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그룹 이건희 회장이 20일 그룹 지주회사격인 에버랜드 등기이사직에서 물러났다. 에버랜드는 이날 오후 공시를 통해, 이 회장이 이사직을 사임했다고 밝혔다.
삼성그룹 관계자는 “이 회장이 그룹 회장으로서 계열사 여러 곳의 등기이사를 맡는 것 보다는 그룹의 대표회사인 삼성전자의 등기이사만을 맡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판단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면서 “에버랜드 이사직 사임도 이에 따른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이 회장은 삼성전자 이외의 계열사 등기이사직도 조만간 사임할 것으로 보인다. 이 회장은 삼성전자를 비롯해 삼성전기, 삼성물산, 삼성SDI, 호텔신라, 제일모직, 에버랜드 등 7개 계열사에 등기이사로 등재돼 있다.
그룹 또 다른 관계자는 “다른 계열사의 이사직 사임 여부는 아직 확정된 것이 아니다”면서 “각 계열사의 상황에 따라 (이사직 사임 여부를) 판단하게 될 것”이라고 전했다. 그는 이어 “전자쪽으로 무게중심을 이동하는 것은 맞지만, 이번 (에버랜드 이사직) 사임이 그룹 경영에 영향을 끼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삼성 계열사, 이 회장의 이사직 사임 소식에 ‘발칵’
그룹 총수의 지주회사격인 에버랜드의 이사직 사퇴 소식을 뒤늦게 접한 삼성그룹 계열사 관계자들의 반응은 한마디로 ‘당황’과 ‘놀람’ 그 자체였다.
당사자인 에버랜드쪽은 “큰 의미가 없다”면서도 구체적인 언급 자체를 꺼렸다. 에버랜드 홍보담당 한 임원은 “잘 알지도 못하고, 말할 수 있는 위치에 있지도 않다”면서 전화를 끊었다.
회사의 또 다른 관계자는 “이 회장의 이사직 사임 소식을 공시를 통해, 기자들에게 뒤늦게 알았다”면서 “이사직에서 물러난 것은 사실이지만, 배경에 대해서 구체적으로 아는바 없다”고 말했다.
삼성 계열사의 또 다른 관계자는 “놀라운 뿐”이라며 “이 회장 등에 대해서 언급하는 것 자체가 부담스럽기 때문에 말하기 곤란하지만, 에버랜드는 지주회사인데...”라며 말끝을 흐렸다.
이 회장이 이사로 있는 계열사 관계자도 “전혀 모르고 있었다”면서 “앞으로 이사회 일정 등을 챙겨봐야 할 것 같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