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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그룹 이건희 회장의 삼성 에버랜드 등기이사 사임은 에버랜드가 금융지주회사가 되는 것을 피하고, 이를 통해 장남인 이재용 삼성전자 상무의 경영권 세습구도를 완성하기 위한 포석이라는 주장이 나왔다.

참여연대 경제개혁센터(소장 김상조)는 26일 "이 회장의 이사 사임은 이재용 상무의 '지배권 세습'에 최대 걸림돌인 에버랜드의 지주회사 규정 적용 문제를 회피하기 위한 숨겨진 의도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이같이 밝혔다.

경제개혁센터는 이 회장이 지난 2001년 5월 삼성생명 이사를 사임했고, 이번에 에버랜드 이사까지 사임함으로써 앞으로 에버랜드는 삼성생명의 주식을 지분법이 아니라 원가법에 따라 회계처리할 것으로 보인다고 예상했다.

에버랜드가 가지고 있는 삼성생명 주식의 회계처리 방식이 원가법으로 바뀔 경우, 에버랜드는 금융지주회사로서 금융지주회사법이나 공정거래법상의 각종 규제를 받는 위험에서 사실상 벗어나게 된다는 것이 경제개혁센터의 설명이다.

에버랜드의 금융지주회사 규정 적용을 막고, 그룹 지배권 승계 완성

이유는 원가법으로 계산하면 에버랜드 장부상 삼성생명 주식 가치가 지난해말 가격으로 고정돼 계산되기 때문이다.

경제개혁센터 최한수 팀장은 "생명 주식값이 작년말 값으로 고정돼 계산되면, 에버랜드가 큰 손실을 내지 않는 이상, 에버랜드의 자산총액은 계속 늘어날 것"이라며 "따라서 자산총액에서 차지하는 자회사 주식 가액의 비율은 50% 이하로 유지돼 금융지주회사 문제는 발생하지 않게 된다"고 덧붙였다.

에버랜드가 금융지주회사 규정을 받지 않기 위해 애쓰는 이유는 자칫 이 회장의 장남인 이재용 상무로의 그룹 경영권 세습 시나리오가 완전히 무너질 수도 있기 때문이라고 참여연대는 지적했다.

현행 공정거래법상 지주회사의 행위제한 규정이나 금융지주회사법 등을 보면, 에버랜드가 금융지주회사가 될 경우 금융자회사가 되는 삼성생명은 삼성전자를 비롯한 비금융 계열사의 지분을 매각해야 하거나 또는 의결권을 행사할 수 없게 되도록 돼 있다.

삼성그룹의 지배구조 형태는 에버랜드가 삼성전자나 삼성물산 등 삼성그룹의 핵심계열사를 직접 지배하는 것이 아니라 삼성생명이라는 금융회사를 끼고 간접적으로 지배하는 형태다.

따라서 에버랜드가 금융지주회사가 되면, 현재 삼성그룹의 지배구조가 와해되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고, 이는 비상장 가족기업인 에버랜드를 핵심으로 이재용 상무에게 그룹 전체 지배권의 승계를 이루려 했던 이 회장의 구도가 흐트러지는 것을 의미한다고 참여연대는 강조했다.

최 팀장은 "앞으로 에버랜드가 이 회장의 등기이사 사임을 계기로 삼성생명 주식의 평가 방법을 원가법으로 변경할지 여부를 주목할 것"이라며 "만약 에버랜드가 금융지주회사 규정의 적용을 면탈하기 위해 원가법을 적용할 경우 이에 대해 금감원의 유권해석을 요청하는 등 법률적 대응을 검토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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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공황의 원인은 대중들이 경제를 너무 몰랐기 때문이다"(故 찰스 킨들버거 MIT경제학교수) 주로 경제 이야기를 다룹니다. 항상 배우고, 듣고, 생각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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