 '군대를 망치는 4적이 있다. 당신과 000, 000, 000'이라고 말하면서 언성을 높였다고 한다."
지난 10월 15일 군 장성 인사가 발표된 뒤 군 내부에 파다하게 돌았던 소문이다. <오마이뉴스>는 군 내부 사정에 정통한 여러 명의 관계자들로부터 이같은 소문이 사실이었다는 얘기를 전해 들었다.
한 육군 장성도 당시 합참의장실에서 일어난 '사건'과 관련, "비선라인으로 인사를 하니까 합참의장도 열이 받았을 것"이라면서 "이번 인사의 결정적인 문제점은 인사검증위 위원장을 인사참모부장이 겸직했다는 데 있다. 객관적인 사람이 인사를 검증해야 하는데, 그렇게 되지 않은 것이다"라고 지적했다.
또다른 한 장성은 "인사에서 탈락되면 불평불만을 늘어놓는 사람은 당연히 있기 마련인데, 그 인사가 정의롭게 처리되면 불평불만은 최소화된다"면서 "하지만 이번 인사에서 진급된 사람은 군인다운 군인, 국민을 지켜줄 수 있는 사람이 아니라 너무 눈치만 봐왔던 사람들이다"라고 비판했다.
한편 합참의장실의 한 관계자는 <오마이뉴스>와의 전화통화에서 "당시 한 장군이 진급 인사에 대해 보고를 했다"면서도 '합참의장이 그를 심하게 질책한 사실이 있는가'라는 질문에 대해 "그런 얘기는 집무실에서 이뤄진 것이기 때문에 모르겠다"고 밝혔다.
또 남 총장측의 한 관계자는 이 사건과 관련 "당시 합참의장이 전화를 건 사실조차 잘 모르겠다"면서 "하지만 그런 소문은 들었다"고 밝혔다. 당시 합참의장으로부터 심한 질책을 받았다는 군 장성은 <오마이뉴스>의 취재요청에는 응하지 않았다.
[사례 2] 두 장성, 보직인사 문제로 전역지원서 제출
이번 진급인사에 이의를 제기하면서 전역지원서를 제출한 인사도 있다. 00사단장 재직중 이번 인사에서 전투지원훈련단장 보직을 받은 백승도 준장(육사 31기)과 합동참모대학장으로 보직인사된 최광준 준장(육사 31기)이 그들이다.
백 준장은 지난 10월22일 보직신고를 마친 뒤 진급인사에서 누락된 인사들이 참석한 자리에서 거의 한 시간여 동안 남재준 참모총장에게 이번 진급 인사의 문제점을 강력 성토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 한 군 장성은 "백 준장은 하나회 명단을 뿌렸던 사람이고, 이로인해 군을 정화하는 데 나름대로 기여한 인물"이라면서 "하지만 지금에 와서는 하나회 출신 인사들은 아무런 불이익을 받지 않고 있고, 그는 그 사건 때문에 불이익을 받은 게 아니냐"며 이번 인사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결국 백 준장은 전투지원훈련단장으로 취임하기 1주일 전에 전역지원서를 제출했다.
최광준 준장은 인사에 불만을 피력하면서 지난 10월22일 남재준 참모총장에게 보직신고를 하지 않았다. 최 준장은 합동참모대학장으로 내정된 뒤 취임하기 3일전에 남 총장을 항의차 만나러 갔다. 당시 최 준장은 남 총장측에서 면담 시간을 불과 10여분 할애한 것에 항의하다가 부하 장교들의 제지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최 준장도 그 자리에서 전역지원서를 던져버렸다.
그는 지난해 터졌던 육군회관 비리 사건과 관련 징계위에 회부됐으나 '무혐의 판정'을 받았다. 최 준장은 이번 인사와 관련 "조사를 받아 아무런 책임이 없다는 결론을 내렸으면, 다른 사람들보다도 더 깨끗하다는 것인데 왜 나를 이렇게 취급하는가"라고 불평을 털어놓은 것으로 알려졌다.
한 장성은 이번 인사와 관련 "육군참모총장이 공식조직을 통하지 않고 주변의 3~4명의 의견을 듣고 인사를 실시했다"면서 "그 대표적인 비선 라인의 인물은 L대령과 O중령이고, 이들에게 잘보이면 병신도 똑똑한 사람이 된다"고 성토했다.
[사례 3] 장성인사 위해 육군소장 '표적수사'와 '보직해임'?
육군 00사단장이었던 김아무개 소장(3사 6기)의 보직해임을 둘러싸고 이번 인사를 겨냥한 '표적 수사' 논란도 일고 있다. 김 소장은 지난 10월21일자로 보직해임됐다. 국방부가 그를 보직 해임한 이유는 '청렴 위반'이다.
이에 앞서 육군 헌병 중앙수사단(이하 중수단)은 지난 9월경 직권남용과 금품 수수 등의 혐의로 계좌 압수수색 영장을 발부받아 조사에 착수했다. 김 소장은 지난 10월18일경 중수단에 소환돼 이틀동안 조사를 받았고, 20일 인사위에 불러가 보직해임 통고를 받았다.
중수단은 수사결과 김 소장이 "부대공사와 관련해 영관급 장교 1명으로부터 금품을 받았다"면서 군 검찰에 이 사건을 이첩했고, 구속수사 의견을 제시했다. 하지만 군 검찰은 중수단의 3차례에 걸친 구속수사 의견을 반려했다.
군 검찰은 이번주 중으로 이 사건에 대한 결론을 내릴 것으로 보인다.
군의 한 관계자는 "무슨 이유 때문인지 헌병이 몇 달을 걸쳐 김 소장을 괴롭혔던 것같다"면서 "군 검찰이 헌병의 3차례에 걸친 구속수사 의견을 묵살한 것은 다 이유가 있기 때문 아니겠는가"라고 말했다.
또다른 한 관계자도 "3사 출신이 투 스타까지 달았다면 나름대로 검증된 사람으로 볼 수 있다"면서 "육군 내부에서도 김 장군이 보직해임을 당할 정도로 잘못을 했는지에 대해서 말들이 많다"고 전했다.
김 소장의 한 측근도 "가족들까지 계좌추적을 당했다"면서 "계좌 압수수색 영장을 발부받을 때는 엄청난 돈을 횡령한 것처럼 떠들더니, 결과는 별 것 없었다. 장성 인사를 염두에 둔 수사 같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