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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젠가 모 포털 뉴스 사이트를 보다 생긴 일이다.

우연히 그곳에 게재된 내 기사를 보게 되었는데 그 기사의 기자 이름에 이상한 링크가 되어 있었다. 당연히 뭔 링크인가 궁금한 생각이 들어 클릭한 결과, 탤런트 김정은의 프로필과 출연작 그리고 그의 관련 기사가 주루룩 나오는 검색창으로 연결됐다.

내 이름이 유명 연예인과 같아 웹상에서 동명이인 탤런트와 관련된 이런저런 에피소드가 많이 생기다 보니, 처음에는 그냥 '이제 하다하다못해 뉴스 사이트까지 별 괴상한 링크를 다 건다'는 식으로 가볍게 지나치려 했다. 그러나 그 기사 가운데 '그리스 신화'의 '신화'에만 링크를 걸어놓고 가수 '신화'의 프로필 페이지로 연결되는 것을 보니 해도 해도 너무 지나치다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디지털 검색이란 것이 어떠한 선입견이나 편견이 반영될 수 없는 지극히 기계적인 것이라, 단어만 같을 뿐 전혀 관련 없어 보이는 단어가 검색되는 것이 어쩌면 당연하다. 또 이런 검색방법을 이용하기에 따라 우리가 기대하지 못하는 새로운 사실을 발견할 수도 있다.

그뿐인가? 특히 하이퍼 링크는 종이책과 비교되는 웹의 가장 큰 장점이자 웹의 긍정적인 미래를 얘기할 때 빠지지 않는 웹 고유의 특성이다. 그러므로 독자들이 궁금해 하는 단어에 친절하게 링크를 연결시켜 독자의 이해를 높이려는 순수한 의도의 하이퍼 링크는 바람직한 웹의 운용이고 언제든지 환영이다.

하지만 현재 이 포털사이트에서 연결해 놓은 링크를 보다보면 하나 같이 독자의 이해를 높이려는 순수한 의도라고 보기에는 왠지 꺼림직한 구석이 있다. 그 이유는 무엇때문일까.

▲ 부시장 단어에 부시만 링크를 연결한 모 포탈 뉴스 사이트 모습
ⓒ 김정은
포털 사이트 운영자가 얼마나 황당한 링크들을 하고 있는가 구경해보니 코미디 소재로 적당한 링크 사례들을 꽤 많이 볼 수 있었다.

첫 번째 유형은 띄어쓰기는 무조건 무시하는 링크유형이다.

▲ 앞에 링크된 부시장과 연결된 사이트, 대통령 부시 프로필이 한눈에 들어온다.
ⓒ 김정은
"서울시, 노숙자 강제보호시설 수용 추진'이라는 제목의 기사에서는 기사 중 나온 서울시 부시장에 링크를 걸어놓고 부시 미국대통령의 프로필이 나오는 검색페이지가 나오게끔 만들어 놓았다. 도대체 서울시 "부시장"과 "부시" 대통령이 무슨 연관인지 한 마디로 '생뚱맞기' 그지 없는 링크가 아닐 수 없다.

두 번째 유형은 단어의 일부만이라도 무조건 연예인 이름과 비슷하면 무조건 연결시키는 링크유형이다.

이 유형은 앞에서 언급했던 그리스'신화'에서 가수 '신화'를 연결하는 것과 비슷한데 이러한 경우는 띄어쓰기는 지킨 편이니 그래도 나은 편이고 더 심한 것은 띄어쓰기나 음절을 무시하고 무조건 연예인 이름으로 연결하는 링크들이다.

비근한 예로 2월 20일자 연합뉴스 출처의 "억대 내기 골프, 도박 아니다"라는 기사 중에는 이 판결을 내린 서울남부지법 형사6단독 "이정렬 판사"의 이름 중 "이정"에다 링크를 걸어놓고 가수 "이정"의 프로필이 보이는 검색창으로 연결시키고 있었다. 지나친 친절은 오히려 해악으로 돌아온다.

이 포털 뉴스사이트에서 '이라크 '성일' 90명 가량 사망, 피로 얼룩'이라는 기사를 보는 독자 중 '시아파'라는 단어에 걸어져 있는 링크를 클릭하는 사람들은 이슬람 종파 가운데 '시아파'를 알고 싶은 사람이 대부분일 것이다.

그런데 링크를 클릭했는데 시아파에 관한 자세한 설명은 나오지 않고 전혀 관계없는 가수 '시아준수'의 프로필만을 본다면 얼마나 맥이 빠질까 하는 생각을 사이트 운영자는 한 번이나 해보았는지 모르겠다.

물론 사이트 운영자가 아무 생각 없는 사람이 아닌 바에야 이런 저런 모든 문제를 누구보다 잘 알고 있을 것이다. 그럼에도 이런 독자의 입장과는 전혀 관계 없는 황당한 링크서비스를 고수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혹시 이런 황당한 링크서비스가 이익 창출을 위한 새로운 광고수단이 아닐까? 하는 의심이 슬쩍 들기 시작한다. 현재 우리 나라의 디지털 콘텐츠 운영에 있어 정부를 비롯한 모든 곳에서 '수익창출'만을 부르짖다보니 유용한 콘텐츠보다 돈 되는 콘텐츠에 너도 나도 집중하는 듯하다. 어쩔 때는 상업적인 면이 너무 지나친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 적도 있다.

안그래도 대부분 연예기사로 도배되고 있는 포털 뉴스사이트에서 링크마저 상업적인 목적으로 이용된다면 웹고유의 특성이던 하이퍼링크마저 더 이상 웹의 장점이 아닌 골칫거리로 전락하지 않을까 하는 걱정 때문이다.

그뿐인가? 이 포털 사이트처럼 뉴스마저도 각종 상업적 목적의 링크로 얼룩지다 보면 이제 본격적으로 사람들의 관심을 끌기 시작한 인터넷 신문의 미래 또한 암담해지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물론 내 오해일지는 모르지만 만약 이러한 링크에 대한 내 생각이 오해에 불과하다면 이 사이트 운영자는 제발 연예인이나 회사 이름과 비슷한 이름이나 단어만 나오면 띄어쓰기도 무시한 채 무조건 연예인 프로필이나 특정 회사 홈페이지로 연결시키려 하지 말고 정말 독자의 입장에서 도움이 되는 링크가 어떤 것인지를 한 번쯤 생각해보고 가급적 독자에게 도움이 되는 링크를 하려고 노력해야 할 것이다.

만약 독자의 입장에 서서 링크를 할 자신이 없다면 차라리 대부분 뉴스 포털 사이트처럼 어설픈 링크 자체를 아예 빼버리는 것도 현명한 선택일 것이다.

노파심이긴 하지만 이런 저런 황당한 링크를 본 아이들이 이슬람교의 종파 시아파를 가수 시아준수로 착각하는 코미디가 현실 상황에서 재현되지말라는 법은 없을 테니까 말이다.

덧붙이는 글 | 아날로그형 인간의 디지털분투기 48번째 이야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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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기업을 그만두고 10년간 운영하던 어린이집을 그만두고 파주에서 어르신을 위한 요양원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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